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해 9월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법원이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와 명태균씨로부터 무상 여론조사를 제공받은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면서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재판장인 우인성 부장판사가 선고에 앞서 ‘법 적용은 만인에게 평등해야 한다’는 취지의 한자성어를 언급한 것을 두고 대중이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을 합리화하려는 ‘자기변명’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형사법 전문가인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28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형무등급, 추물이불량, 검이불루 화이불치. 대개 이런 말을 인용하는 것은 판사가 자기 멋에 취해 있거나 뭔가 변명처럼 해나갈 때 하는 우회 논법”이라며 “판사는 드라이하게 사실관계를 확정하고 법 적용을 하면 된다”고 말했다.
우 부장판사가 28일 김 여사의 주가조작 등 사건 1심 선고공판에서 선고에 앞서 여러 한자성어를 언급한 점을 비판한 것이다. 우 부장판사는 “옛말에 형무등급(刑無等級), 그리고 추물이불량(趣物而不兩)이라는 말이 있다”며 “법의 적용에는 그 적용을 받는 사람이 권력자이든, 아니면 권력을 잃은 자이든 예외나 차별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뜻의 라틴어 법언인 ‘in dubio pro reo’도 언급하며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죄가) 불분명할 땐 피고인의 이익으로 한다는 원칙이 다르게 적용될 수 없다. 그게 공정한 재판의 전제”라고 밝히기도 했다.
한 교수는 김 여사의 자본시장법 위반(주가조작)과 정치자금법 위반(여론조사 무상제공) 혐의에 무죄를 준 재판부 논리를 비판하며 “무죄 심증이 꽉 차서, 다른 게 귀에 안 들어오는 억지 논리”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법학자 출신인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도 29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우 재판장은 ‘권력을 잃은 자’ 김건희가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고, 이러한 관점에서 주가조작 혐의에 무죄판결이라는 선물을 주려고 작정했던 것”이라고 꼬집었다.
우 부장판사의 한자성어 언급이, 재판부가 국민 법 감정과 괴리돼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검사 출신인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9일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이하 뉴스공장)에 나와 “판결이 아니라 언어유희, 혹세무민(세상을 어지럽히고 백성을 미혹하게 하여 속임)”이라며 “판사가 국민의 법 감정과 동떨어진 자기만의 성을 쌓고 사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다른 나라,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다”고 비판했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도 이날 시비에스(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국민들을 설득해야 될 판결을 선고하는 과정에 국민과 친숙하지 않은 한자어나 라틴어로 본인이 얼마나 고심했는지를 보여주려 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어떻게 보면 본인 세계에 매몰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우 부장판사가 대통령 부인의 지위를 활용한 ‘권력형 범죄’를 두고 ‘개인의 허영심’을 언급한 것을 두고도 비판이 나왔다. 판사 출신인 김승원 민주당 의원은 이날 ‘뉴스공장’에 출연해 “저희가 배울 때는 ‘중죄는 엄벌하고, 경죄는 관용을 베풀라’ 배웠다. 상엄하관이라 해서, 위에 있는 사람일수록 엄정하게 처벌하고 아래에 있는 사람에겐 관용을 베풀라고 했는데, 그런 언급 없이 말장난을 해서 무죄를 줬다”고 말했다.
이어 우 부장판사가 김 여사의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에 대해 일부 유죄를 선고하면서 “고가의 사치품을 뿌리치지 못하고 자신을 치장하는 데 급급했다”고 언급한 대목을 두고 김 의원은 “허영심 때문에 이런 범죄에 이르게 됐다는 식으로 판단했는데, 김건희씨가 국가 운영체계를 완전히 흔들어버린 것에 대해 지적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우 부장판사가 선고 뒤 피고인인 김 여사와 인사를 주고받은 것을 두고도 뒷말이 나왔다. 한 교수는 페이스북 글에서 “유죄 선고한 판사가 (재판을) 마치면서 일어나서 피고인과 인사를 나누는 그런 경우가 흔치 않은 듯한데”라며 “참 드문,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단 그들에게만 아름다운”이라고 지적했다. 검사 출신인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도 이날 ‘뉴스공장’에 출연해 “유죄판결하고 나서 피고인한테 인사하는 재판장은 처음 봤다”고 말했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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