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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사법농단’ 기소 7년 만에 일부 유죄로 뒤집혔다···헌정 첫 전직 대법원장 ‘유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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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고법원 등 사법부 조직 이익 위해
사법행정권 남용·법관 독립 침해 의혹
검찰, 2019년 총 47가지 혐의로 기소
2024년 1월 1심은 전부 무죄 선고
항소심 법원, 징역 6개월 집유 선고
박병대 전 대법관도 2가지 의혹 ‘유죄’
양 측 “법리 반하는 판결” 상고 입장
경향신문

‘사법농단’ 사태로 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법농단’ 사태로 재판에 넘겨진 양승태 전 대법원장(78)이 항소심에서 일부 유죄가 인정돼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헌정사상 전직 대법원장이 형사 재판에서 유죄를 받은 것은 처음이다. 재판부는 “공정한 재판에 대한 일반 국민의 신뢰 없이는 법치주의가 유지되기 어렵다”며 양 전 대법원장의 재판 개입 행위를 질책하면서도 “피고인이 개인적 이익을 취하지는 않았다”고 판시했다.

서울고법 형사14-1부(재판장 박혜선)는 30일 직권남용 등 혐의로 기소된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해 1심의 무죄 판단을 뒤집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박병대 전 대법관(68)에게도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이 선고됐다. 고영한 전 대법관(70)은 1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들 두 전 대법관은 사법농단 의혹 시기에 법원행정처장을 맡은 사람들이다.

사법농단 사건은 2011년 9월부터 6년간 재직한 양 전 대법원장이 ‘상고법원 도입’ 등 사법부 조직 이익을 위해 당시 법원행정처장이었던 박·고 전 대법관 등과 함께 사법행정권을 남용하고 법관 독립을 침해했다는 의혹이다. 2024년 기소된 지 5년 만에 나온 1심 판결은 양 전 대법관에 대한 47개 혐의 모두를 무죄로 판단했다.

항소심은 달랐다. 이날 재판부는 양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부가 일부 재판에 개입해 직무권한을 남용한 것을 인정했다. 여기에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대법관이 관여했다고 봤다. 구체적으로 재판부는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해 2015년 4월 서울남부지법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취소하게 한 의혹과 2015년 11월 서울고법에 옛 통합진보당 국회의원들이 낸 지위 확인 소송의 1심 결과를 뒤집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의혹 2가지를 유죄로 판단했다.

우선 2015년 4월 사학연금법에 대한 한정위헌 결정을 구하는 위헌 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제청한 서울남부지법 민사재판부에 대해 양 전 대법원장이 부당하게 개입했다고 봤다. 한정위헌은 법률 자체의 효력을 없애지는 않지만, 법에 대해 여러 해석이 가능할 때 특정한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다. 당시 대법원은 ‘법 해석 권한은 법원에 있는데도 헌재가 한정위헌 결정을 함으로써 이를 침해한다’고 봤다.

이에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은 해당 재판부에 전화해 한정위헌 결정을 구하는 위헌심판 제청을 직권 취소하고, 단순 위헌 취지의 위헌심판 제청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기존 결정문과 직권취소 결정문이 전산에서 검색되지 않게 해달라고도 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 전 위원으로부터 이런 사실을 사전에 보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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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청사 동문 앞에서 참여연대와 민변 관계자들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2심 엄벌 촉구 기자회견을 열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항소심 재판부는 이 전 위원의 행위가 “재판에 개입하거나 영향을 미쳐 법관의 재판상 독립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봤다. 그러면서 양 전 대법원장의 공모가 인정되고, 같은 이유로 박 전 대법관의 공모도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앞서 1심은 이 전 위원의 행위가 재판 개입에 해당하지만 직권남용 혐의의 구성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는데, 이를 뒤집은 것이다.

또 재판부는 이들이 2015년 11월 옛 통합진보당(통진당) 국회의원들이 낸 지위 확인 소송의 1심 결과를 뒤집도록 서울고법에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도 유죄로 판단했다. 2014년 12월 헌법재판소가 통진당에 대해 정당 해산 결정을 내리자 김재연·이석기 등 전 의원들이 지위 확인 소송을 냈는데, 1심 재판부였던 서울행정법원은 “헌재 결정을 법원이 다시 심리·판단할 수 없다”며 2015년 11월 각하 결정을 내렸다.

이에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대법관은 최고 사법기관으로서 대법원의 위상이 흔들렸다며 당시 이민걸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에게 전화했고, 이 전 실장이 항소심 재판장에게 ‘1심과 달리 판단해야 한다’는 내용이 적힌 문건을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날 항소심 재판부는 이 전 실장이 문건을 전달한 행위가 직권남용이며 이로 인해 당시 항소심 재판장의 정당권 재판권 행사가 침해됐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규진이 양승태에게 보고한 문건에는 항소심 재판부와 문제의식을 공유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재판부에 설명자료를 전달한다는 내용이 기재돼있다”며 “양승태는 이런 행위를 보고받고 묵시적으로나마 승인했다”며 공모를 인정했다. 박 전 대법관도 문건 전달 사실을 알고 있어 재판 개입에 가담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일제 강제 동원 피해자 손해배상청구소송,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통보 처분 사건,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사건 등의 재판에 양 전 대법원장 등이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로 봤다. 하급자가 직권을 남용하지 않았거나, 남용했다 해도 양 전 대법원장이 이들과 공모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양 전 대법원장 측은 선고 직후 곧바로 상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직권남용죄에 대해 확립된 법리에 반하는 판결이었고, 일부 인정된 사실에 대해선 심리가 전혀 이뤄지지도 않았다”고 반발했다.


☞ ‘사법농단’ 양승태 2심, 11월 선고···최후변론서 “검찰, 흑을 백이라고 해”
https://www.khan.co.kr/article/202509031729001


김정화 기자 cl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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