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차은우. 티빙 제공 |
가수 겸 배우 차은우가 1인 기획사를 통해 200억 원대 탈세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며 연예인들의 1인 기획사가 다시 문제가 되고 있다. 고소득을 올리는 연예인이 1인 기획사 혹은 가족 법인을 만들고 절세 명목으로 탈세를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에 휘말린 것이다. 차은우 외에 이하늬, 이준기, 유연석 등 세무 당국으로부터 거액의 세금을 추징당한 배우들도 여럿이다. 이들은 법 해석의 차이일 뿐 탈세는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번지는 분위기다.
법인이 있다면, 세금은 절반이 된다
고소득 연예인들이 1인 기획사를 설립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전문적 세금 관리가 꼽힌다. 가령 연예인이 1인 기획사를 설립하게 되면, 소속사와 연예인 개인이 아닌 소속사와 1인 기획사 간에 계약이 맺어진다. 이렇게 되면 수익을 개인 소득이 아닌 법인 매출로 잡아 법인세를 내는데, 개인 소득세율(최고 45%)보다 법인세율(최고 25%)이 낮다.
비용(손실)처리 할 수 있는 범위와 폭도 넓어진다. 연예인 본인과 가족이 임원으로서 받아 가는 월급과 상여금, 차량 유지비, 의상비, 식대 등을 법인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다.
물론 1인 기획사로 세금을 줄이는 행위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대형 소속사 계약과는 무관하게 1인 기획사가 단독으로 매니지먼트 기능을 수행한다면 문제되지 않는다. 문제는 1인 기획사들이 연예인 활동에 대한 지원 등 법인 회사처럼 운영되기보다 껍데기만 있는 ‘페이퍼 컴퍼니’인 경우에 발생한다.
실제 수입자에게 세금을 물리는 ‘실질 과세’를 원칙으로 하는 세무 당국으로서는 1인 기획사가 실질적 법인이 아니라는 판단하에 정상적인 소득세를 재부과하게 되는 것이다. 국세청은 지난해 이하늬 약 60억 원, 유연석 약 30억 원, 조진웅 약 11억 원, 이준기 약 9억 원의 추징금을 청구했는데, 이들이 속한 1인 기획사가 소속 연예인에 대한 지원 등 통상적인 법인 활동을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200억 추징 차은우···조직적 설계의 흔적?
배우 차은우가 지난해 10월 31일 경북 경주시 라한셀렉트호텔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환영 만찬에서 사회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
특히 200억원을 추징당한 차은우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액수부터 전례가 없다. 차은우는 소속사 판타지오와 자신의 모친이 설립한 1인 기획사가 소속사와 연예 활동 지원 용역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활동했지만 국세청은 차은우의 1인 기획사를 실질적 기능을 하지 않는 페이퍼 컴퍼니로 봤다. 게다가 이 회사는 대중문화예술기획업 등록 절차를 마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1인 기획사 설립 장소나 법인 성격에서부터 전문가가 개입된 조직적 설계가 엿보인다는 분석도 나온다. 차은우 1인 기획사는 차은우 부모가 운영했던 강화군의 장어집에 주소지를 두고 있는데, 강화군은 수도권정비계획법상 성장관리구역으로 분류된다. 이 경우 수도권이나 서울에 부동산을 취득할 때 취등록세 중과세(기본세율의 3배)를 피해 갈 수 있는데, 차은우측이 이를 노린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무엇보다 차은우라는 대스타를 장어집에서 관리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라는 지적도 가능하다.
차은우측은 주식회사였던 기획사를 유한책임회사(LLC)로 변경한 것도 쟁점이다. 주식회사는 일정 규모가 되면 외부 감사를 받아야 하고 장부를 공시해야 하는데 유한책임회사는 공시 의무나 외부 감사를 받을 의무가 없다.
김명규 변호사 겸 회계사는 지난 25일 SNS를 통해 “이번 사안은 단순히 추가 세금을 납부하는 문제를 넘어 ‘은폐의 고의성’ 여부에 따라 검찰 고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국세청 출신 세무사 A씨는 28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페이퍼 컴퍼니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업무를 위한 인적 물적 설비의 여부와 기획사의 역할이 있었는지 따져봐야 한다”면서도 “국세청이 직접 나서 발표한 만큼 국세청 내부에서는 사기 등 부정행위가 있다고 강하게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군 복무 중인 차은우와 소속사 판타지오는 세무 당국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차은우는 지난 26일 자신의 SNS를 통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납세의 의무를 대하는 제 자세가 충분히 엄격했는지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관계 기관에서 내려지는 최종 판단에 따라 그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그에 따른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판타지오는 27일 입장문에서 “현재 제기된 사안은 세무 당국의 절차에 따라 사실관계가 확인 중인 단계로, 소속사와 아티스트는 각각의 필요한 범위 내에서 충실히 조사에 임하고 있다. 향후 법적·행정적 판단이 명확해질 경우, 그 결과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책임 있게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서현희 기자 h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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