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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 알았지만 공범 아냐”…‘전주 김건희’ 방조한 법원, 양형은 ‘말’로 채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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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가담해 부당이득을 거둔 혐의(자본시장법 위반) 등으로 구속 기소된 김건희 여사가 28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 출석해 자리에 앉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재판 중계영상 갈무리


법원은 28일 김건희 여사 1심 선고에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명태균씨 여론조사 결과 무상 수수’ 혐의에 대해선 공소사실의 입증 정도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대부분의 혐의에 무죄가 선고되면서 민중기 특별검사팀의 구형량(징역 15년)에 훨씬 못 미치는 징역 1년8개월이 나왔다. 법조계에선 재판부가 주가 조작과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을 소극적으로 판단했고 알선수재 양형도 관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차 수사팀 검사 “주가조작 무죄 수긍 못 해”





28일 김 여사 1심 선고를 한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우인성)는 김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에 가담해 8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를 무죄로 판단했다.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식계좌가 통정매매에 동원됐고 김 여사가 이에 적극 가담했다는 공소사실에 대해 재판부는 ‘시세조종을 인식하고는 있었지만 적극 가담하지는 않았다’고 보았다.



재판부는 △김 여사가 계좌를 맡기는 대가로 작전세력에게 주기로 한 수수료 40%가 일반적인 경우보다 많았고 △주식 거래를 할 때 일반적으로 거치는 증권사와의 통화 녹음을 과도하게 우려한데다 △김 여사의 수사기관 진술이 일관되지 않은 점을 근거로 그가 시세조종을 알고 있었다고 보았다.



그러나 재판부는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 작전세력들이 김 여사에게 시세조종 사실을 알려준 적이 없다고 진술했고 △작전세력이 자신의 주식을 싸게 팔아치우자 김 여사가 화를 냈다는 점 등을 근거로 김 여사가 “공모관계 밖에 존재하는 외부자”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2021년 ‘김건희 주가조작 1차 수사팀’을 지휘했던 김태훈 대전고검장은 "부당한 판결"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날 검찰 내부망에 올린 글에서 “권오수 등 기존 판결에서 김건희는 다수의 통정매매에 가담한 것으로 인정됐다”, “김건희를 공동정범으로 인정하지 않은 것은 분업적 역할분담에 의한 기능적 행위지배로도 공동정범이 성립할 수 있다는 기존 판례 법리에 반하는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주가조작 사실을 인식하고 자금을 대는 ’전주’는 주가조작의 방조범으로 처벌할 수 있으며, 실제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전주 손아무개씨는 방조범으로 지난해 4월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확정됐다. 그러나 특검팀은 김 여사를 주가조작의 공범으로만 기소해, 재판부는 이날 선고에서 “방조의 성립 여부에 관하여는 더 나아가 판단하지 않는다”며 주가조작 혐의에 전부 무죄를 선고했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재판부가 방조 혐의를 인정했을 가능성이 큰데 특검팀은 김 여사에게 방조 혐의를 같이 걸지 않았다”며 “항소심에서라도 공소사실을 변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부부 ‘김영선 공천’ 발 벗고 나섰는데…





김 여사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함께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로부터 2억7000만원 상당의 58회 여론조사 결과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국회의원 재보선(창원 의창)에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이 공천을 받도록 선거에 개입한 혐의(정치자금법)도 무죄였다. 재판부는 명씨가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만 제공한 여론조사 결과가 3회에 불과하다며, 이런 행위가 “(명씨) 스스로의 정치적 성향에 기인한 자발적 동기”에서 비롯됐다고 했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김 여사의 영향력과 대가성은 명백해보인다”고 했지만, 재판부는 명씨의 자발성을 강조했다.



재판부는 명씨가 “자신의 능력에 대한 과장이 심하고 망상적인 사람으로 보인다”며 ‘김영선 공천은 김 여사의 선물’이라고 했다는 명씨의 주장도 객관적 사실과 거리가 멀다고 보았다. 나아가 “김영선에 대한 공천은 국민의힘 공천심사위원회에서 위원들 사이의 토론을 거쳐 투표에 의하여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고도 했다.



그러나 이런 판단은 윤 전 대통령 부부의 주문대로 윤상현 당시 공천관리위원장이 적극적으로 움직여 공관위 회의에서 난항 끝에 김 전 의원 공천이 결정된 사실과 배치된다. 윤 전 대통령은 2022년 5월9일 명씨와 통화하며 “내가 김영선을 해줘라 그랬는데”, “내가 (윤)상현이한테 한번 더 얘기할게, 걔가 공관위원장이니까”라고 말하고 같은날 김 여사도 명씨에게 “당선인이 지금 전화를 했는데 당선인 이름 팔지 말고, ‘그냥 (김영선으로) 밀으라’고 했어요”라는 통화 녹음이 공개됐다.



같은 날 윤 전 대통령과 통화한 윤상현 당시 공관위원장은 이튿날 열린 공관위 회의에선 느닷없이 여성 공천이 필요하다며 경남 창원에 지역 연고가 없던 김 전 의원 공천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에 공관위원들은 “창원에 김영선이 공천 받으면 시장 선거도 망칠 수 있다고 말하는 현직 국회의원도 있다”, “왜 이 사람이 생뚱맞게 하냐(는 말이 나올 수 있다)”며 반발했다. 윤 전 대통령 부부가 ‘김영선 공천’을 무리하게 밀어붙여 실현시킨 것인데, 재판부는 이런 사실을 고려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제공된 무상 여론조사 비용은 명씨가 2022년 3월 윤석열 대통령 당선 이후에 작성한 엑셀파일을 근거로 산출됐지만, 재판부는 “명태균이 자신의 비용을 들여 여론조사를 하고 정치 판세를 분석하면서 선거에 도움을 주었음을 나타내기 위한 것일 수는 있어도 피고인에게 여론조사 비용을 청구하려 했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판사 출신의 변호사는 “김 여사나 명씨도 여론조사 비용을 지불돼야 할 돈으로 인식한 것으로 봐야 한다. 재판부가 공천개입 의혹을 소극적으로 판단한 것 같다”고 했다.





재판부, ‘말’로 꾸짖어





재판부는 2022년 4월 김 여사가 통일교 쪽에서 802만원짜리 샤넬 가방을 받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구체적인 청탁이 없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가 김 여사에게 유죄를 선고한 건 2022년 7월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로부터 현안 청탁과 함께 1271만원짜리 샤넬 가방과 6220만원짜리 그라프 목걸이를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의 알선수재)뿐이었다.



재판부는 김 여사에게 특검 구형량보다 턱없이 낮은 징역 1년8개월을 선고하면서 형량보다는 ‘말’로 꾸짖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청탁과 결부돼 공여된 고가의 사치품을 뿌리치지 못하고 수수한 다음 이를 가지고 자신을 치장하는 데 급급했다”며 ‘검이불루 화이불치(굳이 값 비싼 재물을 두르지 않더라도 검소하게 품위를 유지할 수 있다는 뜻)’라는 고사성어도 인용했다.



대통령 부인의 지위를 활용한 범죄의 성격을 감안했을 때, 재판부의 양형도 관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알선수재 양형은 일반 사건이면 이해하지만, 대통령 배우자라는 사건의 성격에 비춰봤을 때 낮은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변호사도 “청탁의 내용을 고려하면 양형을 적게 줄 건 아닌 사안”이라고 말했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곽진산 기자 kj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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