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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군' 신성민 작가 "우리 모두 영웅이, 악인이 될 수도"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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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신성민 소설가.


[파이낸셜뉴스] "우리는 모두 영웅이 될 수도, 악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신작 소설집 '계엄군' 작가 신성민(44)은 30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을 "치유하는 작가"라고 소개했다. 법조기자 등 법조계를 거쳐 소설가로 활동하게 된 그는, 기사와 문학의 가장 큰 차이를 ‘사실’이 아닌, ‘마음’에서 찾는다.

“문학의 고유한 기능 중 하나는 치유하는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지점이 기사와 다른 측면이 있는데요. 기사는 사실로 시작해서 사실로 끝납니다. 비극적 사회 현상을 환기하는 역할을 맡을 수는 있어도, 마음을 어루만지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문학은 사실에 바탕을 둔다 할지라도, 작가의 상상과 재해석에 기반한 창조적 구성을 거쳐 치유하는 능력을 갖게 됩니다.”
기자로서의 경험은 그의 소설 세계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꼼꼼한 사료 조사와 현장 취재의 습관은 지금도 글쓰기의 밑바탕이 된다. 하지만, 신 작가는 거기서 멈추지 않겠다고 말한다.

“기자로서의 경험은 촘촘하고 리얼한 세계관을 구성하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꼼꼼하게 사료를 수집하고 현장을 취재하는 습관은 기자 생활을 하며 체득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고 새롭게 구조화한 세계에서는 위로와 치유의 힘이 담겨야 합니다. 갈등이 첨예하고 타자에 대한 혐오가 보편화된 사회에서, 저는 사람들의 지친 마음을 위로하는 치유하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그가 최근 가장 집요하게 붙들고 있는 화두는 ‘격물치지(格物致知)’다. 사물과 사태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려는 태도다. 어느 순간 스스로가 만들어낸 이미지와 관념에 갇혀 사물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하게 됐고, 그 질문은 삶의 방향까지 바꿔 놓았다.

“어느 순간 제가 사회에서 만들어낸 거짓 이미지, 그리고 관념의 덫에 빠져서 사물을 제대로 직시하지 못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관념의 프레임을 벗어난 날 것의 깨달음을 얻기 위해 한 달 동안 전국을 돌아다닌 적도 있었습니다.”
소설집 '계엄군'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그는 이 소설을 한 문장으로 이렇게 요약한다.

“역사는 계절처럼 순환한다. 순환이란 반복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반복을 끊는 계기는 어떻게 형성되는가.”
성경, 특히 구약의 역사서에서 반복되는 내러티브 역시 그의 사유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인간은 죄를 짓고 용서를 받고, 다시 죄를 짓고 다시 용서를 받는다. 이 나선형 구조는 개인의 삶을 넘어 인류의 역사와도 닮아 있었다.

“이걸 보면서 우리의 인생, 나아가 인류의 역사는 헤어나올 수 없는 어떤 사슬에 얽매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역시 이러한 역사적 반복의 맥락에서 바라본다. 과거의 상흔이 다시 불러내진 순간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고 말한다.

“하지만, 다행히 우리는 불행한 역사를 반복하지 않게 됐습니다.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는 장면을 묘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집필의 목적이 됐다고도 볼 수 있겠네요.”
'계엄군'이 부자 관계를 중심에 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반복되는 역사의 운명을 개인의 삶으로 끌어오기 위해서다. 주인공은 의도치 않게 아버지와 비슷한 길을 걷게 되지만, 결정적 순간에는 다른 선택을 한다.

“반복되는 수레바퀴 같은 역사의 운명을 개인으로 치환한다면, 피할 수 없는 혈연적 숙명이 이와 같은 맥락을 갖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이 장면을 ‘해각(解角)’이라는 말로 설명한다. 묵은 뿔이 빠지고 새 뿔이 돋는 순간이다. 부자 관계는 그렇게 개인을 넘어 과거와 미래를 잇는 사회적 장치로 확장된다.

작품의 중심에는 ‘명령’과 ‘선택’이 있다. 명령은 옛 굴레를 상징하고, 선택은 그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이다. 그러나 그 선택은 결코 가볍지 않다.

“엄청난 사회적, 개인적 부하(負荷)를 극복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운명은 주인공에게 그러한 부담을 견뎌낼 수 있는지 시험합니다. 시험의 도구는 다름 아닌 명령이었습니다.”
주인공은 영웅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승진과 보신을 고민하고, 비주류 콤플렉스를 지닌 평범한 인물이다. 그는 이 점이 오히려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러한 모습이 다름 아닌 우리의 자화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다 영웅은 아니지 않습니까(웃음)? 하지만, 이런 평범한 사람이 결정적 순간에 옳은 선택을 내림으로 역사가 바꼈습니다. 이런 메시지를 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단언한다. “우리는 모두 영웅이 될 수 있고, 악인이 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소설이 지금 읽혀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과거의 사슬을 끊어냈다는 집단 기억을 다시 새길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공동의 역사가 특정 세력에 의해 독점되거나 사유화되는 것에 대한 경계이기도 하다.

그가 독자에게 오래 남았으면 하는 장면은 문 앞에서 멈춰 선 순간이다. 주인공이 아버지의 환영과 마주하는 장면은, 부자 간의 대화이자 자기 자신과의 대화다.

“주인공의 결단은 즉흥적으로 이뤄진 게 아니었습니다. 밀도 있는 자문자답을 통해 얻은 결과였습니다.”
오는 2월 21일 열리는 북콘서트에서는 이러한 이야기들이 더 깊이 다뤄질 예정이다. 그는 인류학 전공자인 오진영 작가와 함께 작품의 주제와 복선, 그 의미를 차분히 풀어내고 싶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그는 ‘격물치지’라는 화두를 놓지 않을 생각이다.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 새로운 소설을 준비 중이지만, 방향은 분명하다.

“유명해지고, 돈을 많이 버는 것은 저의 관심사가 아닙니다. 그저 제가 보고 깨달은 바를 글로 옮길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덧붙였다.

“많이 관찰하며 궁구하겠습니다. 그리고 시류에 부합하거나 대세에 영합하지 않고, 정직하게 쓰겠습니다. 이를 통해 사회와 개인을 위로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파이낸셜뉴스

신성민 작가.


한편, 신 작가는 한국외대를 수석으로 졸업한 뒤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법학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지난 2023년 종합 문예지 '순수문학'에서 단편소설 '기관원'으로 등단했으며,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단행본으로는 '막힌 인생을 뚫는 법', '어쩌다 기자가 된 사람을 위한 쉬운 기사 작성법', '하나님이 버린 사람들' 등을 펴냈다. 법률신문과 법률방송 기자를 지냈으며, 2021년 서울지방변호사회 우수 법조언론인상, 2023년 대한변호사협회 공로상을 수상했다.

이번 북콘서트에서는 작품의 집필 배경과 문제의식, 그리고 소설이 던지는 질문을 중심으로 작가와 대담이 진행될 예정이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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