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에 거점을 두고 딥페이크(Deepfake·인공지능 기반 이미지 합성) 기술을 악용해 이성을 유혹한 뒤 거액을 뜯어낸 일명 ‘로맨스 스캠’ 사기단 부부가 구속 송치됐다.
울산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범죄단체조직,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 등의 혐의로 캄보디아에서 강제 송환된 30대 부부 A씨 등 2명을 구속 송치했다고 30일 밝혔다.
경찰은 현재까지 이들이 속한 범죄조직원 총 83명을 입건했으며, 이 중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진 부부 사기단을 포함해 관리책, 자금세탁 총책 등 핵심 간부급 39명을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 조직은 2024년 1월부터 캄보디아의 한 건물을 통째로 매입해 대포폰과 컴퓨터를 갖춘 ‘기업형 범죄센터’를 구축했다.
이들의 수법은 치밀했다. 가상의 여성 인물 ‘박가인’을 만든 뒤, 타인의 SNS 사진을 도용하고 딥페이크 기술을 입혀 유튜브 영상을 송출하거나 피해자와 직접 화상채팅까지 하며 의심을 피했다.
또한 피해자와의 친밀감을 형성하기 위한 ‘10일 분량의 시나리오’를 미리 작성해 조직적으로 접근했다. 호감을 쌓은 뒤에는 주식이나 가상자산 투자를 유도했는데, 이때 ‘COMEX GROUP’, ‘TCS GROUP’ 등 실존하는 회사를 사칭한 가짜 사이트와 허위 앱을 이용해 실제 투자가 이뤄지는 것처럼 속여 돈을 가로챘다.
이번에 구속 송치된 부부는 당초 해당 조직의 조직원으로 활동하다 범행 수법을 익힌 뒤 독립한 케이스다. 이들은 캄보디아 포이펫 범죄단지 내에서 중국인 자본을 투자받아 자신들만의 새로운 조직을 꾸려 범행을 이어갔다.
하지만 꼬리가 잡혔다. 경찰은 범정부 ‘초국가범죄 특별대응 TF’와 공조하여 수사망을 좁혔고, 이들 부부는 지난 2025년 2월 3일 캄보디아 현지 경찰에 검거됐다. 이후 법무부의 범죄인 인도 청구 절차를 거쳐 지난 23일 국내로 강제 송환됐으며, 법원은 도주 우려가 있다며 지난 25일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 조직은 캄보디아 내 여러 도시에 분점(지점)을 내고 자금세탁팀, 모집책, 콜센터 등을 분리 운영하며 수익금을 나눠 갖는 ‘프랜차이즈’ 형태의 기업형 구조를 갖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인터폴과 협력해 전 세계 53개국이 운용 중인 ‘은색 수배서(Silver Notice. 인터폴이 범죄 수익의 추적과 환수를 목적으로 발행하는 국제 수배서)’를 발급받아, 피의자들이 해외에 은닉한 부동산, 암호화폐 등 범죄 수익을 끝까지 추적·환수할 방침이다.
김양식 울산경찰청 반부패수사대장은 “범죄 브로커들이 ‘고수익 보장’을 미끼로 청년들을 유혹해 범죄 조직원으로 가담시키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해외 고수익 알바라는 말에 절대 현혹되지 말 것”을 당부했다.
경찰은 송치된 부부의 여죄를 수사하는 한편, 현지에서 도피 중인 나머지 공범들에 대한 추적을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울산=장지승 기자 jj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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