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영 생활변화관측소장 인터뷰
거주 환경·사회생활·여가 등 변화와 확산력 큰 '식문화'에 주목
와인·하이볼 인기, 술 문화가 수평적·취향 존중 문화로 바뀐 것
책 '3분 트렌드 익힘책'선 오뚜기 역사 통한 식문화 트렌드 짚어
앞으로의 키워드는 '건강'… 자기 돌봄, 사회 전반의 중요 화두
“와인 담론이 소주 담론을, 하이볼이 위스키를 역전했어요. 왜 그럴까요?”
책 <3분 트렌드 익힘책>은 '먹는 취향'으로 '요즘 문화'를 읽어낸다. 이 책의 공동 저자인 박현영 생활변화관측소 소장은 식탁을 통해 그 사회를 들여다본다. 실제 산업화와 도시화가 절정에 이르렀던 1980년대, 빠듯한 일상 속에서 가정의 식탁을 책임진 것은 '오뚜기 3분 카레'였다. '3분 카레' 덕분에 여성은 가사 노동의 부담을 덜었고, 아이들은 스스로 한 끼를 챙길 수 있었다.
식탁에는 늘 사회 변화가 반영된다. 주류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박 소장은 최근 진행한 인터뷰에서 와인과 하이볼로 대표되는 최근의 주류 트렌드를 통해 우리 사회가 '부드러운 사회'로 나아가고 있다고 봤다. "수직적이고 강제적이었던 술 문화가 수평적이고 서로의 취향을 존중하는 문화"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팬데믹을 거치면서 와인 담론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소주 담론을 역전했어요. 하이볼은 위스키를 역전했고요. 다양하고 독하지 않은 술의 상승은 우리 사회의 변화를 나타내는 거예요. 지독한 분위기의 사회에서 농도가 연한, 즉 서로를 용인해줄 수 있는 ‘적당하고, 가벼운, 부드러운 사회’로 나아가고 있다는 증명이죠.”
박 소장은 각자의 잔에, 각자의 취향을 고르는 하이볼이야 말로 분명한 변화를 보여준다고 짚었다. “하이볼은 잔술로 각자 다른 메뉴를 시키죠. 같은 주종을 나눠 마시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술을 선택한다는 것. 바로 변화가 느껴지죠?”
기업·사회·소비자가 만드는 거대한 '눈덩이' 박 소장이 이끄는 생활변화관측소는 빅데이터를 통해 브랜드를 컨설팅한다. 그는 특히 식문화에 주목한다. "패션은 무관심한 사람이 있을 수 있지만 식(食)과는 무관한 사람이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식은 저변이 넓고,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어요. 변화가 빠르고 확산력도 크죠. 더구나 많은 맥락도 담고 있어요. 밥상은 가족과 거주 환경의 변화를, 외식 문화는 사회생활과 관계의 변화를, 맛집은 여행과 여가의 변화를 안고 있어요."
그는 이번 책에서는 오뚜기와 함께 오뚜기의 역사를 통한 식문화 트렌드, 그리고 이를 통한 한국 사회의 트렌드를 짚는다. 특히 기업과 사회, 소비자는 서로 영향을 미치며 거대한 트렌드를 만든다고 설명한다.
"팬데믹 때 집밥에 대한 니즈가 늘면서 밀키트 시장이 성장했죠. 더 많은 기업이 밀키트 제품을 내놓았고, 이를 통해 소비자도 밀키트를 학습하게 됐죠. 결국 시장은 더 커졌고 밀키트 제품은 더 다양해지며 퀄리티도 높아졌어요. 기업과 소비자의 캐치볼을 통해 어떤 시장이 눈덩이처럼 커지는 것, 바로 그것이 트렌드지요."
먹는 것은 콘텐츠 박 소장은 <3분 트렌드 익힘책>에서 '먹는다는 것은 콘텐츠'라고 썼다. 그는 특히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등장 이후 식문화의 콘텐츠화가 급속도로 진행됐다고 분석한다. SNS에서 '먹는 장면'은 설명이 없어도 즉각적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기 때문이다. 무엇을, 어떻게 먹는지는 개인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드러내는 하나의 메시지가 됐다.
"SNS는 개인 미디어나 마찬가지죠. 모두가 편집장이 된 거예요. 각자는 자신의 SNS에 올릴 콘텐츠가 필요해요. 가장 쉽고, 자주 접하며, 가장 보편적인 소재인 게 '식'이고요. 그중에서도 디저트가 사진 찍어 올리기에 딱 좋아요. 색깔도, 모양도 다양하니까요. 디저트의 부상이 SNS의 성장과 궤를 같이하는 이유죠."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 등 K-콘텐츠 열풍이 K-푸드에 대한 관심을 촉발한 것 역시 같은 선상이다. 박 소장은 "입맛은 개인의 취향인 것 같지만, 사회의 영향을 매우 많이 받는 영역"이라며 "K-콘텐츠가 사랑을 받으니 콘텐츠 속 음식까지 맛있게 느껴지고, 먹어보고 싶고, 궁금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K-콘텐츠에 매료된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지금 일상적으로 소비되는 음식을 직접 경험하고 싶어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외국인이 (SNS에 가장 많이) 찍어 올린 K-푸드 1위는 호떡, 2위는 삼겹살, 3위는 라면이에요. 외국인 전용 음식도, 전통 음식도 아니죠. 시장이라는 로컬 공간, 식탁 위에 올라온 숯불 같은 일상의 식문화를 경험하고 싶어해요. K-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지속되는 한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도 지속될 거예요. 중요한 건 K-콘텐츠에 등장한 그 음식을 외국인에게 소개하고,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방법까지 함께 알려주는 일이죠."
박 소장은 앞으로 우리 식문화를 이끌 키워드로 '건강'을 꼽았다.
"남을 대접하는 건강이 아닌, 스스로를 돌보는 건강이에요. '스스로 건강식'은 쉽고 경제적이고 지속 가능해야 해요. 저당엽떡처럼 소스만이라도 죄책감을 덜어주는 건강식이라고 할까요. 이는 식문화에서만 나타나는 변화가 아니에요. 우리 사회 전반에서는 혼자 오래 살 것을 예상하는 사람들이 스스로를 돌보고자 하죠. '자기 돌봄'은 앞으로 식문화와 사회 전반의 중요한 화두로 보여져요."
아주경제=윤주혜 기자 jujusun@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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