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중요임무 종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해 11월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
12·3 불법계엄 선포 당일 법무부 직원들에게 수용시설 확보 등 계엄 후속 조치를 지시하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이 자신의 재판에서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재판장 이진관)는 26일 박 전 장관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사건 첫 공판을 열었다.
박 전 장관 측 변호인은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한다”고 밝혔다. 변호인은 “피고인은 비상계엄 선포 당시 국무위원으로서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만류했지만 결과적으로 윤 전 대통령 설득에 실패했다”며 “헌정질서에 혼란을 야기해 국민에게 매우 송구하고 심한 자괴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박 전 장관은 계엄 선포 직후 법무부 간부들에게 합동수사본부에 검사를 파견할 수 있는지 검토하라고 지시하고, 출입국본부에는 출국금지팀을 대기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또 교정본부에는 수용 공간을 확보하라고 지시한 혐의(내란 중요임무 종사)도 있다. 내란 특별검사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 선포 전 열린 ‘2분 국무회의’에 가장 먼저 호출된 점 등으로 볼 때 윤 전 대통령 지시에 따라 이런 후속 조치를 했다고 의심한다.
박 전 장관은 2024년 5월 김건희 여사의 부탁을 받고 김 여사 관련 검찰 수사팀 구성 경위 등을 파악하는 등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청탁금지법 위반), 계엄 이후 법무부 검찰과에 계엄을 정당화하는 문건을 만들도록 지시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도 받는다.
박 전 장관 측은 “특검 주장처럼 비상계엄을 옹호하고 그 실행에 관여한 바가 없다”며 국헌 문란의 고의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장관은 계엄 목적이나 실행 계획을 전혀 몰랐지만, 비상상황이 벌어진 만큼 장관으로서 현장 공무원들의 혼란을 막기 위해 점검을 하려 했을 뿐이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박 전 장관이 윤 전 대통령 부부와 ‘정치공동체’였기 때문에 김 여사 수사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라는 특검 측 주장에 대해서는 “수사팀은 정상적 업무 절차에 따라 (박 전 장관에게) 보고한 것일 뿐, 김 여사에게 부정청탁을 받은 게 아니다”라며 “피고인이 정치인도 아니라는 점을 더해 보면 윤 전 대통령 부부와 ‘정치공동체’였다는 관계 설정은 공소사실의 빈틈을 메우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박 전 장관 사건을 맡은 재판부는 앞서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하고 계엄을 ‘위로부터의 내란’으로 규정한 재판부가 맡고 있다. 국정 2인자 지위에 있던 한 전 총리가 계엄을 막지 못한 것은 헌법상 작위의무 위반이며, 내란이 성공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가담했다며 특검 구형(징역 15년)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했다.
이 판단은 박 전 장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 전 총리 사건 판결문을 보면, 재판부는 박 전 장관이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가장 먼저 소집된 인물 중 하나였고, 회의가 끝난 뒤에는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 등에게 ‘참석자 서명을 받아 기록을 남겨야 한다’는 취지의 지시를 내렸다고 판단했다.
최혜린 기자 cher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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