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윤찬의 열정 |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슈만의 '피아노 협주곡'은 1845년 독일 드레스덴에서 아내 클라라 슈만의 초연으로 세상에 공개됐다.
피아노와 관현악의 조화, 서정적이면서 시적인 아름다움, 그리고 아내 클라라를 향한 슈만의 사랑이 담긴 명곡으로 불리며 이후 180년 동안 전 세계 클래식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우리나라에서도 '슈피협'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한국인이 좋아하는 클래식' 순위에 자주 올랐다.
28일 밤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정명훈&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연주회는 슈만으로 대표되는 낭만주의 음악의 본질과 깊이를 새롭게 조명한 무대였다. 특히 협연자로 나선 임윤찬은 오케스트라와의 조화를 통해 슈만의 '피아노 협주곡'의 주제인 '환상과 서정'을 마음껏 선보였다.
슈만의 유일한 피아노 협주곡인 이 작품은 당대의 화려한 기교를 앞세운 다른 피아노 협주곡들과 달리, 오케스트라와의 협력을 통한 아름다운 음색을 추구한다. 당연히 피아노 솔리스트의 화려함보다는 오케스트라와의 내밀한 호흡이 중요한 작품이다. 임윤찬이 이날 연주에서 기교 대신 짜임새와 조화를 선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오케스트라와의 호흡에만 집중하며, 관현악의 소리에 귀 기울여 음악을 완성해냈다.
임윤찬과 정명훈 |
이날 임윤찬의 연주는 기존의 해석과는 또 다른 차원의 깊이를 보여줬다. 그는 음 사이의 미묘한 간격과 속도를 자유롭게 조절해가며 슈만이 아내 클라라를 위해 남긴 음악적 메시지에 깊은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1악장 제시부 이후의 느린 부분(안단테)과 오케스트라 없이 연주하는 카덴차에서 임윤찬 특유의 시간을 거스르는 듯한 해석이 빛났다. 활시위를 아주 서서히 있는 힘껏 잡아당긴 뒤 속사로 쏘아댄 화살처럼 질주했다. 열정적인 그의 연주에 오케스트라 단원들도 놀란 듯 손을 놓고 오롯이 피아노 선율에 몰입했다.
2악장에서는 첼로와 피아노의 대화가 두드러졌다. 임윤찬은 꿈결을 거니는 듯한 피아노 선율로 악장을 시작했고, 중간부에서는 첼로의 풍부한 선율을 받아들이며 작품의 명상적인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3악장에서는 민첩하면서도 과장되지 않은 연주로 완벽한 악보 해석을 들려줬다. 임윤찬의 연주는 마치 꿈을 꾸는 듯한 '환상성'과, 깊은 '서정성'을 동시에 담아내며 관객들에게 잊을 수 없는 감동을 선사했다. 앙코르로 들려준 쇼팽의 '왈츠'까지 어디 하나 흠잡을 데 없는 연주였다.
눈을 감은 임윤찬 |
정명훈이 이끈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는 전통적인 사운드와 드라마틱한 해석으로 임윤찬의 그림에 점을 찍었다. 독일 정통 관현악 사운드의 상징으로 불려 온 478년 역사의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는 3년 만에 한국에서 다시 만난 정명훈과 완벽한 호흡을 선보였다.
슈만 피아노 협주곡뿐만 아니라, 베버의 '마탄의 사수' 서곡과 드보르자크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에서도 깊은 울림을 관객에게 전했다. 특히 '신세계로부터' 2악장의 '라르고'(Largo) 멜로디는 서정성의 정수를 보였고, 익숙한 4악장의 팡파르는 연주회 전반에 장중함을 더했다.
임윤찬 슈만 피아노 협주곡 연주 |
공연이 끝난 후 롯데콘서트홀은 힘찬 박수와 환호로 가득 찼다. 관객들은 임윤찬의 섬세하면서도 강렬한 연주, 정명훈의 노련한 지휘,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의 깊은 선율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임윤찬은 이번 공연 이후에도 당분간 슈만 피아노 협주곡 연주에 집중할 예정이다. 30일 평택아트센터에 이어 31일과 다음 달 1일에는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슈만 협주곡을 다시 연주한다. 이후 미국과 홍콩 등지에서 같은 프로그램으로 연주회를 이어간다.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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