금융위원회가 12일 발표한 ‘부실 기업 신속·엄정 퇴출을 위한 상장폐지 개혁 방안’은 그동안 ‘개미지옥’이라 비판받던 코스닥 시장의 근원적인 체질 개선을 향한 강력한 신호탄이다. 올 7월부터 시가총액이 200억 원, 내년부터는 300억 원에 미치지 못하면 곧바로 상폐 대상이 된다. 또 주당 가치가 30거래일 연속 1000원 미만이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이후 회복하지 못하면 퇴출이다. 많으면 220여 개 종목이 연내 상폐될 수 있다고 당국은 내다봤다. 주가가 낮고 시총이 적은 ‘동전주’를 대대적으로 정리해 양적 팽창에 치중해 온 코스닥을 질적 성장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취지는 높이 평가할 만하다.
올해 설립 30년을 맞은 코스닥 시장은 지난 20년간 1353개사가 신규 상장했지만 퇴출은 415개사에 그친 ‘다산소사(多産少死)’ 구조였다. 이 때문에 코스피는 12일 5500선을 뚫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코스닥 지수는 1100선에 머물러 있다. 코스닥이 20년간 시총이 8.6배 증가했음에도 지수는 1.6배 오르는 데 그친 것은 한계 기업들을 제때 솎아내지 못한 탓이 크다. 실제로 2000년 604개였던 코스닥 종목은 지난해 1827개로 3배 넘게 급증했지만 전체 영업이익은 몇 년째 제자리걸음이다. 동전주 역시 코스닥만 166개로 70%를 차지한 점은 시장의 하향 평준화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준다. 반면 미국 나스닥은 20년간 부실 기업 퇴출로 상장사를 5000개에서 3000개로 압축해 우량화에 성공했다.
그동안 한계 기업의 퇴출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당국이 제대로 행동에 옮기지 못했다. 이번만큼은 과감하고 신속히 실행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상폐 심사 기간을 1년 6개월에서 1년으로 단축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하지만 단순히 ‘솎아내기’에 그쳐서는 곤란하다. 인공지능(AI), 로봇, 우주 등 혁신 산업이 퇴출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도록 상장 문턱을 합리화하고 기관 중심의 수급 유인책도 병행해야 한다. 특히 코스닥 상장사의 62%가 분석 보고서조차 없는 ‘깜깜이’ 상태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정보의 비대칭성이 해결되지 않는 한 투기 세력의 장난질과 개미의 희생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삼천닥(코스닥 3000)’이 헛구호가 되지 않으려면 당국의 적극적인 시장 정화와 기업의 투명 경영 및 수익성 강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동전주는 싹 다 정리한다” 지옥문 열린 코스닥, 개미들의 유일한 생존 전략
논설위원실 opini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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