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명태균 공천개입, 통일교 청탁·뇌물 수수 의혹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김건희 여사가 지난해 9월24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법원은 김건희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세력과 공모해 범행에 가담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관련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김 여사가 시세조종 행위를 알고 있었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은 있지만, 주가조작 세력과 범행을 모의한 ‘공범’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우인성)는 28일 김 여사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기에 앞서 “피고인이 미필적으로나마 자신의 계좌와 자금이 시세조종에 이용됐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용인했다고 볼 여지가 없지 않다”고 밝혔다. 김 여사 측은 재판 과정에서 ‘시세조종 행위를 전혀 인식하지 못했다’고 주장해왔다.
재판부는 김 여사가 자신의 계좌를 관리하는 증권사 직원과 통화하며 ‘수익을 6대 4로 나눠 40%를 주기로 했다’는 취지로 말했던 점, 이런 통화가 녹음되지 않는지 우려했던 점, 김 여사가 수사기관에서 진술을 여러 차례 바꾼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그러면서 “시세조종 세력에게 자금을 일임해 위탁한 것으로 보이는데, 피고인이 이들에게 주기로 한 ‘40%’는 일반적 경우보다 상당히 높다”며 “정상 거래였다면 증권사 직원과 통화하면서 자신의 통화가 녹음되는 것도 염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다만 김 여사를 공범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시세조종 세력 중 누구도 피고인에게 시세조종에 관해 알려준 바가 없다고 진술하고 있다”며 김 여사가 범행에 어떻게 가담했는지 불분명하다고 했다. 이어 “블랙펄(인베스트)이 시세조종에 협력할 블록딜 상대방을 섭외하는 업무를 한 것에 대한 수수료 4200만원을 피고인에게 받은 것은 피고인이 블랙펄과 공모관계에 있는 내부자가 아니라 거래상대방으로 취급됐기 때문”이라며 “시세조종 세력이 피고인을 공동정범으로 여기며 함께 범행을 수행하려는 의사가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재판부는 김 여사를 공범으로 인정하려면 “범죄 실행의 전 과정에서 각자 지위와 역할, 공범에 대한 권유 내용 등을 구체적으로 종합 검토해 상호 이용의 관계가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돼야 한다”며 “이런 증명이 없다면 유죄 의심이 간다고 해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번 법원 판단으로 김 여사의 혐의를 ‘방조’에 그치지 않고 ‘공동정범’으로 본 김건희 특검팀의 논리가 흔들리게 됐다. 특검팀은 김 여사가 시세조종을 인지했다는 정황은 제시했지만 이를 구체적으로 실행했다는 점을 입증하지 못했다. 다만 법원이 김 여사의 시세조종 인지 가능성을 열어둔 만큼, 특검팀은 항소심 재판에서 방조 혐의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공동정범은 ‘함께 주가조작 범행을 저지르겠다는 의사와 행위’가 있어야 인정되는데 방조 혐의는 범행 일부라도 인식·예견했다는 점이 증명되면 성립한다. 실제 김 여사와 유사하게 전주(錢主·밑천을 댄 사람) 역할을 한 혐의로 기소된 손모씨는 1심에서 무죄를 받았다가 2심에서 방조 혐의가 인정돼 징역형을 선고받았고 대법원에서도 확정됐다.
최혜린 기자 cher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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