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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치료 사각지대' 놓인 듀센근이영양증 환아…장애판정 문턱에 좌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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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턱너머로]② '진행성' 질환인데…'겉으로 멀쩡하다'며 장애 인정 안 돼
한 번 악화하면 재활은 사실상 '무용지물'…제도 개선 '시급'
[편집자주] 평범한 외출도 누군가에게는 각오가 필요한 탐험이 된다. <뉴스1> 은 극희귀질환 듀센근이영양증 환아들의 희소하지만 귀한 삶을 조명한다. 제도권과 통계 시야 밖의 아이들, 이들 앞에 놓인 문턱을 우리는 어떻게 넘어가야 할까.

뉴스1

ⓒ News1 DB


(서울=뉴스1) 강서연 권진영 기자
"사각(死角)에 놓이는 순간을 보호받았으면 좋겠어요."
듀센근이영양증이 있는 아들을 키우는 아버지 A 씨는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거듭 강조했다. A 씨는 아들과 같은 질환을 앓는 환아들이 병명 진단 후 장애 판정을 받기 전까지 재활치료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지적했다.

A 씨의 아들 B 군은 근육 소실이 특징인 극희귀질환, '듀센근이영양증'(DMD·Duchenne Muscular Dystrophy) 환아다.

듀센근이영양증은 유전자 이상으로 팔이나 다리를 시작으로 전신근육이 서서히 소실되는 진행성 질환이다. 개인차는 있지만 10살 전후로 보행 능력을 잃고 20대에는 호흡기에도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A 씨는 아이에게 희귀질환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던 즈음의 순간을 이렇게 떠올렸다.

"(아이가) 3살 때인가 그랬던 것 같아요. 어린이집 원장님이 아이가 쓰러지는 모습이 좀 다르다고 했어요. 다른 아이들은 무릎을 굽히면서 '쿵' 하는데 (저희 아이는) 고목나무처럼 너무 위험하게 쓰러지니까…좀 다른 것 같다고"

듀센근이영양증은 B 군처럼 대개 어렸을 때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겉으로 드러나는 신체적 특징이 적어 보이는 순간에도 병은 진행된다. 그러다 어느 순간 쓰러지고 난 후에는 다시 걷지 못할 수도 있다.

현재 듀센근이영양증을 완치할 수 있는 치료법은 없다. 질환 특성상 재활치료를 통해 악화 속도를 늦추고, 악화하기 전까지의 시간을 최대한 버는 것이 최선이다. 병이 한 번 나빠지고 난 후에는 사실상 재활이 의미가 없기 때문에 '선제적인 재활'이 중요하다.

'장애 판정' 문턱에 막힌 재활 지원…비용 부담 떠안는 환자 가족

듀센근이영양증 환아들에게 필요한 재활치료 지원은 장애 판정을 받은 이후에야 가능하다. 즉, 장애 등급이 부여돼야 복지관이나 국가 인증 사설 기관 등에서 사용할 수 있는 재활바우처 신청 자격이 생기는 것이다.

하지만 애초에 현행 제도에서는 증상이 눈에 띄게 악화하기 전까지는 '겉으로 보기엔 멀쩡해 보인다'는 이유로 장애 판정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환아들은 장애 판정을 받을 때까지 재활치료 지원이나 안내 체계 등에 포함되지 못하는 이른바 '재활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

결국 제도적 지원 없이 자비로 재활을 이어가야 하는 가정의 경제적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듀센근이영양증 진단을 받으면 산정 특례가 적용돼 병원 진료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것처럼 재활에도 이 같은 특례가 적용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A 씨는 "병원 진료비는 산정 특례가 적용되지만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재활에 대해서는 사각인 상황"이라며 "아이들이 재활할 수 있을 때 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이미 상황이 나빠진 다음부터는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병이 시작되고 악화하기까지) 이 모든 혜택을 받지 못하다가 이미 걷지 못하게 되고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 (지원을) 받게 되는 시스템"이라고 지적했다.

퇴행성 질환 고려 부족한 복지 제도에 '재활 골든타임' 위험

현행 제도가 이른바 '외관상의 장애'를 기준으로 설계돼 있어 퇴행성 질환 환아들에게 필요한 재활 개입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또 다른 듀센근이영양증 진단을 받은 아이를 키우는 C 씨의 아이는 지난 2021년 듀센근이영양증 진단을 받았지만 장애 판정은 지난해 초가 돼서야 받았다.

그는 "아이를 데리고 다니다 보면 오래 걷지 못하는 등 힘든 점이 있었다. 장애인 주차 스티커만 있어도 이동이 훨씬 수월할 것 같아 (신청)했지만 기준이 있다며 안 된다고 하더라"며 "이 아이가 퇴행성 질환을 앓고 있고, (상태가) 점점 나빠진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도 (말이다)"라고 말했다.

C 씨는 이후 병원을 옮긴 뒤 2024년 12월 다시 장애 진단을 신청했고, 2025년 1월에야 아이는 장애 판정을 받았다.

그는 "(듀센근이영양증) 진단을 받는 순간, 휠체어에 앉게 되는 시점을 조금이라도 늦추기 위해서는 약이 없을 경우 재활치료라도 해주면 하루라도 더 걸을 수 있다"며 약 도입에는 긴 시간이 걸리는 만큼 제도 개선을 통해 재활부터라도 우선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외에도 보호자들은 기관마다 발행하는 재활바우처 종류가 다르고 일원화된 창구가 없어 혼란을 겪고 있다. 보호자들은 듀센근이영양증 환아가 재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지 동사무소·구청·보건복지부 등에 일일이 문의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한 재활 바우처를 받아 신청하더라도 관련 시설이 부족하거나 복지관 등 대기자가 많아 실제 지원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보호자가 기관마다 문을 두드리고 답을 받는데 소요되는 시간 역시 이들에게는 돌아올 수 없는 비용이다.

황새봄 한국듀센근이영양증환우회 대표는 "듀센근이영양증 환자와 가족들에게 있어 재활은 기능을 되돌리는 회복 수단이 아니라 '악화를 늦추기 위해 시간을 벌기 위한 최소한의 개입'"이라고 설명했다.

황 대표는 "한번 상태가 급격히 나빠지고 나면 재활은 사실상 선택지가 될 수 없다"면서 재활 개입이 필요한 시점에 즉각 제도적 도움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ks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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