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이 당뇨는 천천히 나빠지는 병이라고 생각하거나, 망막병증이나 발 괴사와 같은 만성 합병증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당뇨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빠른 치료가 필요한 급성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당뇨병성 케톤산증'이다.
당뇨병성 케톤산증은 주로 제1형 당뇨병에서 많이 발생하지만, 제2형 당뇨병 환자에게도 나타날 수 있어 모든 당뇨 환자에게 주의가 필요하다. 발병 시 피로, 구토, 복통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는데, 특히 호흡할 때 달콤한 과일향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증상이 심해지면 극심한 탈수와 의식 혼미를 거쳐 고혈당 혼수상태에 빠질 수 있고, 심하면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따라서 조기 발견과 신속한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에 당뇨병성 케톤산증의 발생 원인과 증상, 치료 및 예방법에 대해 내과 전문의 박재찬 원장(미리봄내과의원)과 함께 자세히 알아본다.
당뇨병성 케톤산증, 인슐린 부족이 부르는 '혈액 산성화'
우리 몸의 세포는 포도당을 주요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데, 이 포도당이 세포 안으로 들어가 에너지로 쓰이기 위해서는 '인슐린'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 인슐린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지면 혈액 속에 당은 넘쳐나지만, 정작 세포는 이를 에너지로 사용하지 못하는 상태가 된다.
이때 우리 몸은 살아남기 위해 대체 에너지원인 지방을 급격히 분해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케톤체'라는 산성 물질이 대량으로 생성된다. 박재찬 원장은 "케톤체가 혈액에 축적되면 혈액이 산성으로 변하면서 '케톤산증'이 발생하게 된다"며 "우리 몸은 중성을 유지해야 정상인데, 산성도가 높아져 균형이 깨지면 생명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케톤산증은 보통 췌장에서 인슐린이 거의 만들어지지 않는 제1형 당뇨병에서 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제2형 당뇨병 환자라도 감염이나 탈수로 혈당이 급격히 상승하면, 몸에 필요한 만큼 인슐린이 충분히 작용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면서 케톤산증으로 진행될 수 있다.
주로 인슐린 주사 투여를 갑자기 중단하거나, 폐렴·요로 감염 등 급성 감염성 질환에 걸렸을 때, 수술이나 외상으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경우 발생한다. 이 외에도 극단적인 저탄수화물 식단이나 장기간 금식, 심한 탈수 상태 등에서도 케톤산증이 나타날 수 있다.
과일향 냄새, 극심한 피로감…즉시 병원 방문해야
당뇨병성 케톤산증의 가장 특징적인 증상은 호흡 시 나는 '달콤한 과일 냄새'다. 체내에 과도하게 쌓인 케톤체 중 아세톤이 호흡을 통해 배출되면서 발생하는 현상으로, 숨을 쉴 때마다 과일향 같은 단내가 난다면 이미 체내에 케톤체가 많이 축적됐다는 신호다.
박재찬 원장은 "이외에도 심한 갈증과 잦은 소변, 지속적인 구토나 복통, 이유 없는 극심한 피로감과 집중력 저하와 같은 증상이 나타나면 당뇨병성 케톤산증을 의심해야 한다"며 "이런 증상은 '조금만 참아보자' 할 단계가 아니라 즉시 응급실을 찾아야 하는 응급 상황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평소 자신이 당뇨병 환자인 줄 모르고 지내다가 이러한 증상으로 병원을 방문해 처음 당뇨병 진단을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따라서 당뇨병 병력이 없더라도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병원을 방문해 검사를 받아야 한다.
병원에서는 혈당 검사, 전해질 검사, 소변과 혈장 내 케톤체 검사 등을 통해 진단한다. 당뇨병성 케톤산증은 알코올성 케톤산증, 기아 케톤산증, 요독증 등 다른 대사성 산증과 증상이 비슷해 정확한 감별 진단이 필요하다.
방치하면 혼수·사망까지…신속한 수액·인슐린 치료 필수
당뇨병성 케톤산증은 방치할 경우 매우 빠르게 악화되는 응급 질환이다. 박재찬 원장은 "초기에는 탈수와 전해질 불균형으로 시작해 심한 대사성 산증, 저혈압과 쇼크를 거쳐 의식 저하와 혼수상태로 진행할 수 있다"며 "치료가 늦어지면 뇌부종, 심장 부정맥, 신부전 같은 치명적인 합병증이 발생하고, 사망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조기 인지와 신속한 치료가 생명을 좌우한다. 치료는 크게 세 가지 방법으로 이뤄진다. 먼저 '수액 치료'를 통해 탈수된 몸에 수분을 공급해 혈액 농도를 정상화하고, 혈압과 신장 기능을 회복시킨다. 이어 '인슐린 투여'로 지방 분해를 억제해 케톤체 생성을 차단하고, 혈당을 세포 내로 이동시켜 혈당 수치를 낮춘다. 동시에 '전해질 교정'도 필수적이다. 탈수와 인슐린 치료 과정에서 변동하기 쉬운 칼륨 등의 전해질 수치를 정상으로 유지해 심장 부정맥과 같은 합병증을 예방한다.
또한 당뇨병성 케톤산증을 일으킨 폐렴, 요로 감염 등의 질환에 대한 치료도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 적절한 치료가 신속하게 이뤄지면 대부분 2~3일 이내에 급성기 증상이 안정되며, 이후 환자 상태에 따라 퇴원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약 중단은 금물...꾸준한 '혈당 관리'가 예방의 핵심
당뇨병성 케톤산증은 미리 알고 대비하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합병증이다. 가장 중요한 예방법은 처방받은 인슐린이나 당뇨병 약을 임의로 중단하지 않고 꾸준히 사용하는 것이다. 특히 컨디션이 안 좋아 식사를 제대로 못할 때 저혈당이 걱정돼 인슐린이나 당뇨병 약을 임의로 중단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매우 위험하다. 감염이나 질병으로 몸이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는 혈당이 더 급격히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박재찬 원장은 "감기나 감염이 있을 때 혈당 측정을 더 자주 하고, 고열, 구토, 설사가 있으면 탈수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며 "또한 극단적인 다이어트나 장기간 금식은 피하고, 평소와 다른 증상이 있으면 미루지 말고 즉시 병원에 방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뇨병성 케톤산증은 치명적일 수 있지만, 철저한 혈당 관리와 조기 발견으로 충분히 예방 가능한 합병증이다. 평소 작은 증상 변화도 놓치지 않으며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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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새별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hidoceditor@mcircle.biz저작권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