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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자산 50억 달러 중국 VC "한국과 더 많은 협력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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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 국빈 방중 직후, 5Y캐피탈이 한국에 보낸 메시지
-샤오미·콰이쇼우·샤오펑 초기 투자한 중국 톱티어 VC
-AI·소비자 가전 두 섹터에서 뱀부랩·픽스AI 성공
-"한국 콘텐츠 역량과 중국 AI 기술 결합하면 새 패러다임"

플래텀

스티븐 시 5Y캐피탈 부대표 (c)플래텀


"2022년은 매우 어려운 시기였습니다. 밀크티, 커피 체인 등 신규 브랜드 투자가 실패했고,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도 기대에 못 미쳤습니다. 하지만 최근 AI와 소비자 가전, 이 두 섹터가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25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스티븐 시(Steven Shi) 5Y캐피탈(五源资本, 5Y Capital) 부대표가 한국 대표단에게 전한 메시지다. 이날 간담회는 디캠프와 플래텀이 진행하는 '상하이·항저우 탐방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타이밍이 의미심장하다. 이달 초(4~7일) 이재명 대통령이 중국을 국빈 방문했다. 상하이에서 열린 '한·중 벤처스타트업 서밋'에서 그는 "혁신은 어느 한 국가의 전유물이 아니다"라고 선언했다. 양국 정부가 '수평적 협력'을 새로운 문법으로 제시한 직후, 중국 톱티어 벤처캐피탈이 한국과의 협력 의사를 밝힌 것이다.

샤오미·콰이쇼우·샤오펑의 공통점
5Y캐피탈은 2020년 모닝사이드 벤처에서 명칭을 변경한 중국 벤처캐피탈이다. 운용자산 규모는 약 50억 달러(약 7조 3,000억 원)에 달한다. 현재 달러 펀드 6호(18억 달러)와 7호(약 10억 달러)를 운영 중이며, 펀드 운영 기간은 최대 14년이다.

5Y캐피탈의 투자 철학은 명확하다. "사회적 경쟁력을 높이는 기업"에 투자한다는 것이다. 대표 포트폴리오가 이를 증명한다. 스마트폰 제조사 샤오미(小米, Xiaomi), 숏폼 영상 플랫폼 콰이쇼우(快手, Kuaishou), 전기차 기업 샤오펑(小鹏, Xpeng) 등이 모두 5Y캐피탈의 초기 투자를 받았다. 스티븐 시 부대표에 따르면, 5Y캐피탈은 틱톡(TikTok)의 모회사 바이트댄스(字节跳动, ByteDance)에도 초기 단계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티븐 시 부대표는 5Y캐피탈 합류 전 틱톡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2018년 틱톡에서 사용자 그룹을 담당했으며, 2020년 5Y캐피탈에 합류한 후에는 AI 분야 투자를 주도하고 있다. 자율주행 스타트업 포니AI(Pony.ai), 콘텐츠 생성 플랫폼 하이퍼(Haiper), 신약 개발 플랫폼 헬릭손(Helixon) 등이 그의 손을 거쳤다.

2022년의 교훈: "10배 주가수익비율로 돌아가는 조정"
스티븐 시 부대표는 2022년을 "매우 어려운 조정기"로 규정했다. 두 가지 투자 실패 사례를 언급했다.

첫째, 신규 소비재 브랜드다. 밀크티, 커피 체인 등 많은 소비재 스타트업이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지만, 시장 상황이 급변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현재는 10배 주가수익비율(PER) 수준으로 가치가 조정되고 있다.

둘째,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다. 2022년 많은 자금이 투입됐지만 기대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중국 시장의 특수성으로 인해 미국식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모델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중국 기업공개(IPO) 시장의 침체가 더해졌다. 스티븐 시 부대표는 "최근 중국에서 기업공개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홍콩 시장과 본토 시장 사이에도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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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의 두 섹터: AI와 소비자 가전
그러나 2022년의 침체 속에서도 두 섹터가 부상했다. AI와 소비자 가전이다.

스티븐 시 부대표는 "이 두 섹터가 최근 가장 뜨거워지고 있다"며 구체적인 성공 사례로 뱀부랩(Bambu Lab)을 꼽았다.

