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 이자는 쥐꼬리만 한데 시장은 거침없이 오르고 있네요. '내 집' 없는 사람이 돈 벌 방법은 주식밖에 없어요."
자신을 주부라고 밝힌 A씨가 최근 주식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얘기다. A씨는 "주식 초보자지만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를 사는 게 금리가 2.8%대인 1년짜리 정기예금보다 낫겠다 싶어 새로 증권 계좌를 열기로 마음먹었다.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와 상담 일정도 잡아 놨다"라고 말했다. A씨 외에도 모바일 등을 통해 증시 계좌를 여는 새내기 개미들이 늘고 있고, 증권사로 퇴직연금 실물 이전을 하고 있다.
증권사 영업센터 한 관계자는 "증시가 활황세를 띄자 고객 상담이 눈에 띄게 늘었다"전했다.
부동산 가격 급등 속 집도 없는데 주식도 오르고, 쥐꼬리만 한 예금 이자에 지친 '앵그리 머니'가 주식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주식을 사기 위해 투자가가 증권사 계좌에 넣어둔 투자자예탁금은 처음으로 100조원을 돌파했다.
2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7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100조2826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 15일 92조원을 넘은 이후로 8일 만에 약8조원이 유입된 것이다.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에 빌린 돈(신용융자)은 29조원(29조2450억원) 을 넘어섰다. 올해 들어서만 2조원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사실상 개인이 즉시 증시에 투입할 수 있는 실탄(투자예탁금+신용융자)만 130조원에 이르는 셈이다. 삼성전자 시가총액(약 961조원)의 13% 해당하는 규모다.
'앵그리 머니' 덕에 이날 코스피와 코스닥은 각각 5170.81포인트, 1133.52까지 치솟았다. 사상 최고치다.
열 받은 돈의 은행 탈출 속도는 빨라지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이달 26일 기준 641조2762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32조7321억원 급감했다. 지난해 10월 말 21조8674억원이 줄어든 이후 11월과 12월에 각각 1조8968억원, 24조2552억원씩 늘었지만, 3개월 만에 다시 큰 폭의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요구불예금은 수시입출금식 예금과 시장금리부 예금(MMDA) 등 이자를 거의 주지 않는 대신 언제든지 입·출금할 수 있는 자금이다. 부동 자금의 대표주자 격이다.
정기예금 잔액(932조3494억원)은 올해 들어 6조9368억원 줄었다.
앵그리 머니의 밑바탕에는 '벼락 거지(자신도 모르는 사이 자산 격차가 벌어진 사람)'에 대한 두려움과 상승장에서 소외되면 안 된다는 '포모(FOMO) 증후군' 등으로 인한 조바심이 깔려 있다.
직장인 윤모(43) 씨는 "주택 청약은 번번이 떨어지고,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도 아파트값은 다락같이 올랐다"며 "증시 상승장까지 놓치면 벼락 거지가 될 듯해 처음으로 증권 계좌를 열었다"고 말했다. 그는 "증시가 조정받는 대로 집 사려고 모은 돈을 털어 주식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주식시장에 돈이 몰리며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시중에 풀린 자금이 넘쳐나면서 유동성이 특정 업종과 종목에 몰리며 지수를 끌어올리고 있다"며 "실물 경기와 괴리가 커지면서 급격히 조정받을 위험도 커졌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