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김건희 여사(사진)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에 무죄를 선고한 근거로 주가조작 공범들이 김 여사를 ‘아군’에서 배제하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판결문에 적시한 것으로 29일 나타났다.
● 김 여사를 ‘싸가지 시스터스’로 불러
127쪽 분량의 김 여사 1심 판결문에 따르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선수인 민모 씨와 김모 씨는 2011년 4월 6, 7일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으며 김 여사에 대해 적대적인 표현을 썼다. 민 씨가 “매수 대기조는 대기만 시켜 놔요?”라고 묻자 김 씨는 “피아가 분명한 팀은 이제 조금씩 사야지. 김건희, OO(또 다른 투자자 이름) 싸가지 시스터스 같은 선수들 말고”라고 답한 것. 1월경엔 민 씨가 ‘김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거래 수익 정산에 대해 항의했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내자 김 씨는 “듣던 대로 XX이구먼”이라고 김 여사를 표현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이를 근거로 “당시 이들(주가조작범)에게는 피고인(김 여사)과 함께 시세 조종을 할 의사가 없었던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김 여사는 2012년 9월 12일 다른 주가조작 공범 이모 씨에게 “(주가가) 올라간 건 확실해?” “지금 단가에선 사야겠네”라며 투자 조언을 구했다. 재판부는 이를 두고도 “만약 피고인이 (주가조작범과) 공모 관계라면 피고인이 이 씨에게 주가 전망을 물어보지 않았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 法 “방조 인정돼도 공소시효 지나”
재판부는 김 여사의 방조 혐의에 대해선 “공소장에 담기지 않아 판단하지 않는다”면서도 “방조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공소시효가 완성됐다고 보인다”고 밝혔다. 2차 주가조작 시기(2010년 10월∼2012년 12월)는 유죄로 볼 증거가 없고, 1차 주가조작(2009년 12월 23일∼2010년 10월 20일)의 수익 정산이 완료된 시점인 2011년 1월을 기준으로 보더라도 공소시효가 범죄액 기준 10년 후인 2021년 1월에 완성됐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특검이 김 여사를 지난해 8월 29일에 기소했기 때문에 면소 요건에 해당한다고 판결문에 썼다.
지난해 특검 내부에서 벌어졌던 자중지란이 무죄 선고에 영향을 미쳤다는 시각도 있다. 특검에서 근무했던 한 관계자는 “지난해 9월 검찰 개혁에 반발한 특검 검사들의 집단 항명 이후 (주가조작 의혹 담당 수사팀이었던) 1팀의 분위기가 유독 어수선했다”며 “이후 팀장마저 교체되면서 수사력이 저하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진관)가 특검에게 피고인의 혐의를 변경해서 적용하라고 요청한 것과 비교해 김 여사 재판부의 소송 지휘가 소극적이었단 분석도 나온다.
● “국모의 품격 거론하며 선물 지시”
김 여사가 통일교 측으로부터 받은 샤넬 가방 2개의 유무죄가 대가성 여부에 따라 달라지면서 아직 진행 중인 ‘매관매직 의혹’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우인성)는 28일 김 여사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면서 샤넬 가방 1개에 대해선 선물로, 나머지 1개는 통일교 현안 청탁 대가라고 봤다. 알선수재죄의 핵심인 대가성에 대한 판단에 따라 유무죄를 다르게 판단한 것.
김 여사가 2022년 4월 받은 800만 원짜리 샤넬 가방엔 대가관계가 얽혀 있지 않았다는 게 1심 법원의 판단이다. 이 가방을 받은 후 통일교 측과 나눈 대화에서는 의례적인 당선 축하 인사와 감사 인사만 오갔고, 청탁 관련 내용은 없었다는 이유다. 반면 2022년 8월 받은 가방에 대해선 대가성이 인정됐다. 청탁도 있었고, 김 여사가 이를 알고도 받았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한편 김 여사에게 금품을 전달한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 1심 판결문에 따르면 한학자 통일교 총재는 2022년 6월 말 김 여사 장신구 관련 언론 보도를 접하고 윤 전 본부장에게 ‘국모의 위상’, ‘국모의 품격’을 언급하며 김 여사에게 목걸이를 선물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송유근 기자 bi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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