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반기 제2 금융위기설까지 돌았던 사모대출(PD·Private Debt) 부실 우려가 미국 월가에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사모대출펀드가 투자기업 파산으로 대규모 손실을 입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관련 투자에 경고음이 나왔다.
26일(현지 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따르면 블랙록의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인 블랙록 TCP 캐피털은 지난 23일(현지 시간) 증시 마감 이후 지난해 4분기 말 순자산 가치가 3분기보다 19% 감소할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레이저 등 전자상거래 브랜드 통합 업체와 관련한 투자가 부실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브랜드 통합 업체는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팔리는 신생 브랜드를 관리하는 회사로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급성장했다가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다. 블랙록 TCP 캐피털의 손실에는 지난해 11월 주택 개조 업체 리노보 홈파트너스의 파산 신청도 영향을 미쳤다.
블랙록 TCP 캐피털은 기업가치가 1억∼15억 달러인 중견기업을 상대로 고금리 사모대출을 제공하는 펀드다. 블랙록이 지난 2018년 사모펀드 운용사인 테넌바움 캐피털을 인수하면서 이 펀드도 함께 편입됐다. 뉴욕 증시에서 일반 주식처럼 거래되는 이 펀드는 공시에 따른 충격으로 이날 12.97% 급락했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사모대출 전문운용사인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도 최근 브랜드 통합 업체 퍼치에 투자한 1억 7000만 달러(약 2500억 원)를 손실로 처리했다고 보도했다. 퍼치는 2024년 초 경쟁사인 레이저에 인수된 기업이다.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의 마크 로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12월까지만 해도 사모펀드에 대한 우려를 ‘광기’에 비유하며 “금융시스템에 전반에 위기를 초래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반박한 바 있다.
앞서 월가에서는 지난해 9월과 10월 자동차 부품 대기업 퍼스트브랜즈와 비우량 자동차담보대출 업체 트라이컬러·프리마렌드가 잇따라 파산을 신청하자 사모대출 연쇄 부실에 대한 우려가 확산했다. 사모대출은 금융위기 이후 대형은행들이 중소·중견기업에 대출 장벽을 높이자 틈새를 노린 사모펀드로 인해 급성장했다. 다만 최근 일부 부실 사례가 나오면서 당장은 아니지만 한꺼번에 부실이 터지면 금융시스템 전반에 타격이 올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사모대출 투자로 큰 손실을 입었던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는 “바퀴벌레가 한 마리 나타났다면 아마도 더 많을 것”이라고 경고했고, 앤드루 베일리 영란은행(BOE) 총재도 “글로벌 금융위기로 확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윤경환 특파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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