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를 거점으로 딥페이크(Deepfake·AI 기반 얼굴 합성 기술) 기술을 악용해 한국인 100여 명에게서 120억 원을 뜯어낸 30대 부부 사기단이 결국 구속됐다. 이들은 현지에서 체포된 후 석방을 위해 뒷돈을 쓰거나, 추적을 피하려 얼굴을 뜯어고치는 등 치밀하게 도주 행각을 벌여온 것으로 드러났다.
울산경찰청은 범죄단체 조직,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혐의로 30대 A씨 부부를 구속했다고 25일 밝혔다.
울산지방법원은 이날 오후 진행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범죄의 중대성이 인정되고 도주 우려가 있다”며 A씨 부부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총책인 A씨 부부는 지난해 3월부터 올 2월까지 캄보디아 프놈펜 등에 사무실을 차리고 조직적인 ‘로맨스 스캠(혼인·연애 빙자 사기)’ 범죄를 저질렀다.
이들의 범행 수법은 고도화된 기술을 이용해 매우 치밀하게 이루어졌다. A씨 부부는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해 가상의 남녀 모델을 만든 뒤, 데이팅 앱과 SNS를 통해 피해자들에게 접근했다. 단순히 사진만 도용하는 것을 넘어, 딥페이크 기술이 적용된 실시간 영상 통화까지 시도하며 피해자들의 의심을 잠재우고 신뢰를 쌓았다.
이들은 자신들을 ‘서울 강남의 고가 아파트에 거주하는 재력가’ 등으로 포장하고, 구체적인 직업과 취미, 심지어 가짜 MBTI(성격유형)까지 설정해 피해자들의 환심을 샀다. 연인 관계 등으로 발전해 친밀감이 형성되면 “수익률 좋은 투자처가 있다”며 가짜 주식·코인 투자 사이트로 유인했다.
해당 사이트는 실제 금융기관처럼 보이도록 정교하게 조작된 상태였다. 이들은 초기에는 그래프를 조작해 큰 수익이 난 것처럼 보여주며 투자를 부추겼고, 피해자가 출금을 요청하면 “세금이나 수수료를 먼저 내야 한다”며 추가 입금을 유도한 뒤 잠적하는 수법을 썼다. 현재까지 파악된 피해자만 100여 명, 피해 규모는 120억 원에 달한다.
A씨 부부의 도피 행각도 혀를 내두르게 했다. 이들은 지난해 2월 초 캄보디아 현지 경찰에 한 차례 체포됐으나, 막대한 자금력을 동원해 현지 기관과 모종의 ‘뒷거래’를 하고 풀려난 의혹을 받고 있다.
석방 직후 이들은 수사망을 따돌리기 위해 성형수술을 감행해 얼굴을 바꾸고 은신처를 옮겨 다니며 도피 생활을 이어갔다. 그러나 한국 경찰과 현지 당국의 공조 수사망이 좁혀오면서 재차 덜미를 잡혔다.
정부는 지난 23일 초국가 범죄 대응 범정부 태스크포스(TF)를 통해 A씨 부부를 포함한 캄보디아 내 한국인 범죄조직원 73명을 전세기를 통해 국내로 강제 송환했다.
울산경찰청은 A씨 부부가 혐의 대부분을 인정함에 따라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찰은 이들을 상대로 △구체적인 범죄 수익 은닉 경로 △조직 운영 체계 등을 집중적으로 추궁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 회복을 위해 은닉 재산을 끝까지 추적할 것”이라며 “보강 수사를 거쳐 이르면 이달 중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장지승 기자 jj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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