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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문학상 위수정 '눈과 돌멩이'…죽은 뒤에도 끝나지 않는 관계의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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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가 설계, 산 자가 끝까지 수행한 여정
작가 "이해 받기보다 필요해서 쓴 소설"
제49회 이상문학상 대상에 소설가 위수정(49)의 단편소설 '눈과 돌멩이'가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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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회 이상문학상 대상에 소설가 위수정(49)의 단편소설 '눈과 돌멩이'가 선정됐다. 사진은 이날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위수정 작가. 사진 다산북스


이상문학상을 주관하는 다산북스는 27일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수상작과 선정 배경을 발표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위수정 작가는 수상 소감을 밝히는 내내 '기쁨'보다 '필요'라는 단어를 더 자주 꺼냈다.

위수정은 "그동안은 독자에게 이해받고 싶은 마음으로 글을 써왔다. 그것이 작가의 의무이자 예의라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눈과 돌멩이'는 나의 필요에 의해서 쓴 소설"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래서 이 작품으로 이상문학상을 받게 되어 더 의미가 크다"고 덧붙였다.

죽은 자가 설계하고, 산 자가 수행하는 여정
'눈과 돌멩이'는 20년 가까이 느슨하지만 각별한 우정을 이어온 세 친구의 이야기다. 먼저 세상을 떠난 친구가 남긴 약속을 지키기 위해, 남겨진 두 사람이 일본의 설원으로 향한다. 이 여행은 산 자의 선택이 아니라, 죽은 자가 미리 기획한 여정이라는 점에서 출발부터 비틀린다.

위수정은 이 설정에 대해 "죽은 자가 기획한 여행을 산 자가 그 길을 따라가며 삶과 죽음을 나란히 놓고 바라보게 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소설에 직접 등장하지 않지만, 이야기 전체를 가능하게 하는 인물 '수진' 역시 그런 방식으로 존재한다. 그는 "소설에 나오지 않지만 소설을 가능하게 하는 인물"이라고 표현했다.

작품 속 설경은 애도의 배경이자 동시에 위협이다. 위수정은 "자동차 뒷좌석 차창 밖으로 바라볼 때는 평화롭지만, 운전자의 자리에서는 공포로 돌변하는 풍경처럼, 자연 앞에선 인간의 육체적 나약함이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난다"며 "애도 역시 그렇게 단순히 아름답거나 정화되는 과정이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아름다움과 위험이 겹치는 이미지
제목에 등장하는 '눈'과 '돌멩이'는 소설 전반을 관통하는 이미지다. 고요하게 쌓이는 눈은 애도와 침묵을 상징하지만, 동시에 모든 것을 집어삼킬 수 있는 위협이기도 하다. 돌멩이는 작고 단단한 물질로, 쥐고 있을 수 있는 무엇인가를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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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회 이상문학상 대상에 선정된 위수정 작가가 27일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열린 제49회 이상문학상 대상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위수정은 간담회에서 "먼 곳에서 떨어져 보면 손에 쥘 수 있는 게 무엇일까를 생각했다"며 "눈처럼 쥐는 순간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작은 돌멩이처럼 남는 것, 내게는 그것이 글쓰기였다"고 말했다. 삶과 죽음, 아름다움과 공포가 하나의 얼굴을 공유한다는 인식은 이 소설의 정조를 이루는 핵심이다.

위수정은 이번 작품이 전통적인 단편소설의 완결성에서 일부러 벗어나 있다고 말다. 인물의 서사가 흐려지거나 갑자기 사라지는 방식 역시 의도된 선택이다.

그는 "삶은 언제나 서사적으로 정리되지 않는다"며 "단편소설에서 요구되는 '잘 만든 이야기'의 형식에서 벗어나더라도,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삶의 모습을 가져오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소설은 나 스스로에게 조금 더 납득이 된 작품"이라고 했다.

심사위원단의 평가 역시 이러한 선택에 주목했다. 본심위원인 김경욱 소설가는 이 작품을 두고 '불안 속에서 불안을 견디는 힘을 지닌 소설'이라고 평했다. 위수정은 이에 대해 "의도가 제대로 읽히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심사평을 보며 안도했고, 위안을 받았다"고 말했다.

끝나지 않는 애도
간담회 말미, 위수정은 애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인생의 어느 순간에는 모두 애도하며 살아가고 있지 않나.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면에서는 조금씩 달라지는 무언가가 있다. 그게 인간에게 남은 희망일지도 모른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위수정 작가의 창작 태도도 비교적 솔직하게 드러났다. 그는 "누군가를 웃기고 싶은 욕심이 있다. 지금도 재치 있는 이야기로 웃기고 싶은데 떨려서 못하고 있다"며 "궁극적으로 쓰고 싶은 소설은 무서운데 웃긴 것"이라고 말했다. 블랙코미디를 좋아한다고 밝힌 그는 "혹자들은 한국문학이라고 하면 너무 우울해서 쉽게 손이 안 간다고 말하는데, 제 소설도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리듬감을 찾고 싶다"고 덧붙였다.

위수정은 201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소설 '무덤이 조금씩'이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소설집 '은의 세계', '우리에게 없는 밤' 등을 통해 안온해 보이는 삶의 이면과 인간의 욕망을 집요하게 포착해 왔다. 이러한 작품 세계는 2022년 김유정작가상과 2024년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으로 이어졌고, 이번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으로 다시 한 번 주목받게 됐다.

올해 이상문학상은 2025년 1월부터 9월까지 주요 문예지에 발표된 중·단편소설 약 200편을 대상으로 심사가 이뤄졌다. 우수작으로는 김혜진의 '관종들', 성혜령의 '대부호', 이민진의 '겨울의 윤리', 정이현의 '실패담 크루', 함윤이의 '우리의 적들이 산을 오를 때'가 선정됐다. 상금은 대상 5000만 원, 우수상 각 500만 원이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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