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국의 길을 닦다-중국제조 14·5 성과 전시회' 탐방
종잇장처럼 휘는 유리, 60만 RPM 베어링볼…
리커창 전 총리 질책서 시작 '중국제조 2025'
'메이드 인 차이나'에서 '테크 차이나'로
손으로 찢을 수 있는 두께 0.015mm 강판, 분당 최대 60만번 회전(RPM)이 가능한 고인성 고강도의 전기차용 첨단 세라믹 베어링용 질화규소 볼, -180℃에서 500℃까지 급격한 온도 변화와 엔진 진동도 견딜 수 있는 로켓 최상단에 쓰이는 특수 도료 등.
중국 제조업의 지난 5년간 기술 자립 성과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강국의 길을 닦다-중국제조 14차 5개년 성과 전시회'가 지난해 말부터 중국 베이징 국가박물관에서 개최 중이다. 기자가 지난 21일 방문한 전시회에는 고급 제조업, 산업 기초, 스마트 제조업, 친환경 제조업 등 6개 부문에 걸쳐 300여점의 제품이 진열돼 있었다. 사실상 '중국제조 2025'의 쇼케이스 현장이나 다름없었다.
중국제조 2025는 중국 정부가 2015년 발표한 2025년까지의 10년짜리 첨단 제조업 육성 전략으로, 핵심 부품과 기초 소재의 국산화를 통해 '제조대국'에서 '제조강국'으로 도약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종잇장처럼 휘는 유리… 중국 제조굴기 현주소 전시장 한편에서는 종잇장처럼 펄럭이는 유리가 관람객의 시선을 끌었다. 중국건축자재그룹(CNBM)이 개발한 초박형 강화유리(UTG)다.
"30마이크로미터(0.03mm) 두께의 플렉서블 유리로, 180도까지 접을 수 있고 100만 번 이상 반복 사용이 가능합니다. 폴더블 스마트폰 디스플레이로 20년을 써도 끄떡없습니다. 스틸볼(철공)을 위에서 떨어뜨려도 깨지지 않아요."
안내원이 설명과 함께 유리를 위아래로 흔들었지만 깨지지 않았다. 중국은 이 분야에서 오랫동안 미국·일본·한국산에 의존해 왔지만, 2023년 국산화에 성공하면서 수입산을 대체하기 시작했다.
왕위멍 CNBM 부총경리는 "최근 중국산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 가격이 큰 폭으로 낮아진 것은 모두 UTG의 국산화에 성공한 덕분"이라며 "앞으로 이 유리는 AI 스마트 안경, 스마트 자동차, 태양광 등 여러 방면에서 활용하기 위한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고도 말했다.
CNBM은 초박형 유리 외에도 고성능 탄소섬유, 유리섬유 등 국가 전략핵심 소재 부품을 독자적인 기술로 개발 및 양산해 중국의 항공우주, 신에너지, 전자정보 등 국가 핵심 산업 기반을 떠받치고 있다. "볼펜심도 못 만드냐" 질책서 시작...'중국제조 2025'
10년 전만 해도 중국은 제조대국이었지만, 제조강국과는 거리가 멀었다. 2015년 리커창 당시 총리가 "중국 기업들은 왜 볼펜 하나 제대로 못 만드냐"며 공개석상에서 꾸짖으며 '중국제조'의 한계를 지적한 일화는 유명하다.
소위 볼펜이 안 끊기고 부드럽게 쓸 수 있는 핵심은 볼펜 심인 베어링 볼이다. 베어링 볼은 볼펜뿐만 아니라 전기차, 고속철, 항공우주 엔진 등에 쓰이는 핵심 부품이다. 당시 중국은 베어링 볼을 일본과 독일에 거의 전량 의존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CNBM이 자체 기술로 개발한 질화규소 세라믹 베어링 볼은 분당 최대 60만번 회전이 가능하며, 일반 강철보다 40% 가볍고 10배 단단하다. 고속 회전이 가능해지면서 전기차의 최고 속도와 출력 한계를 끌어올릴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리커창 전 총리가 꾸짖은 볼펜용 베어링도 이제 획기적인 기술력으로 국산화를 실현한 지 오래다. 전시장에는 중국 대표 문구업체 더리(得力)가 세계 최초로 특허를 보유한 쓰리볼 볼펜도 진열됐다. 안내원은 "볼펜심에 쓰이는 베어링 볼은 20여 개의 공정을 거쳐 머리카락 10분의 1의 얇은 오차로 깎아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메이드 인 차이나'에서 '테크 차이나'로
이밖에도 현장에는 중국 자체 기술로 제작한 중국 제조강국 상징물인 여객기 C919, 크루즈선 아이다호, 최고 시속 450km 고속철, 액화천연가스(LNG)선, 달 탐사선, 3세대 원전 화룽 1호 등을 실물 크기 혹은 모형으로 제작해 전시하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왕쥔룽 중국철도공정장비그룹유한공사 부사장은 '중국산' 제품의 성공은 거대한 국내 시장 수요와 다양한 응용 분야, 완벽하고 효율적인 산업 사슬 생태계, 지속적이고 집중적인 연구개발 (R&D)투자, 그리고 '중국식 효율성'이라는 네 가지 핵심 강점에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중국이 '제조강국'으로 변모함에 따라 대외무역 구조도 과거 방직 섬유 위주에서 기계전자 첨단기술 제품으로 바뀌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대외수출에서 기계전자제품 비중이 처음으로 60%를 넘어섰다. 특히 중국의 새로운 수출 주력상품으로 떠오른 반도체·리튬 배터리·전기차·산업용로봇 수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물론 중국 제조업은 항공·반도체·고급 장비·바이오 의약 등 일부 분야에서 여전히 해외 기술 의존도가 높다는 지적도 높다. 실제 중국이 천문학적 자금을 들여 자국 기술로 개발한 여객기 C919에 들어가는 엔진을 비롯한 각종 핵심부품 상당수는 외국산이다. 이에 중국은 포스트 중국제조 2025 전략에서 반도체·우주항공 등 취약 분야를 더 전폭적으로 지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주경제=배인선 베이징 특파원 baeinsun@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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