뱀부랩은 2020년 설립된 3D 프린터 기업이다. 5Y캐피탈이 대규모로 투자했다. 2022년 글로벌 시장에 본격 진출한 뱀부랩은 4년 만인 2024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3D 프린터 업체로 올라섰다. 연매출은 약 60억 위안(약 1조 1,000억 원)에 달하며, 120만 대 이상을 출하해 글로벌 시장 점유율 29%를 기록했다.

뱀부랩의 성공 비결은 중국 제조업 생태계의 강점을 최대한 활용한 것이다. 고품질 3D 프린터를 경쟁사 대비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면서 글로벌 시장을 빠르게 장악했다. 특히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AI 콘텐츠 플랫폼 픽스AI: 2년 만에 월 매출 200만 달러
5Y캐피탈은 AI 분야 포트폴리오로 픽스AI(PixAI)도 소개했다.

픽스AI는 AI 기반 애니메이션 이미지 생성 플랫폼이다. 2022년 소규모 팀으로 글로벌 서비스를 시작한 픽스AI는 2년 만에 전 세계 1,000만 명 이상의 크리에이터를 확보했다. 2024년 12월 기준 월 매출 약 200만 달러를 기록하며 AI 콘텐츠 플랫폼의 수익화 가능성을 입증했다. 현재 싱가포르, 도쿄, 미국에 사무실을 두고 있으며, 팀 규모는 약 60명이다.

픽스AI의 핵심 기술은 애니메이션 특화 AI 모델과 사용자 맞춤형 학습 시스템 '로라(LoRA)'다. 엔비디아(NVIDIA) 출신 핵심 인력을 중심으로 자체 모델을 개발하고 있으며, 현재 거대언어모델(LLM) 기반 웹툰 자동 제작 기술도 개발 중이다. 일본 소니(Sony), 반다이남코(Bandai Namco) 등이 주주 및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으며, 한국 웹툰·엔터테인먼트 기업과도 협력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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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더 많은 협력 원한다"
스티븐 시 부대표는 한국 시장에 대한 관심을 숨기지 않았다. "최근 일본에서 많은 중국 기업들이 예상치 못한 좋은 결과를 얻고 있다"며 "한국 시장에서도 더 많은 협력을 원한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AI 분야는 언어 장벽 등으로 인해 매우 도전적인 부분이 있다"며 "그래서 더욱 현지 파트너와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5Y캐피탈의 펀드 운영 기간은 최대 14년이다. 일반적으로 투자에서 엑시트까지 10년 정도 소요된다. 2012년 투자한 기업이 2021년에야 기업공개에 성공한 사례도 있다. 스티븐 시 부대표는 "빠른 경우 5년 정도에 성과가 나오기도 한다"며 "장기적 관점에서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싶다"고 말했다.

수평적 협력의 새 문법
5Y캐피탈의 행보는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재명 대통령의 방중 기간 중 중국 매체들이 주목한 키워드는 '수평 합작(水平合作)'이었다. 과거처럼 한국이 기술을 주고 중국이 시장을 제공하는 수직적 구조가 아니라, 양국이 각자의 강점을 가지고 같은 평면에서 협력하는 새로운 문법이다.

5Y캐피탈이 소개한 두 포트폴리오가 이를 보여준다. 뱀부랩은 중국 제조업 생태계의 강점으로 글로벌 하드웨어 시장을 장악했다. 픽스AI는 AI 기술력으로 콘텐츠 플랫폼을 구축하고, 한국·일본의 IP 강국들과 손잡으려 한다. 중국이 일방적으로 기술을 가져가는 구조가 아니다. 각자가 잘하는 영역에서 협력하는 구조다.

같은 날 진행된 윈치파트너스의 브리핑에서도 비슷한 메시지가 나왔다. 자율주행, 로봇, 휴머노이드 등 '피지컬 AI' 분야에서 중국이 빠르게 치고 나가고 있지만, 한국 기업과의 협력을 원한다는 것이었다.

스티븐 시 부대표의 메시지는 명확했다. "한국의 창의적 콘텐츠 역량과 중국의 AI 기술이 결합한다면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 수 있다."

한중 협력의 문법이 바뀌고 있다. 문제는 한국이 이 새로운 게임에 어떤 카드를 들고 나설 것인가다.


글 : 조상래(xianglai@platu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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