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9회 이상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위수정 작가는 수상작 ‘눈과 돌멩이’에 대해 “인물과 이야기가 완결되지 않은 채 흐려지는 방식이 오히려 진짜 삶을 닮았다고 느꼈다”며 이같이 말했다.
1977년 제정된 이상문학상은 한 해 동안 발표된 중·단편소설을 대상으로 수상작을 가리는 국내 대표 문학상 중 하나다. 박완서·은희경·한강·김연수·김영하 등 한국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들이 이 상을 거쳐 갔다.
27일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위작가는 “작가라면 누구나 선망하는 상이 이상문학상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문학적 업적이 큰 작가들이 받아온 상을 받게 돼 부담도 느끼지만, 그만큼 영광스럽다. 이 상을 동력 삼아 좀 더 책임감을 가지고 성실하게 글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제49회 이상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위수정 작가가 27일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불안을 견디는 힘을 지닌 소설”
‘눈과 돌멩이’는 20년 가까이 친구로 지내온 세 사람의 이야기를 담았다. 암으로 세상을 떠난 ‘수진’의 유골을 들고, 남은 친구 ‘유미’와 ‘재한’은 생전에 수진이 계획해 둔 일본 여행을 떠난다. 그 여정 속에서 두 사람은 죽은 친구를 다시 이해하게 되고, 죽음 이후에도 남는 기억과 관계의 무게를 마주한다.
작품에서 설경은 중요한 모티브로 활용되며, 아름다움과 차가운 진실이 겹쳐지는 순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설경은 바라보는 위치에 따라 평온함이 되기도, 공포가 되기도 한다”며 “자연 앞에서 인간의 나약함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심사위원들은 설경이라는 배경 속에 삶의 모호함을 정교하게 감춰낸 점을 작품의 가장 큰 미덕으로 꼽았다. 또한 불안과 모호함을 해소하기보다 그 상태를 마주하게 하는 서사를 높이 평가했다.
위 작가는 “‘불안 속에서 불안을 견디는 힘을 지닌 소설’이라는 평가가 나에게도 큰 위로가 됐다”며 “어쩌면 나 자신을 위해 쓴 작품이었기에 의도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그 마음을 알아봐줘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위 작가는 201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소설 ‘무덤이 조금씩’이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은의 세계’와 ‘우리에게 없는 밤’을 펴냈고, 2022년 김유정작가상과 2024년 한국일보문학상을 수상했다.
위 작가는 “소설에서 모든 것을 설명하거나 메시지를 강하게 드러내는 방식은 의식적으로 피하려 한다”며 “그래야 인간의 욕망이나 어두운 면까지 보다 자유롭게 그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혜진 등 ‘우수상’ 수상
‘제49회 이상문학상’ 우수상은 김혜진·성혜령·이민진·정이현·함윤이 등 5명의 작가에게 돌아갔다. 김혜진의 ‘관종들’은 정치적 올바름과 사생활 침해의 경계를 탐색하며 ‘관종’이라는 개념이 지닌 의미를 되묻는 작품이다. 성혜령의 ‘대부호’는 ‘대부호 게임’을 매개로 두 세대 간의 갈등과 오해를 그리며, 현실 정치에 대한 아이러니한 시선을 담았다.
이민진의 ‘겨울의 윤리’는 끝없는 겨울을 배경으로 폭력과 치유의 문제를 섬세하게 짚는다. 정이현의 ‘실패담 크루’는 취향과 감정 뒤에 가려진 계급의 경계를 드러내며, 성공과 실패의 개념을 비틀어 보여준다. 함윤이의 ‘우리의 적들이 산을 오를 때’는 고립과 고독, 파국과 구원의 감각을 교차시키며 서늘한 긴장을 만들어낸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한편, 이상문학상은 대상 수상 작가에게 5000만 원, 우수상 수상 작가에게는 500만원의 상금을 수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