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이민 단속 중 연방요원이 시민을 사살한 사건 관련 비판이 고조되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현장에 대량 체포가 아닌 선별 단속을 선호하는 '국경 차르' 톰 호먼을 급파하며 상황 완화에 나섰다. 연말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부담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26일(이하 현지시간) <AP>, <로이터> 통신, 미 CNN 방송 등 복수의 외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미니애폴리스 이민 단속 작전을 주도한 그레고리 보비노 국경순찰대장이 이 지역 임무에서 물러나 원래 근무지인 캘리포니아 남부 엘센트로 구역으로 복귀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지난해 엘센트로 순찰대장으로 발탁된 보비노는 미니애폴리스 뿐 아니라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일리노이주 시카고,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 등에서 트럼프 정부의 강경 이민 작전을 이끌었다. 보비노의 사실상 강등이 트럼프 정부가 큰 비판을 불러일으킨 현재의 대량 추방 작전에서 한 발 물러서겠다는 의미인지 주목된다.
보비노는 지난 24일 미니애폴리스에서 국경순찰대가 이민 단속 중 중환자실 간호사인 미국 시민 알렉스 프레티(37)를 사살하자 근거 없이 프레티가 연방요원을 "학살"하려 했다고 주장해 공분을 샀다. 공개된 영상들에 따르면 프레티가 연방요원들을 공격하려 했다는 증거는 찾기 어렵다.
새 현장 책임자로는 백악관 '국경 차르' 톰 호먼이 파견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오늘 밤 톰 호먼을 미네소타로 보낼 예정"이라며 "그는 거칠지만 공정하고, 내게 직접 보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26일 언론 브리핑에서 호먼이 "미니애폴리스 현장의 주된 연락 담당자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CNN은 트럼프 정부에서 국경 보호 및 이민 단속 총책임자 역할을 맡고 있는 호먼이 현 정부의 이민 정책을 지지하지만, 대규모 강경 단속을 벌여 온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장관 및 보비노와는 선호하는 집행 방식이 다르다고 짚었다. 호먼은 2024년 10월 미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관련해 이민 단속은 "표적 체포" 형태가 될 거라며 "대규모 주택가 소탕 작전이나 강제 수용소 건설은 아닐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CNN은 호먼을 미네소타로 보낸 트럼프 대통령 결정이 보비노가 사용해 온 강경 전술의 잠재적 배제를 시사한다고 봤다. 방송은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서 이민 정책 관련 호먼을 지지하는 쪽과 놈 장관을 지지하는 쪽 사이에 갈등이 있었고 미 당국자들에 따르먼 호먼과 놈이 최근 몇 달간 거의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날을 세우던 미네소타 및 미니애폴리스 지역 당국과도 대화했다고 밝혔다. 그는 26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팀 월즈 미네소타 주자사와 "매우 좋은 통화"를 했고 "우린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월즈 주지사가 호먼이 미네소타로 간다는 사실에 "기뻐했다"며 "월즈 주지사와 나 모두 더 좋은 결과를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몇 시간 뒤 소셜미디어를 통해 제이콥 프레이 미니애폴리스 시장과도 "좋은 전화 대화"를 했고 "많은 진전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어 호먼이 다음 날 프레이 시장과 만나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월즈 주지사도 26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 "생산적" 통화를 했고 총격 사건에 대한 "공정한 조사" 및 미네소타에 배치된 연방요원 수를 줄여야 한다고 촉구했다고 밝혔다. 월즈 주지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네소타 배치 연방요원 수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미네소타 범죄수사국이 독립적 수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국토안보부와 협의하기로 "동의했다"고 했다.
앞서 놈 장관은 프레티가 "국내 테러 행위"를 저질렀다고 묘사하고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은 "암살 미수범"이라고 근거 없이 칭했지만 백악관은 26일 이에 거리를 두며 "애도"를 표하기도 했다.
레빗 대변인은 대통령이 놈 장관 등의 평가에 동의하냐는 질문을 받고 "대통령이 프레이를 그런 식으로 표현하는 걸 들어 본 적 없다"고 부인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조사 과정에서 사실이 스스로 드러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또 "미국 대통령을 포함해 백악관은 미국인이 미국 거리에서 다치거나 목숨을 잃기를 원하지 않는다"며 "유가족에 애도를 표한다"고 말했다.
백악관의 태도 변화는 올해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정치적 부담 탓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확고한 지지자를 포함해 공화당 의원들과 주지사들까지 줄줄이 사건 관련 조사를 촉구하고 행정부 입장에 직간접적인 반발을 표현하고 있다. 행정부가 사망자의 총기 소지까지 문제 삼은 탓에 공화당 지지층인 전미총기협회(NRA) 등 총기 단체들에서까지 반발 성명이 나왔다. 공화당이 하원에서 과반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무시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민 강경책을 지지하는 공화당 소속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조차 26일 지역 라디오 방송에 백악관이 이민 작전을 "재조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고 미 의회전문매체 <더힐>이 전했다.
공화당 후보가 이번 사건에 항의해 미네소타 주지사 경선에서 사퇴하는 일도 벌어졌다. <로이터>를 보면 변호사 크리스 마델은 27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화당이 "우리 주 시민들에 대한 보복"을 저지르고 있다"고 비판하고 "그러한 행동을 하는 정당의 일원이 될 수 없다"고 사퇴 이유를 밝혔다. 그는 이번 사건으로 인해 공화당이 미네소타 선거에서 승리하는 게 "거의 불가능"해졌다고 지적했다. 통신은 지역 언론에 따르면 마델이 모의투표에서 꾸준히 3위 안에 든 유력 후보 중 하나였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이민 정책에 대한 지지율도 취임 뒤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상황이다. 지난 23~25일 미국 성인 1139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26일 공개한 로이터-입소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이민 정책 지지율은 39%를 기록해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53%)이 훨씬 많았다. 취임 초인 지난해 2월 지지율이 50%에 달했던 데서 급락한 것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민주당이 이민세관단속국(ICE) 예산을 문제 삼으며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이 반복돼 정국 혼란이 초래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트럼프 정부의 말이 다소 완화됐을 뿐 기조는 유지되는 것으로 보여 실제 행동이 변화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전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백악관이 밀러와 놈 장관의 발언을 옹호하진 않았지만 철회하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네소타 지역 당국과 호의적 통화를 나눴다고 밝혔음에도 레빗 대변인이 26일 브리핑에서 여전히 "이 비극은 미네소타 민주당 지도자들의 고의적이고 적대적인 저항으로 인해 발생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고 짚었다.
▲26일(현지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메이플그로브의 한 호텔 밖에 시위대가 모여 있다. 이 호텔엔 미니애폴리스 이민 단속 작전을 주도한 그레고리 보비노 국경순찰대장이 묵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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