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아무개씨가 유튜브에 업로드했던 영상. 유튜브 갈무리 |
임신 36주차에 임신중지(낙태) 수술을 받았다가 살인죄로 기소된 20대 산모에게 검찰이 징역 6년을 구형했다. 당시 병원장과 수술을 담당한 집도의에게는 각각 징역 10년과 징역 6년이 구형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재판장 이진관)는 26일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산모 권아무개씨와 80대 병원장 윤아무개씨, 60대 집도의 심아무개씨 등에 대한 결심 공판을 진행했다.
이 사건은 지난 2024년 6월 권씨가 임신 36주차에 임신중지 수술을 받았다며 그 과정을 유튜브 영상으로 소개하면서 불거졌다. 논란이 커지자 권씨는 영상을 삭제했지만 보건복지부는 권씨와 심씨를 살인 혐의로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2019년 4월 헌법재판소가 형법상 ‘낙태죄’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뒤 후속 입법이 이어지지 않아 2021년부터 임신중지는 처벌할 수 없는 ‘입법 공백’ 상태다.
이런 가운데 경찰과 검찰은 자궁 밖에서 생존이 가능한 36주 태아에 대한 임신중지는 살인죄를 적용할 수 있다고 봤다. 앞서 임신 34주차 여성에게 임신중지 수술을 한 의사가 살아있는 상태로 태어난 아기를 고의로 숨지게 한 혐의로 지난 2021년 대법원에서 살인죄 유죄 확정 판결을 받기도 했다. 경찰이 권씨 등을 살인 혐의로 수사하자 시민단체 ‘오픈넷’은 “살인죄 적용은 ‘낙태죄’ 부활과 다름이 없다”고 비판한 바 있다.
쟁점은 태아가 산모 뱃속에서 나오기 전에 사망했는지, 아니면 나왔을 때 살아있었는지다. 윤씨와 심씨는 “산모로부터 아이를 꺼냈을 때 이미 사산 상태였다”며 혐의를 부인해 오다가 재판에 이르러서 혐의를 인정했다. 반면 권씨는 “낙태 목적의 시술을 의뢰해 태아가 사망한 것은 맞지만 살인에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진행된 피고인 신문에서 검찰은 권씨가 수술 진행 뒤 태아가 사망했다는 점을 알았을 것이라는 취지의 질문을 이어갔다. 검찰은 권씨에게 “사산하는지 (여부가 본인에게) 중요한 문제였나”, “태아가 죽어서 나오든 살아서 나오든 어쨌거나 임신중절이 중요했던 것 아니냐”, “(뱃속 사산 여부가) 그렇게 중요했다면 정확히 물어봤어야 하는 것 아니냐” 등을 반복적으로 물었다.
권씨는 “당연히 (뱃속에서) 사산된다고 병원에서 안내해서 그 외에는 아예 생각 자체를 못 했던 것 같다”며 “살아서 나온다고 어디서든 말씀해 주셨으면 미혼모 시설에 들어가서 낳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재판부가 ‘태아가 살아서 태어나는 걸 알았으면 병원에 안 갔을 것이라고 했는데, 그게 맞는지’ 묻자 권씨는 “맞다”며 “미혼모 시설에 들어가서 낳거나, 키우거나, 입양을 보내거나 아무튼 낳을 생각이었다”고 답했다.
이날 검찰은 권씨에게 징역 6년을 구형하며 “태아가 최소한 제왕절개 수술 개시 뒤 사망했다는 것은 미필적으로라도 인식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검찰은 “권씨는 낙태에 대한 고의만 있었을 뿐 살인에 대한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그러나 권씨는 명확하게 언제 태아가 죽게 되는지 물어본 바가 전혀 없고 오로지 브로커를 통해 확인한 사실만 믿었다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태아가 사산된다고 하면 의료진이 태아 사망을 확인하는지 안 하는지 궁금해했음이 마땅함에도 불구하고 전혀 궁금해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검찰은 윤씨에 대해서는 “법의 공백 상태를 이용해 생명권을 침해하는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다”며 징역 10년형에 벌금 500만원과 추징금 11억5016만원을 선고해달라고 요구했다.
권씨 쪽 변호인은 최후변론에서 권씨가 살인의 고의를 가진 적이 없고, 살아서 태어난 아이가 의료진에 의해 사망할 것을 알고도 용인한 적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변호인은 “권씨는 살아서 태어난 아이를 죽이는 과정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며 “그 사실은 피고인이 오히려 낙태 과정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그대로 공개한 것에서도 드러난다. 살인의 고의를 가진 사람이 그 내용을 전 세계가 볼 수 있는 영상으로 제작하여 올리는 일을 할리 만무하다”고 덧붙였다.
변호인은 이번 사건이 ‘입법 공백’ 상태에서 발생한 사건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변호인은 “이 사건 과정에서 드러난 제도적 공백, 임신 출산에 대한 지원 체계의 부재, 사회적 안전망의 실종 속에서 피고인 역시 또 하나의 희생자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헌재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국회는 시한까지 아무런 입법도 하지 않았고 그 결과 2021년 1월1일부터 낙태죄는 전면 효력을 상실했다. 그 이후 현재까지도 임신 주수에 따른 제한, 고주수 임신중지 범위 등에 관해 형사 처벌 기준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변호인은 “이러한 헌법재판소 결정과 현재의 입법 논의 흐름 속에 피고인이 체내에서 태아를 사망케 하는 방식의 낙태는 범죄가 아니라고 인식한 것은 법적·사회적으로 충분히 이해 가능한 인식”이라고 말했다.
권씨는 최후진술에서 “제 잘못으로 인해 소중한 태아를 떠나보낸 것에 대한 미안함, 죄책감이 너무 크다. 평생 살아가며 아이에게 반성하며 살아갈 것이고 용서를 구할 것”이라며 “저로 인해 국민 여러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정말 죄송하다”고 말했다.
권씨 등에 대한 선고기일은 3월4일 열릴 예정이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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