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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함께 간첩 누명 쓴 가족들은 무죄받았는데···“상부 검토 중” 재판 끄는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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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북한 간첩으로 몰려 사형을 집행당한 고 오경무씨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2023년 11월3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유족이자 사건 당사자인 동생 A씨와 변호인단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함께 간첩 누명을 썼던 가족들이 재심에서 억울함을 인정받아 무죄를 확정받았지만, 다른 일부 가족들의 재판은 여전히 지지부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검찰이 ‘상부에서 검토 중’이라면서 재판을 끌고 있다고 주장했다.

26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북한 간첩으로 몰려 사형에 처했으나 사형 선고 58년 만에 무죄가 확정된 고 오경무씨의 형 오경부씨 유족이 제기한 재심청구는 1년이 넘어서야 재판이 열렸다. 2024년 11월 재심을 청구했는데 검찰이 사건 관련 기록을 늦게 내면서 지체됐다. 재심개시 결정이 나온 지난달 2일 직전에 열린 심문기일에서 검사는 공소 유지 뜻을 내비치며 ‘상부 지휘’를 받아오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달여 뒤인 지난 22일 열린 공판에서 검사는 같은 주장을 반복했다. 아직 상부 지휘가 없어 구형 여부 판단이 어렵다는 취지였다.

재판부는 재심 재판에 앞서 이 사건이 간첩으로 몰린 당사자 경무씨를 비롯해 일부 가족들이 무죄 확정판결이 나왔으므로, 공소를 유지할 사안인지를 검찰에 재차 물었다고 한다. 1966년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이듬해 사형이 선고된 경무씨는 지난해 6월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검찰이 항소와 상고까지 제기해 누명이 벗겨지기까지 1년 6개월여 시간이 더 흘렀다. 사건 당시 경무씨는 맏형 오경지씨를 따라 북한에 갔다 돌아온 뒤 간첩으로 몰렸는데, 이 사건으로 가족들이 줄줄이 기소돼 처벌받는 등 고초를 겪었다. 경부씨는 경무씨와 남동생 경대씨에게 편의를 제공한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여동생 오정심씨와 함께 기소됐고, 징역 2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가족 중 정심·경대씨는 재심 재판을 거쳐 무죄를 확정받았고, 경부씨 재심 재판은 결론이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런데 경부씨 재판은 시작부터 지체됐다. 막상 열린 재판에서 검사는 “상부에서 검토 중이다”라는 말만 반복했다. 검찰의 이 같은 입장에 재판이 공전할 것 같자 재판부는 지난 22일 공판에서 증거조사를 진행한 뒤 재판을 종결했다. 검찰 구형은 서면으로 제출받기로 했다. 선고는 다음달 12일로 정했다. 통상적인 경우에 비춰보면 검찰이 선고기일까지 구형을 안하면 재판이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

경부씨 사건을 대리하는 임한결 변호사(법무법인 원곡)는 “이미 당사자는 물론이고 여러 가족이 무죄를 받은 만큼 이 사건은 검사가 ‘무죄 구형’을 할 사안인데, 꼭 상부의 지시가 있어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상부 지휘를 받아 마무리하자는 협조도 지키지 않고 준비되지 않은 채 재판에 나온 검찰의 태도는 매우 무책임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필요한 절차를 진행 중에 있고 최대한 조속히 조치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유선희 기자 y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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