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웨이 뮤지컬 ‘렘피카’의 한국 초연 무대를 앞두고 내한한 연출가 레이첼 채브킨은 “작품이 진정한 생명력을 얻고 고전으로 자리 잡는 것은 두 번째 무대에서 결정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렘피카’는 1920~30년대 파리를 휩쓴 미술양식인 ‘아르데코의 여왕’ 타마라 드 렘피카(1898~1980)의 파란만장한 일생을 담아낸 작품이다. 러시아 혁명과 세계대전이라는 혼돈의 시대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투쟁했던 렘피카의 욕망과 사랑, 예술 세계를 매혹적인 음악과 화려한 무대로 그려낸다.
2024년 미국 브로드웨이 공연 이후 아시아 지역 초연 무대로 한국이 낙점됐다. 국내 공연은 오는 3월 21일부터 6월 21일까지 NOL씨어터 코엑스 우리은행홀에서 열린다.
최근 서울 강동구 강동아트센터에서 만난 채브킨 연출은 “유럽의 파시즘이 렘피카 개인과 주변 인물들의 삶을 어떻게 흔들었는지를 역사적 맥락 속에서 그린 작품”이라며 “시대적·문화적으로 낯선 렘피카의 여정을 한국 관객들은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뮤지컬 ‘렘피카’의 레이첼 채브킨 연출(사진=놀유니버스). |
채브킨은 뮤지컬 ‘하데스 타운’으로 2019년 토니 어워즈에서 여성 연출가 최초로 단독 최우수 뮤지컬 연출상을 수상했다. 앞서 2017년에는 ‘그레이트 코멧’으로 드라마 데스크 어워즈 최우수 뮤지컬 연출상을 받았다.
그는 전통적인 브로드웨이 문법을 벗어나 관객과의 직접적인 교감을 중시해온 연출가다. ‘하데스 타운’에서는 대사보다 넘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며, 배우들이 관객에게 말을 건네는 방식으로 이러한 연출 특징을 구현했다.
‘렘피카’도 기존의 뮤지컬 문법을 따르지 않는다. 여성 서사를 중심에 둔 무대에는 영웅이나 악당 같은 전형적인 남성 캐릭터가 등장하지 않는다. 채브킨 연출은 “통상적인 뮤지컬의 틀을 깬 독창적인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브로드웨이 초연 당시 연출과 무대는 호평을 받았지만, 서사 구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기도 했다. 그는 “남성 서사가 없다는 점에서 일부 비평가와 관객이 작품의 의도를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한 것 같다”면서 “남성 우월주의적 시선에 익숙해져 있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화가의 삶을 그린 만큼 무대 연출 전반에 렘피카의 회화적 요소를 반영했다. 예컨대 ‘우먼’ 넘버에서는 렘피카의 ‘아마존’을 떠올리며 그림 속 여성들의 얽힌 형상을 배우들의 포즈와 앙상블로 구현했다. 채브킨은 “비대칭적인 무대의 구도 역시 그의 작품에서 착안한 요소”라며 “렘피카의 그림을 잘 알지 못하더라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뮤지컬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번 한국 초연에는 렘피카 역에 김선영·박혜나·정선아, 라파엘라 역에 차지연·린아·손승연 등 뮤지컬 스타들이 대거 출연한다. 채브킨은 “한국 배우들은 뛰어난 연기력은 물론 퍼포먼스 아트를 구현할 수 있는 에너지와 역량을 갖추고 있다”면서 “이번 공연에서 관객들은 익숙한 배우들의 새로운 얼굴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뮤지컬 ‘렘피카’의 레이첼 채브킨 연출(사진=놀유니버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