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세로 생기는 재원을 복지에 활용하자는 주장
설탕 안 들어가는 식품 찾기 어려워...물가 인상 우려
그래픽=비즈워치 |
[주간유통]은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편집자]
단 거는 DANGER
이번 주 유통업계는 '설탕' 이야기로 가득했습니다. 요즘 '두쫀쿠'가 난리라는데 두쫀쿠에 설탕이 많이 들어가서일까요. 아니면 또다른 디저트가 뜨고 있는 걸까요. 아닙니다. 이번 설탕 이야기는 달콤하다기보다는 위험한 이야기였습니다. 바로 이재명 대통령이 논의를 이끌어 낸 '설탕세' 이슈입니다.
개요는 이렇습니다. 지난 28일 이 대통령이 자신의 엑스(X) 계정에 "담배처럼 설탕 부담금으로 설탕 사용 억제, 그 부담금으로 지역·공공 의료 강화에 재투자..여러분 의견은 어떠신가요?"라는 내용의 글과 '국민 80%가 설탕세에 찬성한다'는 내용을 담은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식 트위터에 설탕세 관련 논의 글을 올린 이재명 대통령./사진=이재명 대통령 트위터 캡처 |
대통령이 본인의 계정에 직접 올린 글인 만큼 이 질문은 곧바로 '설탕세 도입 논의'로 흘러갑니다. 정부가 설탕세를 도입하기 위해 여론을 살피고 있다고 본 거죠. 해당 글이 기사화되자 이 대통령은 이후 같은 계정으로 "국민 의견을 물었는데 설탕세 도입이라고 왜곡했다"며 "지방선거 타격 주기 위해 증세 프레임 만드느냐"고 반박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이 정말 순수하게 궁금해서 저 질문을 던졌을 거라 믿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설탕 사용에 세금을 매겨 이를 다른 복지 재원으로 활용하는 아이디어를 이 대통령이 긍정적으로 봤고, 여론을 파악하기 위해 글을 올렸다고 보는 게 타당하겠죠. 이 대통령의 의도대로 식품·유통업계는 설탕세 도입에 대한 이야기로 바빴습니다.
설탕=담배?
설탕세란 설탕이나 당류가 포함된 제품에 당 함량에 비례해 부과하는 세금을 말합니다. 설탕을 담배나 술 같은 유해물질로 보고 이를 제조·소비하는 데 부담을 지우겠다는 겁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그간 비만의 주 요인이라 생각됐던 지방보다 당류가 더 위험하다고도 하죠. 우리나라도 소아 비만이 사회 문제로 불거지고 있고요. 설탕세 논의도 이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이 대통령이 언급한 기사에 따르면 서울대 건강문화사업단이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0%가 '설탕세' 도입에 찬성했고 담배처럼 '경고 표시'를 넣자는 의견에는 94.4%가 찬성했습니다. 설탕을 과도하게 섭취하는 환경이 문제라는 인식은 대부분의 국민이 공유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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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세가 다른 나라에서 찾아볼 수 없는 '억지 세금'은 아닙니다. 서울대 사업단에 따르면 120여 개국이 설탕세를 도입했거나 그와 유사한 정책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영국과 프랑스가 대표적입니다. 당류 함량에 따른 세금을 부과하고 그 세금을 복지 재원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당류가 비만과 당뇨 등의 질환의 주 원인인 만큼 설탕세를 의료 재원으로 이용하자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듣다보니 어디서 많이 듣던 이야기죠? 담배에 붙는 세금이 대체로 이런 뉘앙스를 가집니다. 담배 탓에 여러 건강 문제가 생기니 담배에 많은 세금을 붙이고, 그 세금으로 폐암 등 담배로 발생하는 의료 지출을 메우겠다는 논리와 비슷합니다. 즉 설탕을 담배와 비슷한 '유해 물질'로 보는 겁니다.
정부 입장에서야 재원이 늘어나니 좋은 일입니다. 어린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도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부모들의 최대 고민 중 하나가 아이에게 당류가 들어 있는 제품을 언제부터 먹게 하느냐일 정도니까요. 설탕세가 도입되면 아무래도 당류 소비가 줄어들 거라는 게 이들의 입장입니다.
그래서 누가 내나요?
외국 사례가 있건 없건, 지금 없는 세금을 만든다는 데 모두가 찬성할 리 없겠죠. 반대 입장도 만만치 않습니다. 설탕세 도입 시 당장 부담을 안게 되는 기업들은 걱정이 큽니다. 당류를 사용하지 않을 수 없는 제과나 음료업계가 대표적입니다. 특히 탄산음료는 어느 나라에서든 '설탕세' 도입의 주 타깃이 됩니다.
소비자들도 불안합니다. 설탕세야 기업에 부과되겠지만 그 부담은 결국 소비자에게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설탕세를 도입한 다른 나라들도 탄산음료 등의 가격이 전반적으로 인상되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설탕세 도입 찬성' 입장에서도 가격 인상을 막을 이유가 없습니다. 높은 가격은 당류 소비 감소를 불러오는 강력한 요인이 되기 때문입니다.
한 대형마트의 설탕 코너./사진=윤서영 기자 sy@ |
다만 우리나라의 경우 정부 차원에서 물가 인상을 억제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향후 경제가 안정된 뒤라면 모를까 지금같이 내수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물가 인상을 불러오는 설탕세 도입 논의는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설탕에 세금을 부과한다면, 대체당에도 부과할 것이냐는 논의도 있습니다. 설탕세 도입은 곧바로 대체당을 사용한 제품의 증가로 이어집니다. '제로 슈거' 제품이 아니더라도, 설탕을 설탕세를 내지 않는 기준치 이하로 사용한 뒤 대체당으로 보충하는 방식도 가능합니다. 대체당은 액상과당이나 설탕 등에 비해 건강을 해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대체당의 유해성 논란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국내 담배 판매량 추이/그래픽=비즈워치 |
설탕세에 따른 가격 인상이 당류 섭취 감소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주장도 있습니다. 이미 담배로 수차례 확인이 된 사실이라는 겁니다. 지난 2014년까지 2500원이었던 담배 한 갑은 2015년 4500원으로 80% 인상됐습니다. 2014년 24.2%였던 흡연율은 인상 직후인 2015년 22.6%로 떨어졌지만 2016년엔 23.9%로 올랐죠. 2023년 기준으로는 19.6%로 줄었지만 전자담배 이용자 4.5%를 더하면 24.1%로 거의 비슷합니다. 담배 판매량 역시 연 35억갑 안팎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가격 인상이 소비를 줄여주지는 못한다는 증거입니다.
'단 맛'에 너무 관대했던 사회 분위기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명제에는 모두 동의할 겁니다. 설탕세는 지난 2021년에도 도입이 논의됐지만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만큼 5년 전보다는 무게감 있는 토론이 이뤄질 전망입니다. 이 대통령의 한 마디가 어디까지 흘러갈 지 지켜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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