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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에도 생긴대” 약국계 다이소 서울 상륙...‘탈팡족’ 들썩[안경진의 약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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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고형 약국 원조격 ‘메가팩토리’ 서울점 내달 오픈
의약품 선택권 확대·저렴한 가격 앞세워 인기몰이
의약품 오남용·동네약국 생존권 위협에 약사회 반발
서울경제


“성남에서 유명한 창고형 약국이 우리 동네 마트에 들어온대. 탈팡(쿠팡 회원 탈회)하고 영양제 직구 어디서 할지 고민 중이었는데 잘됐지?”

금천구에 사는 친구가 ‘메가팩토리 약국’ 서울점 개점 소식이 담긴 기사 링크를 카카오톡으로 보내왔습니다. 유산균·루테인·항산화 비타민 등 각종 영양제와 건강기능식품에 월급의 상당 부분을 투자하던 친구에게는 넓은 매장에서 카트를 끌며 약을 고를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설레는 모양이었죠. 어쩔 수 없는 직업병일까요. 친구의 들뜬 반응 뒤로, 작년 6월 성남점 오픈 당시 약사회가 거세게 반발했던 장면이 문뜩 머리를 스쳐 지나갔습니다.

대형마트처럼 의약품을 진열해 판매하는 이른바 ‘창고형 약국’이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양상입니다. 경기도 성남시에 430㎡(약 130평) 규모로 문을 연 메가팩토리약국은 카운터 중심으로 운영되던 기존 약국의 틀을 깨고 창고형 매장을 접목해 실질적인 원조로 통하는 데요.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SNS)를 중심으로 “동네 약국보다 20~30%가량 저렴하다”는 식의 반응이 확산하더니 ‘약국계 다이소’ 같은 별명이 붙으면서 화제가 됐습니다. 주말이면 주차 대란이 벌어질 정도였죠. 저 역시 평일 오후라 방심하고 취재를 갔다가 몰려드는 인파에 눈이 휘둥그레졌던 기억이 납니다. 솔직히 처음엔 ‘오픈빨’(개점 초기 매장에 손님이 몰려드는 현상)이 얼마나 갈까 싶었거든요. 그런데 탈모약 등 비급여 의약품 처방조제를 시작하고, 탈모인들의 성지로 불리는 종로 5가보다 싸다고 입소문이 나면서 여전히 방문객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부가세 환급 서비스(택스리펀)를 시작하고 일본 방송 등에 소개되면서 K뷰티에 관심 있는 외국인들의 필수 방문 코스로 자리매김했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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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8개월 만에 내는 두 번째 점포는 전용면적 2876㎡(870평)로 매장 규모가 6배 이상 커진 데다 서울 한복판의 대형 마트에 입점해 또 다른 화제를 낳고 있습니다. 서울점은 오픈 직후부터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 조제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합니다. 약사들 사이에선 탈모약으로 재미를 봤으니, 탈모 전문 병·의원을 유치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죠. 성남점보다 증상·목적별 취급 항목을 세분화하고 화장품, 반려동물 전용 제품 등으로 범위를 넓혀 5000여 개 품목을 갖추고, 건강 관련 도서를 비치한 휴식 공간도 조성한다고 해요. 오픈을 알리는 현수막이 마트 앞에 부착되자 인근 약국은 그야말로 ‘폭풍 전야’의 위기감에 휩싸였습니다.

소비자들이 새로운 형태의 약국에 열광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고르는 재미’를 제공한다는 겁니다. 대형 유통 매장의 박리다매 전략을 접목해 의약품 가격을 낮춘 것도 흥행 비결로 꼽히죠. 실제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그동안 약값 뻥튀기가 얼마나 심했던 거냐”며 부정적인 반응이 읽힙니다. 반면 대한약사회는 “기형적 약국의 난립이 동네 약국을 사라지게 만들고 국민의 의약품 접근성을 해칠 것”이라며 대안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박리다매식 판매 구조가 소비자로 하여금 필요 이상의 약을 사게 만들어 ‘의약품 오남용’을 부추길 수 있고, 복약지도는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고도 지적합니다. 아니나다를까 올해 초 울산의 창고형 약국에서 슈도에페드린 함유 조제용 의약품을 대량 판매한 사례가 적발돼 논란이 일기도 했죠. 슈도에페드린은 감기·비염 환자의 코막힘 완화 용도로 처방되는데, 불법 마약류인 필로폰의 원료로도 쓰입니다. 약사회는 이들 약국이 기준의 50배가 넘는 양을 판매한 점을 들어 윤리위원회에 회부하고 보건복지부에 행정 처분을 의뢰했습니다.

논란이 거세지자 복지부는 최근 약국의 명칭 사용과 표시·광고를 제한하는 약사법 시행규칙 개정 절차를 마무리했습니다. ‘최초’, ‘제일 큰’ 등 우월성을 강조하는 표현이나 ‘창고형’, ‘특가’ 등 대량·저가 판매를 암시하는 용어 사용이 제한되는데요. ‘창고형’이라는 간판을 내걸지 않는 한, 여전히 법적 제재는 어렵습니다. 이미 ‘최저가’의 맛을 본 소비자들의 발길을 돌릴 수 있을지도 미지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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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진 의료전문기자 realglass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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