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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이 필요한 시대, 질문하는 아이를 다시 만나는 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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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안녕달 작가의 ‘왜냐면…’ 그림책 중 한 장면. 바닷가 마을 유치원에서 집으로 이어지는 짧은 여정 동안 아이의 호기심 어린 질문과 엄마의 사랑스러운 대답이 끝없이 이어진다. 민경효 제공


말을 배우기 시작한 이후, 아이의 세상에는 질문이 가득하다. “이건 왜 그래?” “저건 뭐야?” “왜 안 돼?” 아이들의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순진무구한 질문의 늪에 빠진 어른들은 해답을 찾기 위해 진땀을 빼지만 아이는 금세 다음 호기심으로 해맑게 관심을 이동한다.



아이는 질문을 어려워하지 않는다. 세상에 대한 질문은 아이들이 호기심을 가지고 자신과 세계 사이에서 관계를 만들어 가는 본능적인 방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슬프게도 학교에 들어온 아이들은 점점 질문과 멀어진다. 질문보다는 정답을 찾는 일이 중요해지고, 틀리지 않는 것이 먼저가 된다.



수업이 끝날 무렵 “질문 있는 사람?”이라는 말이 교실에 울려 퍼질 때, 손을 드는 학생이 학년이 올라갈수록 줄어드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질문을 던지는 데 주저함이 없던 아이는 질문하는 대신 주어진 설명을 받아들이는 환경에 익숙해지는 것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인공지능(AI) 시대로 넘어온 현재, 그 어느 때보다 질문하는 사람이 필요해졌다. AI는 스스로 질문하지 않는다. 누군가 던진 질문에 반응할 뿐이다. 같은 정보를 두고도 어떤 질문을 던지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답이 만들어진다. 그래서 AI 시대에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이 아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묻는가’, 곧 질문을 만들어 내는 힘에 있다.



문제는 질문하는 힘이 어느 날 갑자기 생기지 않는다는 데 있다. 질문을 인정해 주는 환경 속에서 충분히 묻고, 때로는 엉뚱한 질문도 하며 자란 아이만이 자연스럽게 ‘나만의’ 질문을 이어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어른들은 호기심 어린 질문을 하는 아이들의 고유한 특성이 시들지 않도록 지켜줄 필요가 있다.



한겨레

어른이 먼저 묻지 않아도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자신의 생각을 이어가는 힘을 보여주는 그림책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다시 그림책을 열어 시대의 고민과 그림책을 연결해 보는 것은 어떨까? 오늘 추천할 그림책들에는 여전히 천진난만하고 반짝이는 질문을 잃지 않은 아이들이 살아 숨쉬고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 추천작은 안녕달 작가의 ‘왜냐면…’이다. 이 그림책은 바닷가 마을 유치원에서 하원을 하는 아이와 엄마의 짧은 여정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냈다.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아이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엄마에게 호기심 가득한 질문을 건넨다. 그리고 엄마는 재치 넘치는 대답을 해줌으로써 아이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끝없이 이어지는 아이의 순수한 질문과 엄마의 사랑 가득한 대답이 아름답고 서정적인 안녕달 작가의 그림과 더불어 마음의 온도를 높인다.



두 번째 추천할 그림책은 요시타케 신스케 작가의 ‘불만이 있어요’이다. 얌체같은 어른들의 행동 때문에 화가 잔뜩 난 아이가 불만을 몽땅 털어놓겠다는 결심을 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어른들은 밤늦게까지 안 자면서 왜 아이들한테는 일찍 자라고 하는 거예요?’ ‘왜 목욕하는 시간을 어른 마음대로 정해요?’처럼 아이의 귀여운 불만이 이어지는데, 그에 대응하는 아빠의 대답들이 유쾌하다. 그림책 속 부녀의 대화가 우리네 일상과 별반 다르지 않아 모두의 공감과 흥미를 자아내기 충분하다.



세 번째 소개할 그림책은 스즈키 노리타케 작가의 ‘어떤 화장실이 좋아?’라는 그림책이다. 교실에서 1학년 아이들에게 이 그림책을 읽어주면 열광적인 반응이 돌아오는데, 그만큼 우리에게 익숙한 화장실이라는 장소에 대한 작가의 참신한 상상력이 돋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화장실은 어때요?’라고 묻는 아이의 질문과 함께 평소 생각하지 못했던 특별한 화장실이 계속 제시될 뿐만 아니라, 읽는 동안 곳곳에서 숨은그림찾기 놀이까지 할 수 있어 더욱 흥미진진하게 느껴진다.



AI 시대에 질문을 잘하는 아이는 어쩌면 특별한 교수법으로 길러진 아이가 아니라, 질문이 환영받았던 기억을 충분히 가진 아이일지 모른다.



어른들이 새로운 질문법을 가르치기보다 아이 본연의 반짝이는 호기심이 바래지 않도록 지켜주면 좋겠다.



오늘 소개한 그림책 속 아이들은 모두 어른이 먼저 묻지 않아도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자신의 생각을 이어가는 힘이 있다. 우리 곁의 아이들도 오래도록 순수한 호기심 안에서 자기만의 질문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



글·사진 민경효 초등학교 교사, ‘문해력 그림책 100’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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