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비무장지대(DMZ) 상공 일대가 적막하다. 연합뉴스 |
◆DMZ 이용 추진하는 정부
국회에서 발의된 DMZ법은 비군사적·평화적인 목적에 한해 DMZ 출입권을 한국 정부가 행사하도록 하고 있다. 통일부는 이를 ‘영토 주권’과 연계해 입법을 지원하고 있다.
통일부는 DMZ의 비군사적·평화적 이용을 둘러싼 법적 기반과 범정부 조정 필요성을 근거로 지난해 말 업무보고를 통해 DMZ 법제 정비 방침을 공식화했다. DMZ의 비군사적 활용과 관련한 사업과 출입, 협력 절차가 국내 법률에 포괄적으로 규율돼 있지 않은 상황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통일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올해 업무보고에서 DMZ 법제 정비를 통해 평화·생태·환경 분야를 중심으로 한 비군사적 협력 공간을 제도화하겠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DMZ 국제 생태·평화관광 협력지구 조성, 국제포럼 개최, ‘DMZ 평화의 길’ 운영 등이 포함되어 있다. 통일부는 정치·군사 현안과 분리된 환경·생태·평화 분야 협력과 제한적 접촉을 통해 남북 간 신뢰 회복의 계기를 찾아 왔다. DMZ의 평화적 이용은 이런 시도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다고 통일부는 보고 있다.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우리 군 초소와 북한 군 초소. 뉴스1 |
◆유엔사와 협력 대신 갈등 두드러져
이 같은 현안을 추진하려면 정전협정에 근거해 DMZ를 관리하며, 출입을 통제하는 유엔사와의 협력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유엔사와 통일부 간에는 DMZ를 둘러싸고 갈등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DMZ법 공청회에서 “우리의 영토 주권을 마땅히 행사해야 할 DMZ에 출입조차 통제당하고 있다. 주권 국가로서 체면이 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유엔사 관계자는 “DMZ 남측 지역이 대한민국의 주권적 영토라는 점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면서도 “1953년 한국 정부는 정전협정을 적용받기로 주권적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DMZ 남측 지역에 대한 유엔사의 관할권을 빼앗아가면 정전협정과 정면 충돌하고 다른 이해 관계자들까지 심각한 여파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사를 구성하는 미국 등 서방국가들과 더불어 북한까지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엔사는 유엔군사령관이 DMZ 내 군사적 측면 외에도 민사행정·구제사업도 책임진다는 기존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유엔사가 민간인 출입까지 통제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정부와 여권 일각의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유엔사는 통일부가 ‘DMZ 평화의 길’ 중 DMZ 내에 위치해 일반 개방이 중단된 3개 코스(파주, 철원, 고성)의 재개방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서도 안전을 이유로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
DMZ 출입과 관할 문제를 두고 유엔사와 정부 간 이견은 문재인정부 시절에도 있었고, 최근에는 김현종 국가안보실 1차장의 유해 발굴 현장 방문이 불허되면서 불거졌다.
문제는 유엔사와 정부의 갈등이 매우 이례적으로 표면화됐다는 점이다. 유엔군사령관은 주한미군사령관이 겸직하고 있다. 한·미 동맹 마찰로 번질 수 있다는 점에서 물밑에서 갈등을 관리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공개적 이견 노출은 양측 간 정책 조율 및 대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실제로 유엔사는 DMZ법 추진에 관해 사전에 통일부 등 한국 정부로부터 사전 설명을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박수찬·장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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