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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된 수순?"…'HBM' 승기 쥔 SK하이닉스, 삼성전자 꺾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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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그래픽=홍연택 기자


[뉴스웨이 고지혜 기자]

"SK하이닉스는 2015년 업계 최초로 HBM을 양산한 이후, 최고 성능 제품을 잇달아 세계 최초로 내놓으며 기술 리더십을 쌓아왔습니다. 이번 실적 역전은 사실상 예고된 수순이죠"

한 업계 관계자가 이번 삼성전자의 뼈아픈 굴욕에 대해 평가한 내용이다. SK하이닉스가 지난해 연간 실적에서 사상 처음으로 삼성전자 영업이익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당초 양사가 익일 나란히 '사상 최대 실적'을 발표할 계획이었지만, SK하이닉스가 실적도, 발표 시점도 고지를 선점했다. AI 반도체 시대의 핵심 무기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경쟁력이 이번 판도를 갈랐고, 이 격차는 당분간 고착화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28일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매출액 97조1467억원, 영업이익 47조2063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대비 47%, 101%씩 증가한 규모다.

이번 실적이 갖는 상징성은 단순한 '호실적'에 그치지 않는다. 사상 처음으로 삼성전자 전사 영업이익(잠정 43조5300억원)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삼성전자가 오랫동안 지켜온 '국내 상장사 영업이익 1위'라는 명패도, '반도체 업계 최대 실적' 깃발도 빼앗겼다.

삼성전자에겐 더 뼈아픈 대목이 남아 있다. SK하이닉스의 실적은 순수 반도체 사업에서만 나온 성과라는 점이다. 반면 43조원 가량의 삼성전자 실적은 가전·모바일 등 사업을 모두 합산한 수치로, 반도체 사업만 놓고 보면 격차는 더욱 벌어지게 된다. 삼성전자 DS부문의 증권가 추정치는 22조5000억원 안팎으로, 이 경우 SK하이닉스와 두 배 가까운 차이가 점쳐진다.

사실 이번 결과는 업계에서는 이미 예고된 굴욕이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이미 SK하이닉스는 2024년 4분기 이후 5개 분기 연속 분기 영업이익에서 삼성전자를 앞지르고 있었다. 일례로 지난해 4분기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은 19조1696억원, 같은 기간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은 16~17조원 수준으로 추산되고 있다.

지난해 SK하이닉스가 승기를 잡았던 가장 큰 핵심 무기는 'HBM'에 있었다. AI와 함께 HBM 수요가 폭발하면서 시장의 무게추는 SK하이닉스 쪽으로 기울었다. SK하이닉스는 HBM3E(HBM 5세대)와 차세대 HBM4(HBM 6세대)를 동시에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유일한 업체로 정평이 나 있다.

현재 주력인 HBM3E의 경우 SK하이닉스가 AI 가속기 시장의 최대 고객사인 엔비디아에 물량 대부분을 소화해왔다. 사실상 SK하이닉스의 독주체제나 마찬가지였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SK하이닉스의 HBM 시장 점유율은 약 60%에 달한다.

삼성전자도 손을 놓고 있던 것은 아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HBM 출하량을 빠르게 늘렸지만, 초반 HBM3E 품질 인증 지연 등으로 주도권을 놓친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초기 공급 물량 역시 제한적인 만큼, 단기간 내 HBM 시장 구도를 뒤집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여기에 SK하이닉스는 범용 D램과 낸드에서도 수익성을 끌어올렸다. 일반 D램은 10나노급 6세대(1c 나노) DDR5 양산에 돌입했고, 256GB DDR5 RDIMM을 앞세워 서버용 메모리 리더십을 강화했다. 낸드 부문에서도 321단 QLC 개발을 완료하고, 기업용 SSD 중심 전략으로 연간 기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범용 D램은 출하량이 줄어든 반면 가격은 상승하면서,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수익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실적 구도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HBM3E에서의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차세대 제품인 HBM4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HBM4에 사활을 걸더라도 단기간 내 삼성전자가 판을 뒤집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올해도 전체 HBM 출하량 가운데 HBM3E 비중이 약 3분의 2에 달하는 등 여전히 HBM3E 중심으로 이어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엔비디아의 신형 AI 가속기 '블랙웰 울트라'를 비롯해 구글·아마존 등 빅테크들이 자체 주문형 반도체(ASIC) 개발을 확대하는 과정에서도 HBM3E 탑재량은 오히려 늘고 있다.

HBM4 경쟁에서도 SK하이닉스는 다시 한 발 앞서 나가는 모습이다. 엔비디아가 올해 차세대 AI 가속기 등에 사용하기 위해 필요한 HBM4 물량 중 3분의 2 가량을 SK하이닉스에 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점에서다. 차세대 제품에서도 선두 자리를 굳히는 것 아니냐는 평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종환 상명대 교수는 "올해 상반기까지는 HBM3E 중심의 시장 흐름이 이어지다 하반기부터 HBM4 경쟁이 본격화되는데, 관건은 양산성과 수율"이라며 "이 측면에서는 HBM 양산 경험이 누적된 SK하이닉스가 다소 유리하고, 삼성전자는 성능 측면에서 강점을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SK하이닉스가 TSMC와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파운드리 사업이 조기에 흑자로 전환되는 전제가 갖춰져야 반전의 여지도 생길 수 있다"고 진단했다.

고지혜 기자 kohjihye@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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