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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석했지만 침묵한 쿠팡 로저스… 혐의 인정 직접 묻자 ‘답변 회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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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소환요구 3번 만에 출석
취재진 질문에는 ‘묵묵부답’
경찰 출석하며 일부 태도변화
공개발언 자제하며 美도 의식
규모축소·증거인멸 의혹 쟁점
서울경제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셀프 조사’를 벌여 증거를 인멸한 혐의로 수사를 받는 해롤드 로저스 쿠팡 한국 임시대표가 경찰의 세 차례 출석 요구 끝에 서울경찰청에 모습을 드러냈다. 경찰은 쿠팡이 중국인 피의자를 접촉하고 증거물을 포렌식하는 등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자체 조사하게 된 경위와 그 과정에서 증거인멸 또는 피해 규모 축소 행위가 있었는지 등을 집중 추궁할 계획이다.

30일 서울경찰청 쿠팡 수사 종합 태스크포스(TF)는 이날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를 받는 로저스 대표를 서울경찰청으로 소환했다. 로저스 대표는 조사에 앞서 취재진에게 “쿠팡은 지금까지 정부에서 진행하고 있는 모든 수사에 최선을 다해 임하고 있다”며 “오늘 경찰 수사에도 최선을 다해 임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정보 유출이 3000건에 불과하다는 근거는 무엇이냐’ ‘증거인멸 혐의를 인정하냐’ 등의 질문에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한 채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로저스 대표가 경찰 조사에 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로저스 대표 측은 경찰의 두 차례 출석 요구에 불응 사유서 등 공식적인 회신 없이 불응한 바 있다. 경찰은 이달 14일 3차 출석을 요구했으며 2주가량이 지난 이날 마침내 조사가 이뤄졌다.

앞서 로저스 대표가 출석에 앞서 질의응답을 진행하거나 입장문을 발표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간 로저스 대표가 청문회에서 격양된 반응을 보이는 등 정부·당국과 대립각을 세워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쿠팡은 로저스 대표의 출석을 통해 태도 변화를 시사하면서도 이날 별다른 사과 의사나 입장을 발표하지는 않으면서 중립적인 자세를 취했다.

유통업계에서는 쿠팡이 국내 수사 진행 상황을 의식해 ‘로키(Low-key)’ 전략을 택함과 동시에 공개 발언은 아끼며 미국과의 관계도 의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이달 26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산 자동차·목재·의약품 등 주요 품목에 대한 관세와 모든 상호관세를 무역 합의 이전 수준인 25%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는데, 일각에서는 쿠팡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여기에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23일 김민석 국무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쿠팡을 포함한 미국 기술기업에 대한 규제·제재를 중단하거나 완화하라는 경고성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특히 부통령실 내에 쿠팡 문제를 전담하는 인력까지 배치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날 로저스 대표를 상대로 쿠팡의 셀프조사 경위와 증거인멸 여부를 집중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쿠팡은 성탄절인 지난해 12월 25일 경찰과 협의를 거치지 않고 기습적으로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쿠팡이 개인정보를 유출한 중국인 전직 직원 A 씨가 사용한 노트북을 습득해 포렌식을 진행하면서 이 과정에서 일부 증거가 인멸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여기에 더해 로저스 대표는 국회 청문회에서 국가정보원(국정원)의 지시로 자체 조사를 진행했다고 밝혔지만 국정원이 반박하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위증 혐의로 고발당하기도 했다.

쿠팡과 경찰은 피해 규모 축소 의혹을 두고도 진실게임을 벌이고 있다. 쿠팡은 자체 조사 발표 당시 A 씨의 장비에 저장된 규모는 3000명에 불과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경찰은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규모가 3000만 건 이상이라고 보고 있다. 이달 26일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현재 쿠팡 사태와 관련된 혐의는 총 7가지며, 정보통신망법에 의한 개인정보 유출 혐의의 경우 현재까지 경찰이 파악한 바로 3000만 건 이상의 개인정보가 외부로 새나간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힌 바 있다.

대내외적인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가운데 시선은 국회 국정조사 개최 여부로 쏠리고 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쿠팡을 상대로 청문회에 이어 국정조사를 하겠다는 기조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이 쿠팡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자 이날 출범하기로 했던 ‘쿠팡 바로잡기TF’ 일정을 재논의하기로 했다. 이에 다음 달 2일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 국정조사 또한 연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채민석 기자 vegemin@sedaily.com이용성 기자 utilit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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