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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는 어디로 갔나…인공지능이 끊어버린 ‘취업 사다리’ [AI가 삼킨 청년들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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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대체한 기초 업무, 사라진 신입의 ‘시작할 권리’
물경력 된 전문성, 비전공자 공세에 밀린 전문가
청년에게 전가된 변화 비용… K-콘텐츠 획일화 위기
기술의 진보는 편리함을 가져왔지만, 누군가에겐 생존을 위협하는 장벽이 됐습니다. 쿠키뉴스는 AI 혁신의 파고가 거세게 몰아치는 디자인·영상·개발 현장을 찾아 청년들이 마주한 냉혹한 현실을 기록했습니다.

AI가 사회 지형을 뒤흔드는 사이 각자도생으로 내몰린 청년들. 교육 현장의 괴리, 취업 기회의 소멸, 전문성의 붕괴까지. 기술 격변의 비용을 청년에게 전가하는 우리 사회의 시스템에 근본적인 대책을 묻습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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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 앞세운 AI 탓에 청년들의 고용 사다리가 끊어졌다. 업계 전문가는 신입이 사라진 영상 생태계에서 “K-콘텐츠 미래는 획일화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서울 강남구의 어소트락 아카데미 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듣고 있다. 이수민 기자  



K-콘텐츠의 화려한 성장 뒤에서 영상·미디어 분야를 꿈꾸는 청년들의 ‘고용 사다리’가 조용히 끊어지고 있다. 경기 침체로 채용이 줄어든 가운데 생성형 AI가 단순 업무를 빠르게 대체하면서, 신입들이 설 자리가 사라지고 있다.

사라진 막내의 자리… AI가 끊어낸 성장 사다리

수도권 한 대학 영상학과 졸업을 앞둔 취업 준비생 김 모(27)씨는 요즘 구인 사이트를 볼 때마다 숨이 턱 막힌다. 몇 년 전만 해도 넘쳐나던 편집실 막내 채용 공고가 자취를 감췄기 때문이다.

김 씨는 “선배들이 맡던 가편집이나 자막 작업 같은 입문용 일자리는 이제 AI가 대체했다”라며 “경력을 쌓을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데, 기업은 현장에 즉시 투입 가능한 ‘즉시 전력감’만 찾는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취업을 위해 찾는 사교육 현장에서도 위기감은 뚜렷했다. 서울의 한 컴퓨터 학원에서 영상 제작 과정 교육을 운영하는 박성우 원장은 “직접 만든 영상으로 시청자 피드백을 받는 등 고강도 실무 실습을 거쳐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게 현실”이라며 “업계 진입을 위한 최소 기준이 높아져 준비생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신입의 위기’는 수치로도 확인할 수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 디지털 경제 연구소는 지난해 8월 발표한 논문 ‘탄광의 카나리아는 누구인가’에서 AI 도입 충격을 가장 먼저 받는 집단으로 대졸 신입 사원을 지목했다. 연구팀은 AI 노출도가 높은 직군에서 대졸 신입(22~25세) 고용이 다른 연령대보다 약 13~16%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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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퍼드대 디지털 경제 연구소는 지난해 8월 논문 ‘탄광의 카나리아는 누구인가’를 통해  대졸 신입 사원 고용률이 타 연령층과 비교해 13~16% 감소했다고 밝혔다.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이 펴낸 ‘2025 대학 산학협력 활동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인턴 일자리 수는 1년 새 1960곳(7.0%) 줄었다. 그래픽=윤기만 디자이너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이 펴낸 ‘2025 대학 산학협력 활동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학생들에게 실무 경험을 제공하는 ‘표준 현장실습’ 참여 기업 수는 2023년 2만8120개에서 2024년 2만6160개로 1년 새 1960곳(7.0%) 줄었다. 기업들은 비용 부담을 이유로 인턴십 등 신입 양성 과정을 잇달아 축소하고 있다.

현장 경험을 쌓을 기회가 막히자 취준생들은 실무 역량을 증명할 수단으로 공모전에 몰리고 있다. 하지만 마지막 남은 통로마저 AI 활용이 사실상 필수로 자리 잡으면서 불안은 더 커졌다. 취준생 김모(27)씨는 “공모전에서도 AI 활용이 기본이 되다 보니 영상 기획이나 편집 기술을 익히기보다 프롬프트 입력에만 매달리게 된다”며 “포트폴리오와 입상 실적이 중요한 업계에서 내 진짜 실력을 가늠할 기회가 사라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2년 차 취업준비생 강현준(28)씨는 “선배들을 롤모델 삼아 그대로 스펙을 쌓아 왔는데, 2년 가까이 취업이 안 되고 있다”며 “학원에서 ‘채용 트렌드를 반영한 AI 스펙이 부족하다’는 조언을 듣고 관련 수업에 상당한 비용과 시간을 쏟고 있다”고 털어놨다.

“비전공자에게도 밀릴 판”…일감 뺏긴 경력직과 프리랜서

경력자에게도 상황은 녹록지 않다. 각종 AI 툴의 발달로 기업이 요구하는 전문성의 기준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기초부터 응용 업무까지 단계별로 많은 인력이 필요했으나, 이제 기초 업무 대부분은 AI로 단시간에 처리할 수 있다.

재취업 준비생 고모(30)씨는 “중소기업에서 영상 제작에 참여하며 3년간 포트폴리오를 쌓았지만”이라며 “면접에서 AI 활용 능력을 증명하라는 질문을 받는 순간, 그동안의 경력이 ‘물경력’으로 치부되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여기에 AI를 활용한 비전공자들의 진입까지 늘면서 전공자들이 설 자리는 더 좁아졌다. 일감은 한정적인데 영상 제작의 전문성 기준마저 흐려지면서, 재취업을 준비하는 경력자들까지 시장 밖으로 밀려나는 상황이다.

재취업 준비생 이모(34)씨는 “주변에서 비전공자가 AI 기술을 활용해 단기 인턴이나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사례를 자주 본다”며 “아마추어와 다른 차별점을 무엇으로 증명해야 할지 고민이 깊어진다”고 말했다.

기업에 소속되지 않은 개인사업자와 프리랜서들도 변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AI로 진입 장벽이 낮아지면서 외주 시장 경쟁은 치열해졌다. 기존 작업자들의 일감은 줄어드는 추세다.

수도권에서 영상 외주 업체를 운영하는 우모(33)씨는 “공중파 재연 장면도 AI로 만드는 시대”라며 “개인이나 기업 요청을 받아 작업하던 프리랜서들의 파이가 점점 AI에게 빼앗기고 있음을 체감한다”고 토로했다.

우 씨는 이어 “협업 경력이 많아도 일감을 구할 때마다 만년 신입이 된 느낌”이라며 “매칭률 자체가 낮아져 생계를 위해 1·2차 산업으로 눈을 돌릴 계획까지 세우게 된다”고 말했다.

“청년에게 전가된 변화 비용…구조적 대책 시급”

전문가들은 이 현상을 단순한 기술적 도태로만 볼 수 없다고 경고한다. 조은하 강원대 영상문화학과 교수는 “영상 창작자들의 무력감은 개인의 적응 실패가 아니라 변화에 따른 비용을 사회가 청년 개인에게 온전히 전가한 결과”라며 “구조적 문제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이어 “신입이 들어와 숙련공으로 성장하는 사다리가 끊긴다면 결국 K-콘텐츠는 다양성을 잃고, AI가 만들어낸 획일적이고 안전한 선택만 반복하는 구조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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