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김건희 여사의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 사건에 대한 선고가 진행됐다. 서울중앙지법 제공 |
김건희 여사가 28일 통일교 측으로부터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은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8개월을 선고받았다. 지난 16일 체포 방해 등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함께 헌정사 처음으로 나란히 실형을 받은 전직 대통령 부부로 기록됐다.
법원은 김 여사가 윤 전 대통령과 함께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로부터 무상으로 여론조사 결과를 제공받은 혐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가담한 혐의는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무죄추정 원칙이나 ‘인 두비오 프로 레오(In dubio pro reo)’ 즉 ‘불분명할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와 같은 법의 일반원칙도 피고인이 권력자라 하여, 혹은 권력을 잃은 자라 하여 다르게 나눠 적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우인성)는 이날 김 여사의 자본시장법·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 사건 선고 공판에서 알선수재 혐의 일부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8개월을 선고했다. 김 여사가 통일교 측으로부터 받은 6220만원 상당 그라프 목걸이 몰수와 1281만5000원 추징도 선고했다. 앞서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지난달 결심 공판에서 구형한 총 징역 15년과 벌금 20억원, 추징금 9억4800여만원에 한참 못 미치는 형량이다.
김 여사는 2022년 ‘건진법사’ 전성배씨와 공모해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 윤영호씨로부터 ‘윤 전 대통령 직무와 관련해 통일교의 각종 프로젝트와 행사에 정부가 예산 등을 지원해 달라’는 요청과 함께 세 차례에 걸쳐 샤넬 가방 2개와 그라프 목걸이 1개 등 총 8293만원 상당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이 가운데 김 여사가 2022년 4월7일 802만원 상당 샤넬 가방을 받은 부분은 통일교 측의 구체적인 청탁이 없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의 지위를 영리추구의 수단으로 오용했다”며 “청탁과 결부돼 공여된 고가의 사치품을 뿌리치지 못하고 수수한 다음 이를 가지고 자신을 치장하는 데 급급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삼국사기 본제본기 등에 나오는 성어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를 언급하며 “굳이 값비싼 재물을 두르지 않더라도 검소하게 품위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명태균 여론조사’와 관련한 김 여사 혐의에 대해 “명씨가 무상으로 여론조사 결과를 제공했고, 그 대가로 피고인 부부가 영향력을 행사해 김영선이 국회의원선거 공천을 받은 것은 아닌가 의심이 가긴 한다”면서도 “명씨가 자신이 운영하던 미래한국연구소 영업활동 일환으로 정기적으로 실시하던 여론조사 결과를 피고인 부부를 비롯해 여러 사람들에게 배포한 것으로 보일 뿐이어서, 피고인 부부가 여론조사 비용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김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가담해 8억1000여만원의 부당이득을 얻은 혐의에 대해서 “피고인은 미필적으로나마 자신의 자금이나 주식이 시세조종 행위에 동원될 수 있음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용인했다고 볼 여지가 없지 않다”면서도 “피고인이 시세조종 세력과 공동정범으로서 범행을 실행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 여사가 다른 주가조작범들과 역할을 분담해 시세조종에 가담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 여사는 이날 선고 후 변호인을 통해 “재판부의 엄중한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그 무게를 가볍게 여기지 않겠다”며 “다시 한번 저로 인해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송구하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여사 측 최지우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정치권력이 수사에 개입하면 어떠한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잘 보여준다”며 “특검이 위법수사에 대해 책임져야 할 시간”이라고 말했다.
특검은 “법원의 판단은 법리적으로는 물론 상식적으로도 납득하기 어려운 논리”라며 “유죄 부분에 대한 법원의 양형 판단도 사안에 비춰 매우 미흡해 이를 바로 잡기 위해 항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처음 수사했던 김태훈 대전고검장(정교유착 검·경 합동수사본부장)은 이날 법원의 판결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김 고검장은 검찰 내부망에 올린 입장문에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공범들을 수사해 구속 기소 한 1차 수사팀 일원으로서 수긍하기 어렵다”며 “권오수(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이종호(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등 주가조작 공범들의 혐의를 인정한 기존 판결 취지, 공동정범·포괄일죄 관련 법리에 비춰 부당한 판결”이라고 밝혔다. 이어 “권오수 등 기존 판결에서 김건희는 다수의 통정매매에 가담한 것으로 인정됐다”며 “김건희를 공동정범으로 인정하지 않은 것은 분업적 역할분담에 의한 기능적 행위지배로도 공동정범이 성립할 수 있다는 기존 판례 법리에 반하는 판결”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재판부는 이날 김 여사와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게 통일교 현안 청탁과 함께 금품을 제공한 혐의 등을 받는 윤영호씨에게 징역 1년2개월을 선고했다. 윤씨로부터 1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권 의원에겐 징역 2년에 추징금 1억원이 선고됐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김정화 기자 cl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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