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을 대표하는 소설가 줄리언 반스의 신작 소설 ‘떠난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가 한국 독자를 찾아왔다. 책은 지난 22일 영국과 미국,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18개국에서 동시에 출간됐다. 반스의 여든 번째 생일(1월 19일) 사흘 뒤다.
반스는 미국 퍼블리셔스 위클리와의 인터뷰에서 “마지막 책이 사후에 출간되는 건 내키지 않는다”며 “생전에 마지막 책을 내놓는 편이 더 재미있을 것 같다. 나의 문학적 부고 기사를 직접 읽을 수 있을 테니까”라고 말한 바 있다.
‘떠난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는 노년의 소설가를 화자로 내세워 기억과 정체성, 죽음을 정면으로 마주한다. 관리 가능한 혈액암 진단을 받은 화자는 죽음을 더 이상 외면하지 않는다. 그는 소설을 쓰며 살아온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이야기를 만든다는 일이 과연 진실에 다가가는 일인지, 아니면 타인의 삶을 왜곡하는 행위인지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 질문은 대학 시절 연인이었던 두 친구, 스티븐과 진의 관계를 통해 구체화된다. 엇갈린 기억과 끝내 하나로 수렴되지 않는 진실은 반스가 평생 천착해온 ‘기억의 불확실성’을 다시 한번 환기한다. 이번 작품에서도 반스는 소설과 에세이의 경계를 넘나드는 하이브리드 형식으로 독자에게 말을 건넨다.
평단은 이 작품을 반스 문학의 종착역이자 가장 자유로운 소설로 평가한다. 결론을 제시하거나 독자를 가르치지 않는 대신 질문을 남기는 방식이다. “나는 가능한 한 오래 살고 싶다”가 아니라 “가능한 한 오래 사물을 관찰하고 싶다”는 화자의 말은, 반세기 동안 관찰자로 살아온 작가 반스의 문학적 태도를 응축한다. 책은 한 시대를 대표해 온 소설가가 스스로 선택한 퇴장의 형식이자, 기억과 삶에 대해 평생 던져온 질문에 대한 마지막 응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