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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싱글맘의 죽음이 우릴 다시 불렀다"…배드파더스의 귀환 [다시 열린 ‘배드파더스’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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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비때문에 고통받는 싱글부모들을 위한 활동
운영 중단후 '나쁜 아빠들' 더 늘어나... 다시 시작


파이낸셜뉴스

[서울=뉴시스]배드파더스 구본창 대표가 양육비 관련법 통과를 촉구하는 피켓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2020.01.17(사진=양육비해결총연합회 제공)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지난해 6월 말, 홀로 딸을 키우며 5년 넘게 양육비 소송을 이어오던 한 싱글맘이 스스로 생을 마쳤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양육비를 받지 못해 더는 견딜 수 없다”는 호소가 실제 죽음으로 이어진 사건이었고, ‘양육비해결하는사람들(배드파더스)’ 활동가들에게는 너무 익숙해서 더 고통스러운 사연이었다. 그리고 이 비극은 ‘배드파더스’가 다시 한번 나쁜 아빠들을 세상에 공개하는 사이트 문을 다시 열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됐다.

시즌1 ‘배드파더스’에서 시즌3 ‘양해들’까지

2024년 사이트를 폐쇄했던 '배드파더스'가 사이트 운영을 재개했다. 배드파더스는 양육비 미지급자의 신상을 공개해 지급을 압박하는 민간 사이트로, 코피노 지원 활동을 하던 구본창 대표와 익명의 활동가들이 주축이 되어 2018년 7월 시작됐다. 구 대표가 필리핀에서 코피노 지원 단체 'WLK(We Love Kopino)'를 세우고, 코피노 아빠를 찾는 사이트를 운영하며 쌓은 노하우를 국내에서 나쁜 부모를 찾는 데 활용한 것이다.

이들의 활동은 사회적 반향을 일으켜 지난 2021년부터 시행된 양육비 이행법의 개정에 영향을 미쳤고, 배드파더스 측은 제도의 안착을 기대하며 그해 10월 자진해서 운영을 종료했다. 그러나 복잡한 법적 절차와 낮은 실효성, 정부의 양육비 선지급제 공약 파기 등의 문제가 불거지자 이듬해인 2022년 2월 시즌2 ‘양육비 안 주는 사람들(양안들)’, 5월 시즌3 ‘양육비 해결하는 사람들(양해들)’로 이름을 바꾸며 활동을 재개했다.

그리고 2024년 1월, 대법원이 구 대표의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 유죄(벌금 100만 원 선고유예)를 확정하면서 다시 문을 닫았던 이들은 2년 만에 '배드파더스'로 돌아왔다. 돌아온 '배드파더스'는 '양육비 안 주는 아빠 엄마'란 부제와 함께 ▲나쁜 아빠들 ▲나쁜 엄마들 ▲코피노 아빠들의 신상을 공개하고 있다.

선지급제 도입에도…왜 다시 ‘사적 제재’인가

‘양해들’마저 폐쇄한 뒤, X(옛 트위터) 등에서 쏟아진 사연들은 역설적으로 ‘배드파더스/양해들 사이트의 효과’를 증명하고 있었다. 이는 곧 신상 공개라는 사회적 압박이 사라지자마자 지급을 끊어버린 ‘나쁜 아빠’들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구 대표는 “일부라도 양육비를 받고 있었는데, 사이트 폐쇄 이후 다시 못 받게 됐다는 사연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우리는 신상공개가 사적 제재라는데 동의하지 않는다. 성추행이나 양육비 미지급 같은 범죄의 경우, 피해자들이 본인들의 피해사실을 세상에 알리는 데서 해결이 시작되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했다.

양육비 문제 해결을 위해 국가는 2015년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 이후 운전면허 정지, 출국금지 등 제재 수단을 도입했고, 2024년에는 양육비 선지급 조항까지 신설했다. 개정된 법에 따르면 일정 요건 충족 시 이행관리원이 양육비를 먼저 지급하고 추후 채무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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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그러나 현실의 벽은 여전히 높다. 성평등가족부와 양육비이행관리원(이행원)은 19일부터 국가가 먼저 지급한 양육비 선지급금 회수 절차에 들어갔지만, 회수 대상 건수가 4973건에 달하는 데 반해 현재 회수 인력은 3명에 불과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선지급 신청도 못한 피해자들은 가사소송, 이행명령, 강제집행 등 복잡한 절차를 개인이 감당해야 하며, 까다로운 요건 탓에 신청조차 못 하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배드파더스’ 측이 ‘국가의 행정 제재는 실효성이 약한 반면, 신상 공개는 실제 지급을 끌어내는 강력한 수단’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배드파더스’ 운영자들은 “애초에 국가의 해결의지가 부족한 것 아니냐”며 이 지점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법원의 지급 판결을 받고도 수년간 한 푼도 받지 못한 사례를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 사이 생활고와 소송 비용에 허덕이는 피해자의 이야기는 흔한 풍경이 됐다. 제도는 생겼으되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구조라는 지적이 뒤따른다.

‘화살받이’ 자처한 구 대표 “안타까운 마음에, 고소당하더라도 다시 열자”

'배드파더스'가 다시 문을 열 경우, 법적 처벌의 리스크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구 대표 개인이 온전히 떠안게 된다. 사이트의 실질적 운영을 맡는 익명 활동가 두 명은 신상 공개 실무를 담당하고, 구 대표는 이들을 대신해 “고소 위협을 받는 역할과 외부 활동”을 전담하는 식이다. 실제로 지난 배드파더스 재판 과정에서도 사이트 운영자들의 실명과 정체는 끝내 드러나지 않았다. 구 대표는 경찰과 검찰 조사에서 진술을 거부했고, ‘사이트 운영자’가 아닌, 운영에 적극 협력한 ‘방조범(공범)’으로 기소돼 처벌받았다. 그는 이번 재오픈 이후에도 이 구조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처벌에 맞서 '화살받이'가 되는 건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다. 구 대표는 앞서 배드파더스/양해들이 운영되는 동안 명예훼손 고소만 29건을 당했다. 문자나 전화로 협박을 받는 건 일상이고, 조폭을 데리고 구 대표가 사는 곳으로 찾아온 신상 등록자들도 있었다. 사이트 운영을 재개하면 이와 비슷하거나 혹은 더 심한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

하지만 구 대표는 '배드파더스' 활동 전면에 나서는 이유에 대해 "활동가들은 공익 때문, 나는 체면 때문"이라는 짤막한 답으로 대신했다. 그의 말 이면에는 양육비 미지급으로 고통 받고 있는 싱글맘들과 아이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녹아있었다. '배드파더스' 측은 재오픈 후에도 이전과 동일한 방식과 수위로 신상을 공개할 계획이다.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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