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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출산제 시행 2년째에도…‘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신생아 26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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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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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조차 불분명한 상태로 버려질 위기에 놓인 신생아를 보호하기 위해 보호출산제와 출생통보제가 시행된 지 1년여가 지난 가운데, 지난해에도 ‘베이비박스’에 놓인 신생아가 26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가 지닌 여전한 한계를 드러내는 단면이라는 지적이 이어진다.



베이비박스를 운영하는 주사랑공동체교회의 설명을 26일 들어보면, 지난해 베이비박스에 맡겨진 신생아는 모두 26명으로 집계됐다. 2011년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지만, 부모나 국가의 보호 체계에서 벗어나는 신생아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보호출산제·출생통보제가 시행된 이후로도 여전히 신원조차 불분명한 상태로 베이비박스에 버려지는 아이들이 존재하는 셈이다.



앞서 정부는 2024년 7월부터 모든 아동이 의료기관에서 태어나게끔 하고, 이를 국가가 의무적으로 등록하겠다는 취지로 출생통보제를 시행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신원 노출을 우려하는 여성들을 위해 익명 출산을 보장하는 보호출산제도 함께 도입했다. 출생신고 자체가 누락된 채로 학대·방임 위험에 놓이는 아동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취지였다.



정부 취지대로라면 출생과 함께 ‘민간’ 차원의 궁여지책인 베이비박스에 버려지는 아동도 ‘0명’이어야 하지만, 제도의 한계 탓에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모습이다. 우선 보호출산제·출생통보제 적용 대상에서 외국인 임산부와 아동은 제외돼 있다. 실제 지난해 12월 베트남 출신 유학생이 갓 세상에 태어난 아기를 종이봉투에 유기해 충격을 안긴 바 있다.



또 이들 제도는 위기 임산부에게 출산 이후 친권 포기 전 7일간의 숙려 기간을 두도록 했는데, 임신·출산 사실을 주변에 알리기 어려운 청소년 산모나 미혼모 등 다급한 사정에 놓인 이들일 경우 깊은 고민 대신 자녀를 베이비박스에 두는 선택에 내몰릴 수 있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전민경 변호사(사단법인 온율)는 “병원 밖 출산과 베이비박스의 대안으로 보호출산제가 도입됐지만, 여전히 수십명의 아이가 베이비박스로 향하고 병원 밖 출산도 줄지 않았다”며 “현재 보호출산 등 제도가 베이비박스의 실질적 대안이 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베이비박스를 운영해온 주사랑공동체교회도 위기 임산부와 아동을 지원하는 공적 체계가 잘 마련돼 베이비박스는 자연스럽게 사라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교회는 최근 버려지는 신생아를 전제로 하는 베이비박스의 한계를 인정하며, 별도의 사단법인을 설립해 방임과 학대 등 좀 더 폭넓은 의미에서 생존 위기에 놓인 아동을 보호하는 영아 일시 보호소를 새로 열기로 했다. 다만 일각에선 위기 아동에 대한 보호 또한 여전히 공공이 아닌 민간 영역에 맡겨지는 상황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조소연 숭실대 사회복지대학원 겸임교수는 “아동에 대한 생존권 보호 서비스는 국가의 책임이며 국제 협약에 따라 공적 시스템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초기 보호와 부모 연계 등의 토대가 되는 핵심 기능을 공적 감시가 어려운 민간에 맡겨둬선 안 된다”고 말했다.



김수연 link@hani.co.kr 박고은 기자 eu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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