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된 북한군 포로 리아무개씨. 문화방송(MBC) ‘피디수첩’ 갈무리 |
러시아군에 파병돼 전투를 치르다 우크라이나군에 붙잡힌 북한군 포로들이 한국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인터뷰가 끝나자 “보내고 싶지 않네. 엄마 같아”라며 아쉬워하기도 했다.
문화방송(MBC) ‘피디수첩’은 27일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과 북한군’ 2부 ‘끝없는 전쟁’ 편을 방영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북한군 포로 2명과의 인터뷰가 1부에 이어 추가로 공개됐다. 이들은 지난해 1월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부상을 입고 생포돼 현재까지 포로수용소에 구금돼 있다. 인터뷰는 김영미 분쟁지역 전문 피디(PD)가 지난해 10월 우크라이나에서 진행했다.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된 북한군 포로 리아무개씨. 문화방송(MBC) ‘피디수첩’ 갈무리 |
팔과 턱에 총상을 입었던 리아무개씨는 “난 처음부터 (한국으로) 가겠다고 말했다”며 한국행을 희망했다. 리씨는 “갔으면 좋겠는데, 가고 싶어도 못 가는 심정을…”이라며 “(한국) 가서 보고픈데, 보고픈 심정은 간절한데, 어디 보내줘야지 가죠”라고 말했다. 리씨는 “데려가 주면 고맙고, 안 데려가면 할 수 없는 것”이라며 “안 데려가면 죽는 수밖에 없죠”라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공격으로 다리에 큰 부상을 입은 채 발견됐던 백아무개씨 역시 “한국으로 가야 된다는 건 이제 확고해졌다”면서도 “가고 싶다는 건 확고하지만, 그게 뭐 가고 싶다고 해서 가는 게 아니지 않나”라고 말했다. 백씨는 “생각이 이렇게 확고해졌으니까, 내 심정을 알고 좀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된 북한군 포로 리아무개씨. 문화방송(MBC) ‘피디수첩’ 갈무리 |
이들은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소식이 북한 내부에 알려졌는지를 궁금해했다. 송환 걱정 때문이다. 리씨는 김 피디에게 ‘북한 뉴스에서 북한군의 전쟁 파병 소식이 밝혀졌는지’를 물으며 “만약에 밝혀졌다면 (북한에) 갈 날이 머지않았겠네. 송환될 날이 가까워지는 건 뻔한 이치인데”라며 “(북한으로 송환될까) 걱정이 많았다. 자다가도 그런 걱정 때문에 벌떡벌떡 깨어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된 북한군 포로 백아무개씨. 문화방송(MBC) ‘피디수첩’ 갈무리 |
이들에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물음표’로 남았다. 리씨는 “아직 전쟁을 하고 있냐”며 “그 작은 영토를 한 개 점령하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우크라이나가) 실제 모스크바, 러시아 전체를 (점령하려는 건지)”라고 물었다.
전우들의 마지막 모습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백씨는 “훈련할 때만 총소리나 폭탄 소리 들어봤지, 한시도 끊기지 않고 이렇게 터지고 시체가 나돌아다니고 눈앞에 방금까지 서 있던 사람이 이렇게 죽고 뭐 이런 세상은 처음이었다”며 “말 한마디 못 할 정도로 이렇게 머리에 정통으로 맞아서, 그 자리에서 다 전사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된 북한군 포로 백아무개씨가 새터민들에게 쓴 답장. 문화방송(MBC) ‘피디수첩’ 갈무리 |
이날 방송에서 이들은 취재진이 챙겨간 장아찌, 김밥, 두부조림 등 한국 음식을 먹고 새터민들이 쓴 편지를 전달받기도 했다. 백씨는 “한국에 가면 직접 만나 고맙다는 인사를 드리겠다”, “한국분들의 응원을 받아 새로운 꿈과 포부가 싹트기 시작했다”는 내용으로 답장을 썼다.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된 북한군 포로 리아무개씨와 백아무개씨. 문화방송(MBC) ‘피디수첩’ 갈무리 |
인터뷰가 끝나자 리씨는 김 피디에게 “여기는 계속 오는 건가요? 못 오는 건가요?”라고 물었다. 리씨는 “보내고 싶지 않네. 엄마 같아”라며 아쉬워했고, 김 피디는 리씨의 양팔을 잡고 “나쁜 생각 하지 말고 꼭 건강하게 (지내)”라고 당부했다. 옆에 앉아 있던 백씨 역시 눈물을 삼켰다. 철창 너머로 멀어지는 카메라를 향해 리씨는 왼손을 흔들며 인사를 건넸다. 이달로 두 사람이 생포·구금된 지 1년이 지나고 있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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