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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하찮다”…일기장만 아는 슬픈 첫사랑의 기억 [.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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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사뮈엘의 일기 I 에밀리 트롱슈 글·그림, 이재원 옮김, 길벗어린이, 1만7000원




‘제발 지구에 재앙이 닥쳐 내일 학교에 가지 않았으면’, 할 만큼 부끄러웠던 기억, 좋아하는 아이가 다른 아이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 세상이 끝난 것처럼 슬퍼졌던 기억, 엄마에게 혼이 난 날 얼른 자라서 집을 나가고만 싶었던 기억. 누구에게도 할 수 없는 소녀 시절의 이야기들은 모두 일기장에 가서 자리를 잡았다. 그런 총천연색의 증상을 나중에 세상 사람들이 ‘중2병’이라고 부르게 된다는 걸 그때는 몰랐다.



초등학교 졸업반인 프랑스 소년 사뮈엘도 뭐든 일기장에 고백한다. 사뮈엘이 원래 일기를 썼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좋아하는 여자아이가 생긴 이상, 일기를 쓰지 않고는 배길 수 없었을 것이다. 여자아이의 이름은 쥘리다. 여자애들 중에 가장 빠른 아이, 전염병에 걸릴 수 있다고 경고해도 아무렇지 않게 길고양이를 만지는 아이, 록 음악과 이케아 카탈로그를 좋아하는 아이. 어찌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첫사랑은 실패하는 게 ‘국룰’이니까, 사뮈엘의 사랑도 이뤄질 리 없다. 쥘리를 뒤처지게 할 만큼 달리기를 잘하는 아이, 합창 시간에 근사하게 솔리스트로 노래할 줄 아는 아이. 얄미운 디미트리와 쥘리의 마음이 통하고야 말았다. 사뮈엘은 오열하며 일기장에 적었다. “나는 못생겼고 하찮다.” 밤하늘엔 쥘리라는 이름의 별이 떠올랐다.



이제 막 사랑과 삶에 호기심을 갖게 된 사춘기 아이들의 비밀스러운 속내를 훔쳐볼 수 있는 그래픽 노블 ‘사뮈엘의 일기’는 프랑스에서 출간되자마자 3주 만에 15만부가 팔려 나갔다.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돼 유럽 공영방송 아르테 티브이(ARTE TV)에서 방영됐고, 유튜브에서는 누적 4500만뷰를 기록했다고 한다. 애니메이션을 전공한 작가는 28살의 나이에 잡지 ‘베니티 페어’(프랑스판)에서 ‘2025년 프랑스 영화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50인’ 중 한명으로 소개됐다.



작가가 자신의 어린 시절을 그린 자전적 이야기라고 말해서일까. 성인 독자들에게도 ‘응답하라’ 시리즈를 보듯 추억에 잠기게 하는 힘이 있다. 내밀한 마음을 털어놓을 곳도 마땅찮은 초등학생 고학년부터 중학생까지, 사춘기 독자들에겐 큰 위로와 공감을 줄 듯하다. 낙서처럼 단순한 흑백 선으로 그려진 그림은 신날 때마다 터져 나오는 사뮈엘의 춤사위처럼 리듬감 있게 그의 감정선을 표현한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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