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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 자체가 문제"라는 유엔사…DMZ법 두고 한·미 갈등 비화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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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사-통일부, 'DMZ법'과 정전협정 해석 두고 입장 차이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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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무장지대(DMZ) 내 판문점에서 국군과 미군이 보초를 서는 모습. ⓒ 로이터=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여당이 정부의 비무장지대(DMZ) 내 관할권을 확대하기 위해 발의한 이른바 'DMZ법'을 두고 유엔군사령부(유엔사)와 정부·여당의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유엔사는 이 법안이 "정전협정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며 명확한 반대 의사를 표한 반면, 통일부는 "정전협정 위반 소지"는 없다며 국회의 입법 절차를 지지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유엔군사령관을 주한미군사령관이 겸임하고 유엔사가 미국 합동참모본부의 지휘를 받는다는 점에서, 일각에서는 이 사안이 한미 갈 갈등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유엔사 "정전협정과 정면 충돌"…통일부 "위반 소지 없어"

유엔사 관계자는 전날인 28일 서울 용산기지의 한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유엔사가 언론과 정기적으로 소통하는 자리가 없었던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간담회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이 자리에서 유엔사 관계자는 "DMZ법이 통과되면 법리적으로나 합리적으로 해석할 때, 한국 정부가 정전협정 적용 대상이 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해 주목을 받았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대한민국 정부가 DMZ 출입 승인 권한을 갖는 것은 정전협정에 정면 충돌하는 것으로, 유엔군사령관의 권한을 과도하게 훼손하는 것(so undermine)"이라고 톤을 높였다.

'DMZ법'은 더불어민주당의 한정애·이재강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DMZ의 평화적 이용' 관련 법안들을 말한다.

해당 법안들은 현재 유엔사가 가지고 있는 DMZ 출입 권한의 일부를 정부가 가져오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한국 정부도 비군사적·평화적 목적에 한해서는 민간 등의 DMZ의 출입을 승인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는 DMZ 활용의 자율성을 높여 남북 간 교류·협력·생태 관광 정책을 폭넓게 추진하겠다는 이재명 정부의 구상을 반영한 것으로, 통일부 역시 입법에 적극적이기도 하다.

그러나 유엔사는 지난달 17일 홈페이지 성명을 통해 "군사분계선(MDL) 이남 DMZ에 대한 출입 통제는 정전협정에 따른 유엔사의 관할권"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간 정치적 의사 표현을 최대한 자제해온 유엔사가 성명까지 내면서 여당의 입법 추진 사항에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친 것 역시 이례적이었다.

반면, 통일부는 해당 법안에 DMZ 출입 승인 시 정부와 유엔사 간 '사전 협의'를 명시하고 있는 만큼 정전협정 위반 소지는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유엔사의 DMZ 관련 권한을 정부가 전부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양측 간 조율의 영역을 확대하겠다는 것으로, 정전협정에 근거한 유엔사의 권한을 훼손하는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 역시 전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현안질의에서 "유엔사가 얘기한 건 유엔사의 입장이고, 국회가 법을 제정하는 것은 입법부의 고유 입법 권한"이라며 DMZ법 입법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정전협정' 두고 해석 차이…'감정싸움' 기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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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마을 모습 /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유엔사와 정부 간 불협화음은 정전협정에 대한 해석 차이에 따른 것이다.

유엔사는 정전협정 1조 7·8·9항을 근거로 MDL과 DMZ 이남에 대한 출입 권한은 전적으로 자신들에게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정부는 정전협정 서문에 협정의 영역이 '순전히 군사적 성질에 있다'고 명시한 점을 근거로, 유엔사가 비군사적인 영역에서까지 출입을 통제하는 것은 주권 침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유엔사 관계자는 전날 간담회에서 "'비군사적 부분에서 유엔사가 관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측은 '군사적 성질'이라는 단어 하나에 집중한 것 같다"라며 "정전협정은 전쟁을 중단시켜 향후 평화협정이 체결되기 전까지의 역할을 맡기 때문에, 서문의 '군사적 성질'이라는 말은 정전협정이 평화협정이라는 오해를 방지하고자 추가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세부 조항을 보면 유엔군사령관이 군사적 측면뿐만 아니라 민사행정까지도 책임을 지는 내용이 있고, 후속 합의서에서도 DMZ 내부 출입 시 민간인 보안을 규정하고 있다"라며 "지난 70여년간 한국 정부는 정전협정에 나온 대로 유엔군사령관이 DMZ 관할권을 보유하고 있다고 인정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특히 유엔사는 DMZ 내에서의 활동이 늘어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우발적 사고를 우려하는 것으로도 보인다. 유엔사 관계자는 "DMZ법은 유엔군사령관의 권한을 제3자에게 넘겨주면서도 모든 책임은 결과적으로 사령관에 있는 상황을 만들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정전협정 관리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책임을 진다는 개념인 것 같은데, 존중은 하지만 만약 DMZ에서 우리 국민이 다쳤다면 오롯이 유엔사 책임인지는 모르겠다"라며 유엔사의 주장에 오류가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유엔사가 현재 DMZ 내에서 발생하는 모든 사안에 책임을 지고 있지 않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다소 감정적으로 보이기도 하는 정부와 유엔사 간 이견은 문재인 정부 때 △남북 철도 북측 구간 현지 조사 △타미플루 대북 지원 등 정부 주도로 추진하던 남북 교류협력 사업에 유엔사가 대북제재를 이유로 자주 제동을 걸었다는 현재 여당의 인식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통일부 "유엔사와 협의하겠다"지만…한미 갈등으로 비화?

통일부는 앞으로 유엔사와의 협의를 통해 국회의 입법 절차를 그대로 지원하겠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유엔사가 전날 언론 브리핑을 통해 DMZ법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근본적인 차원의 이의 제기를 하면서, 정부와의 협상에 전향적으로 임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일각에서는 유엔사가 미국의 합동참모본부의 통제를 받는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가 한미 양국 간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유엔사가 이견을 공론화하며 갈등을 에스컬레이팅(확대)하기 보다는 충분한 물밑 협의를 거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조용근 경남대 교수는 "과거에도 남북이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위해 국민 다수가 DMZ를 왕래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자, 유엔사가 출입 승인 문제를 제기했지만 원활한 협의를 통해 해결된 사례가 있다"고 짚었다.

당시 정부와 유엔사가 '관리권'과 '관할권'을 구분해 형식적으로는 유엔사가 최종 승인 권한을 유지하면서도 실질적인 운용은 우리 정부가 하도록 합의했다는 설명이다.

조 교수는 "현 상황이 단순 '기 싸움'으로 번지지 않도록 정부와 유엔사가 정전협정에 대한 해석부터 다시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라고 조언했다.

plusyou@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용어설명> ■ 7·8·9항 7.군사정전위원회의 특정한 허가 없이는 어떠한 군인이나 민간인이나 군사분계선을 통과함을 허가하지 않는다. 8.비무장지대 내의 어떠한 군인이나 민간인이나 그가 들어가려고 요구하는 지역사령관의 특정한 허가 없이는 어느 일방의 군사통제하에 있는 지역에도 들어감을 허가하지 않는다. 9.민사행정 및 구제사업의 집행에 관계되는 인원과 군사정전위원회의 특정한 허가를 얻고 들어가는 인원을 제외하고는 어떠한 군인이나 민간인이나 비무장지대에 들어감을 허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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