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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리더의 서재] 바츨라프 스밀, 낙관의 언어를 거부하는 지성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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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바츨라프 스밀 지음, 강주헌 옮김, 김영사 펴냄, 값 22,000원



[스포츠서울 | 백승관 기자] 미래를 이야기하는 책은 너무 많습니다. 기술은 세상을 바꾸고, 혁신은 속도를 더하며, 전환은 곧 도래할 것처럼 말하죠. 바츨라프 스밀의 <세상은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가(how the world really works)> 는 좀 다른 스탠스를 유지합니다. ‘장밋빛 전망’이나 ‘종말론적 서사’에 정면으로 반기를 듭니다.

말하자면 이 책은 희망을 부풀리지 않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가 어떤 물질과 에너지, 산업 구조 위에서 간신히 균형을 이루고 있는지를 집요하게 해부합니다. 그래서 이 책은 읽기 편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외면하기 어려운 질문을 던집니다. 너무 많은 통계 숫자로 적잖게 피곤하긴 합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현실의 복원력’을 정확히 짚어낸다는 점입니다. 저자는 전기차, 재생에너지, 디지털 경제가 아무리 각광받아도 철강·시멘트·비료·석유라는 기초 산업이 무너지지 않는 한 세상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무엇보다 통계 숫자를 제시하기에 반박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특히 에너지 전환을 둘러싼 과도한 낙관론에 대해, 물리 법칙과 공급망, 시간이라는 냉정한 변수를 들이밀죠. 이는 ESG, 탄소중립을 외치며 장기 전략을 세워야 하는 기업 리더들에게 중요한 경고입니다. 변화는 구호로 오지 않으며,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혁신은 공허하다는 메시지가 책 전반을 관통합니다.

창조리더의 관점에서 책이 주는 통찰은 명확합니다. 새로운 것을 만들고 기존 질서를 흔들고자 할수록, 오히려 기존 시스템을 더 깊이 이해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저자는 속도와 파괴를 찬미하는 시대에 ‘느림’과 ‘누적’의 힘을 강조합니다.

진짜 변화는 단절이 아니라 축적 위에서 일어난다는 그의 주장은 기술과 아이디어 중심의 사고에 균열을 냅니다. 창조란 무에서 유를 만드는 일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세계의 조건을 정확히 읽는 행위라는 점을 다시 생각하게 만듭니다.

이 책의 한계 또한 분명합니다. 저자의 시선은 지나치게 경계적이며, 때로는 비관적으로 느껴집니다. 소프트웨어, 플랫폼, AI가 만들어낸 비물질적 가치의 폭발력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평가가 인색하죠. 산업 구조의 변화가 반드시 물질 소비의 변화와 동일한 속도로 움직이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그의 분석은 다소 보수적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미래를 상상하고 실험하는 리더에게는 가능성의 여지를 충분히 열어주지 않는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럼에도 <세상은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가> 는 지금 이 시대에 꼭 필요합니다. 방향을 제시하지 않는데도 그렇습니다. 대신 ‘허상을 걷어내고 현실의 바닥을 드러낸다’고 해야겠습니다. 무엇을 바꿀 것인가를 고민하기 전에, 무엇이 쉽게 바뀌지 않는지를 이해하게 만들죠. 창조란 낙관이 아니라 통찰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일깨우는 이 책은, 조용하지만 강력한 질문으로 리더의 사고를 단단하게 만들 것입니다.

gregor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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