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이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자영업자 500명을 대상으로 자영업자 경영환경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63.4%는 전년 대비 올해 경영상황이 ‘악화’됐다고 답했다. ‘비슷’하다는 29.8%였으며, ‘개선’은 6.8%에 그쳤다. 사진제공=뉴시스 |
[이데일리 김정민 경제전문기자]정부가 전자신고세액공제를 절반으로 줄이는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면서, 반발이 격화하고 있다. 전자신고세액공제 적용 대상자 695만명 가운데 약 480만명이 간편장부·경비율 신고자 등 영세납세자로 파악되면서, 제도 축소가 취약 납세자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조치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자신고세액공제는 납세자가 종합소득세·법인세·부가가치세 등을 전자신고 방식으로 신고할 경우 건당 일정 금액을 세액에서 공제해주는 제도다. 현재 개인사업자는 신고 유형에 따라 건당 2만원, 부가가치세는 1만원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이 제도는 전자신고 확산을 위한 유인책으로 도입됐다. 전자신고를 통해 납세자는 서류 작성 부담을 덜고, 국가는 행정 비용을 절감하는 구조다.
전자신고세액공제 적용 대상자 695만명 중 약 480만명은 간편장부 신고자, 경비율 신고자 등 영세납세자로 분류된다. 배달라이더 등 플랫폼노동자, 소규모 자영업자, 부업 형태의 개인사업자가 다수를 차지한다.
정부 “전자신고 정착…공제 수준 합리화”
정부는 전자신고세액공제 축소 배경으로 전자신고 제도 정착을 들고 있다. 전자신고율이 크게 높아진 만큼, 초기 확산을 위해 도입된 세액공제를 현행 수준으로 유지할 필요성이 줄어들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 종합소득세·법인세 전자신고세액공제를 2만원에서 1만원으로, 부가가치세 공제를 1만원에서 5000원으로 각각 50% 축소하겠다는 방침을 입법예고했다.
정부는 전자신고세액공제가 영구적 세제지원이 아니라 정책 유인을 위한 한시적 장치인 만큼 계속 세액공제를 유지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전자신고가 일반화한 상황에서 공제 축소가 납세율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란 판단이다.
이번 개정으로 확보되는 세수 증대 효과는 1000억원대로 추산된다. 전자신고세액공제 적용 대상자 695만명이 현재 받고 있는 세공제액은 최대 4만원. 이를 절반으로 줄이는 만큼 1인당 2만원씩 세부담이 늘어난다. 정부 역시 전자신고세액공제 축소가 재정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판단이다.
전문가들은 “세수 효과가 크지 않다면, 제도 축소로 인한 부담을 굳이 영세납세자에게 전가할 이유가 무엇인지 설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공제 금액은 1만~2만원 수준이지만, 소득 변동성이 크고 사회안전망이 취약한 납세자에게는 체감 부담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전자신고세액공제는 전자신고가 정착될수록 납세자의 협력 부담이 누적되는 구조여서, 공제 축소는 행정 효율의 이익은 국가가 유지하면서 비용만 납세자에게 전가하는 결과를 낳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배달플랫폼노조 조합원과 배달라이더들이 집회를 마치고 국회 방면으로 행진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
노동계·소상공인 반발 확산…“시행령으로 입법 취지 무력화”
이해관계자들을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전자신고세액공제가 배달라이더 등 플랫폼노동자에게 최소한의 납세 안전판 역할을 해왔다며, 사회안전망이 취약한 노동자에게 먼저 부담을 지우는 시행령 개정은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은 재졍경제부에 보낸 의견서에서 “플랫폼노동자는 고용 안정성과 사회안전망이 취약한 상황에서 세무 지식 부족으로 전자신고 시스템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전자신고세액공제는 저소득 플랫폼노동자가 세무대리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사실상 마지막 완충 장치 역할을 해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제 금액은 크지 않지만 소득 변동성이 큰 라이더들에게는 체감 부담이 매우 크다”며 “공제 축소는 취약 납세자에게 먼저 불이익을 주는 조치”라고 강조했다.
한국노총 전국연대노동조합 또한 “국회는 이미 전자신고세액공제 폐지·축소를 담은 세법 개정안을 논의 끝에 폐기한 바 있다”며 “그럼에도 정부가 시행령 개정을 통해 공제액을 50% 줄이려는 것은 국회의 심의·의결 취지를 무력화하는 행정입법”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전자신고세액공제 적용 대상자의 다수는 간편장부 신고자, 경비율 신고자 등 영세납세자”라며 “공제 축소는 플랫폼노동자의 실질 세 부담을 직접적으로 증가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덧붙였다.
소상공인연합회와 한국세무사회 역시 제도 축소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재정경제부에 보낸 의견서를 통해 “전자신고세액공제는 소상공인에게 주는 특혜가 아니라, 국가의 징세 행정 부담을 대신 떠안은 데 대한 최소한의 보전 장치”라며 “세수 효과도 미미한 공제를 굳이 축소해 영세 소상공인의 부담을 늘리는 것은 정책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구재이 한국세무사회 회장은 “전자신고세액공제는 전자신고 달성을 위한 정책 목표로 취급될 제도가 아니라, 납세자가 부담하는 세정 협력비용을 보전하기 위한 제도”라며 “국회가 여야 합의로 폐기한 사안을 시행령으로 다시 추진하는 것은 조세 입법 체계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는 전자신고세액공제를 축소할 것이 아니라, 납세협력세액공제로 제도 성격을 명확히 하고 영세 납세자에 대한 세제 지원을 오히려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