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3일 오후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울산의 마음을 듣다‘ 타운홀 미팅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이재명 대통령이 25일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지명을 철회한 것은 인사청문회 이후에도 이 후보자의 핵심 의혹이 해소되지 않고 여론은 갈수록 악화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시간을 끌 경우 국정 동력 전반에 타격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신속하게 이 후보자 논란을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12·3 불법계엄을 옹호한 인사를 기용한 실용주의 인사가 각종 도덕성·불법 논란 끝에 실패로 마무리되면서 통합 인선 기준 설정과 인사 검증 부실 문제가 과제로 남았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 지명을 철회한 것은 지난 23일 청문회에서 핵심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청와대가 지명 철회 이유로 밝힌 “국민 눈높이” 측면에서 의혹 하나하나가 치명적이었다. 이 후보자 장남이 위장 미혼 상태로 서울 강남 아파트 청약에 당첨된 사실은 여론의 공분을 샀고, “당시 파경 상태였다”라는 이 후보자 해명도 설득력을 얻지 못했다. 보좌진 상대 갑질·폭언 정황, 인천 영종도 투기 의혹, 자녀 입시·병역 특혜 논란 등 그 밖의 의혹도 개별 사안 하나만으로도 임명에 큰 부담이 따르는 상황이었다. 이 대통령도 지난 2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문제가 있어 보인다”라고 했다.
국민 여론 악화와 함께 야당은 물론 여당 내부에서 사퇴 요구가 나온 것도 이 대통령에게 부담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갤럽이 지난 6~8일 전국 만18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 후보자가 ‘장관으로서 부적합하다’는 응답은 47%로, ‘적합하다’는 응답(16%)을 압도했다. 정치권에서도 국민의힘·개혁신당 등 보수 야당에 조국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 등 진보 야당이 가세해 부적격 의견을 냈다.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같이 일하기 어렵다”는 기류가 갈수록 거세졌다. 한 민주당 의원은 “이 대통령의 통합 인사 의지 때문에 공개적으로 말을 못해서 그렇지 다수가 내심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회의 인사청문경과 보고서 채택 여부가 불확실해 다음주 내내 이 사안으로 둘러싸일 가능성이 있어 대통령으로서는 ‘어렵다면 빨리 결정하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판단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 거취 문제는 일단락됐지만 지명 철회 여파는 당분간 남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대통령이 내세운 탈진영 인선이 결과적으로 국정 발목을 잡는 꼴이 되면서 통합 인사 기준 확립과 청와대 인사검증 기능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후보자처럼 불법계엄을 옹호하고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를 외친 인사까지 통합의 대상인지에 대해서는 인선 초기부터 여권 안팎의 의문이 잇따랐다. 이 대통령이 강조한 ‘정의로운 통합’과도 모순돼 보인다. 더구나 지지층 내부의 반목과 분열 등 탕평 인사의 부작용까지 나타났다.
청와대 검증 기능 마비도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신년 회견에서 “보좌관한테 갑질했는지 우리가 어떻게 알겠는가”라고 했지만 부정청약 당첨, 부동산 투기, 갑질 의혹 등 인사검증의 기본 항목이다.
청와대가 이날 통합 인사 기조 유지를 강조했지만 이번 여파로 이 대통령이 보수 인사 중용에 신중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 대통령은 그간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이석연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장 등 대선 선거대책위원회에서 함께한 보수 성향 인사들이나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 등 국무회의에서 업무 능력을 확인한 윤석열 정부 인사를 기용했다. 향후 통합 인사 때는 이 같은 형태의 ‘직접 확인한 사람’ 위주로 폭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정환보 기자 botox@kyunghyang.com,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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