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 금품수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건희 여사가 지난 2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제공 |
법원이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등 혐의 대부분에 무죄를 선고하면서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시민단체와 법조계에선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판결”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29일 경향신문이 입수한 판결문을 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우인성)는 우선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행위에 대해 김 여사가 ‘인식’은 했지만, ‘공동정범’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공동정범으로 인정하려면 범죄 실행의 전 과정에서 각자의 지위와 역할, 공범에 대한 권유 내용 등을 종합하고 이런 상호 이용의 관계가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돼야 한다”고 했다. 김 여사가 자신의 계좌를 시세조종 세력에 맡겼고 이 계좌가 시세조종에 동원된다는 것은 알았을 것으로 보이지만, 명확히 공동정범으로 볼 만하게 어떤 범행을 했는지는 증명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재판부는 또 “공소사실은 ‘공동정범’으로 기소됐고 ‘방조범’ 성립 여부는 공방의 대상이 아니므로 방조에 해당할지는 판단하지 않는다”면서도 “방조에 해당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재판부의 판단과 달리 앞서 법정에서는 김 여사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의 통화 녹취록이 공개되며 김 여사가 주가조작 세력과 수익을 배분하는 정황이 드러났다. 김 여사는 “셰어(이익 공유)를 해야해서” “내가 40% 주기로 했어” 등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도이치모터스 의혹을 초기에 수사한 김태훈 대전고검장은 검찰 내부망에서 “부당한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권오수(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 공범의 기존 판결에서 김건희는 다수의 통정매매에 가담한 것으로 인정됐다”며 “김건희가 블랙펄인베스트에 제공한 20억원이 블랙펄에서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을 함에 있어 주요 자금으로 이용됐다”고 했다. 이어 “김건희를 공동정범으로 인정하지 않은 것은 분업적 역할 분담에 의한 기능적 행위지배로도 공동정범이 성립할 수 있다는 기존 판례 법리에 반한다”고 했다.
그래픽 김건희 1심 선고 |
정치브로커 명태균씨로부터 여론조사 결과를 무상으로 제공받는 등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 재판부는 김 여사가 ‘정치활동을 하는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정치자금법은 ‘기부’의 상대방이 ‘정치활동을 하는 자’인데, 20대 대선에서 이에 해당하는 것은 후보자였던 윤 전 대통령이지 배우자인 김 여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정치활동을 하는 자’인 윤석열의 당선을 도왔다고 하더라도 단지 배우자일 뿐”이라며 “정치자금법상 주체가 되려면 공동정범이 성립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경제공동체’ 논리를 전제해도 피고인이 윤석열의 여론조사 결과라는 이익 수수에 있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즉 범죄 수행에 있어 피고인의 ‘기능적 행위 지배’의 내용이 무엇인지가 파악되지 않는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이 명씨와의 통화에서 “내가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고 언급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공천권 행사로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실제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에서 (윤석열의) 그런 말이 고려된 바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공관위 관계자가 “다선 의원이고 여성이라는 점으로 전략 공천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김영선 전략공천이 잘못된 판단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진술한 것도 근거로 들었다. 윤 전 대통령의 발언 녹취가 명확한데도 국민의힘 관계자들의 말만 인용해 ‘전략공천 압력’이 작용하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대선 기간 중 후보자에게 제공된 맞춤형 여론조사가 ‘개인 홍보’나 ‘단순 참고용’일 수 있는가”라며 비판했다. 윤 전 대통령 부부와 명씨가 작성한 계약서 같은 증거가 없다는 법원 판단에 대해서도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했다. 경실련은 “정치 브로커와 권력자 사이의 은밀한 거래가 정식 계약서를 쓰고 이루어지는 경우가 얼마나 되겠는가”라며 “통일교 사건에서는 중간 브로커의 역할과 정황만으로도 뇌물을 인정했으면서, 왜 명태균 사건에서는 ‘형식적 계약서’라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며 면죄부를 주는가”라고 했다.
재판부는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통일교 측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것과 관련해서도 확인된 3차례의 수수 중 2차례만 알선 목적이 있는 청탁이라고 인정했다. 2022년 4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802만원 상당의 샤넬 가방과 인삼차를 전달받을 때는 명확한 청탁이 없었다는 게 이유다.
법원은 “윤영호가 피고인과의 친분을 쌓는 처음 단계에서 관계가 좋아지면 향후 정부 지원을 받을 수도 있다는 기대를 갖고 가방 등을 공여했을 수 있다”면서도 “피고인은 (가방 수수 이후부터) 전성배로부터 문자 등을 전달받고 통일교의 UN 제5사무국 유치 등 청탁의 구체적인 내용을 인식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에 따라 처음 가방을 받을 때는 청탁이 존재한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알선 명목 수수라고 볼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는 “각각의 가방을 줄 당시 구체적인 청탁이 없었다면 무죄라는 기계적인 판단”이라며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유죄로는 인정할 수 없다는 식의 법원의 논리는 국민의 법 상식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법리적으로 다툼의 여지가 크다”고 비판했다.
김정화 기자 clean@kyunghyang.com, 최혜린 기자 cher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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