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통일교 청탁뇌물 수수 의혹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김건희 여사가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재판에 출석했을 때다. (사진=뉴시스) |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우인성 부장판사)는 28일 자본시장법 위반 및 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여사에게 징역 1년 8개월과 추징금 1281만 5000원을 선고했다.
우 판사는 이날 선고 공판을 낯선 외국어로 시작했다. 우 판사는 선고에 앞서 몇 말씀 드리겠다며 ‘인 두비오 프로 레오(In dubio pro reo)’를 언급했다.
이는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에게 유리하게”라는 뜻을 지닌 유명한 라틴어 법 격언으로 로마법에서 유래해 지금도 대다수 나라에서 형사법 대원칙으로 강조되고 있다. 그래서 형사재판에서는 피고인의 범행에 합리적 의심이 존재한다 해도 법관은 쉽사리 유죄를 선고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 형법 교과서에서도 강조하는 부분 중 하나다.
우 판사는 구속 상태인 김 여사가 법정에 출석하자 “옛말에 형무등급(刑無等級), 추물이불량(趣物而不兩)이라는 말이 있다”고 운을 뗐다.
형무등급은 ‘법의 집행에 계급·차별이 없어야 한다는 원칙’을 뜻한다. 추물이불량은 ‘사물을 대할 때 둘로 나누어 차별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즉 권력자 여부와 무관하게 법의 예외·차별을 두지 않겠다는 의도로 이들 격언을 사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 판사는 “법의 적용에는 그 적용을 받는 사람이 권력자이든, 아니면 권력을 잃은 자이든, 예외나 차별이 없어야 한다”며 “재판부는 헌법 제103조(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에 의거, 증거에 따라 판단했음을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자본시장법 위반 및 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건희 여사 재판을 이끌고 있는 우인성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 부장판사 (사진=뉴시스) |
결과적으로 재판부는 김 여사 혐의 중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자본시장법 위반), 명태균 여론조사(정치자금법 위반) 관련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세력에 자신의 계좌를 맡길 때 시세조종을 인식하거나 이를 용인했을 여지는 있지만, 시세조종 세력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주식 거래를 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로부터 무상 여론조사를 제공받은 사실은 있지만 윤 전 대통령 부부가 이에 대한 재산상 이득을 취득했다고는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인 두비오 프로 레오(In dubio pro reo)’ 우 판사가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에게 유리하게”를 먼저 언급한 이유가 이해되는 대목이다.
또 김 여사가 2022년 4월에 받은 802만 원 상당 샤넬백에 대해선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과 김 여사가 ‘대선을 도와줘서 고맙다’는 취지로 전화 통화를 하긴 했으나, 의례적 표현일 뿐 청탁을 주고받았다고 볼만한 내용이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다만 1200만 원 상당 샤넬백과 6000만 원 상당 그라프 목걸이 수수 부분은 김 여사가 정부 지원 등 통일교 측 구체적 청탁을 인식한 상태에서 고가의 금품을 수수했다는 점이 인정돼 유죄로 판단됐다.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건희 여사가 2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우인성)는 28일 오후 김 여사의 자본시장법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상 알선수재 등 혐의 사건 선고기일을 열고 징역 1년8개월을 선고했다. (사진=서울중앙지법 제공) |
앞서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달 결심 공판에서 총징역 15년 및 벌금 20억 원, 추징금 9억 4800여만 원을 구형한 바 있다.
이날 선고를 들은 김 여사는 재판부를 향해 두 차례 고개 숙여 인사했다.
특검팀은 선고 직후 항소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김 여사 측도 “알선수재 관련 형이 다소 높게 나와 추후 항소 등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했다.
한편 김 여사와 관련된 재판은 계속될 전망이다. 김 여사는 이 외에도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특정 후보를 당 대표로 밀기 위해 통일교인들의 집단 당원 가입을 요청한 혐의(정당법 위반), 공직을 대가로 금품을 받은 ‘매관매직’ 혐의(특가법상 알선수재)로도 기소돼 재판을 앞두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