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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이 바뀌자 길거리로 내몰렸다…낙동강 오리알 30대 취준생들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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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교체·정책 방향 변화에 따라 진로 고민↑
헤럴드경제

지난해 11월 열린 2025 부산청년 글로벌 취업박람회에서 청년 구직자들이 채용 기업안내판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전새날 기자] 정부가 약속한 장밋빛 미래를 믿고 커리어를 던졌던 기대 산업 종사자들이 갈 곳을 잃고 있다. 정책의 급격한 선회가 민간 고용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을 고려할 때, 개인의 커리어를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정부 기조 변화에 깊어지는 30대 직무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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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 모습 [연합]



30대 취업준비생 A씨는 지난해 7월까지 에듀테크 기업에서 근무했다. 당시 정부가 추진하던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 사업은 업계의 황금기였다. 국가가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분야라는 확신에 A씨는 전공까지 뒤로하고 이 길을 택했다.

그러나 정권 교체와 함께 정책의 우선순위가 조정되고 사업이 백지화되자 회사는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었다. A씨는 “정부 사업 위주로 수익을 내던 구조라 정책이 바뀌니 회사가 버티질 못했다”며 “국가가 밀어준다는 말을 믿고 들어왔는데, 정작 정책이 철회될 때는 개인을 위한 보호막이 전혀 없었다”고 토로했다.

결국 그는 회사 권유에 따라 희망퇴직을 선택했다. 다시 새로운 적성을 찾아 코딩 직무로의 전환을 준비 중이지만 최근 AI가 개발자를 대체한다는 소식에 또다시 낙동강 오리알이 될까 밤잠을 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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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6 스타트업 채용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채용 상담 및 면접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례는 또 있다. 30대 직장인 B씨는 과거 코딩 열풍이 불던 시기, 정부와 산업계가 ‘미래 먹거리’로 강조한 IT 분야를 믿고 관련 취업 학원에 다녔다. 하지만 결국 경영·기획 직무로 방향을 틀었다. B씨는 “개인의 선택이라기보다 정책 변화에 따라 커리어가 흔들렸다”며 “30대에 다시 공부하고 시험을 준비하는 현실이 막막했다”고 털어놨다.

원자력 공학을 전공하고 관련 부품 기업에서 근무하던 30대 직장인 C씨는 몇 년 전 ‘탈원전’ 기조가 거세지자 커리어를 통째로 바꿔야 했다. 당시 정부의 신재생 에너지 육성 정책에 맞춰 이직했지만, 최근 다시 정부가 원전 신설 검토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또 한 번 혼란에 빠졌다. 그는 “국가 산업 정책이 180도 바뀔 때마다 전문성은 사라지고 매번 신입의 마음으로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겪는 불안을 단순한 개인 차원의 문제로만 보기 어렵다고 분석한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굳이 30대가 커리어 재설계를 생각할 이유가 없었다”라며 “취업하면 한 직장에서 쭉 근무하는 것이 일반적이었고, 입사 초기라면 직업적 안정성이 어느 정도 보장되는 시기였다”고 설명했다.

구 교수는 “커리어 재설계를 포함해 자신과 맞는 조직을 다시 찾으려는 의지가 30대에서 강하게 나타나는 배경”이라고 말했다. 과거에는 없던 새로운 현상들이 30대의 고민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과거와 달리 산업 기조가 짧은 주기로 바뀌면서 전문성을 쌓아야 할 시기에 오히려 ‘내가 몸담은 산업이 언제든 사라질 수 있다’는 구조적 공포를 먼저 학습하게 되었다는 지적이다.

경력 연속성·전문성 필요…직무 재설계 어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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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 구인정보 게시판 모습 [연합]



30대가 정책 변화에 유독 취약한 이유는 이들이 직무 형성의 적기에 놓여 있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20대는 첫 단추를 다시 끼울 시간적 여유가 있고 40대 이상은 이미 쌓아온 경력과 조직 내 지위라는 방어 수단이 존재한다. 반면 30대는 특정 산업에 몸담으며 전문성을 쌓아가는 시기로 정책 실패의 비용을 가장 직접적으로 감내해야 한다.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은 “20대 중후반은 첫 직장을 경험하는 시기라 마음에 들지 않으면 비교적 빠르게 퇴사하고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 졸업 후 1년 이내에는 이력 공백이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는 인식도 있다”며 “30대는 보통 4~6년 정도 재직한 뒤 이직을 고민하게 되는데, 이 시점부터는 단순한 탐색이 아니라 경력의 연속성과 전문성이 강하게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러한 위기감이 실제 수치로도 증명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고용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30대는 이직은커녕 기존의 지위조차 위협받고 있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5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30대 실업자는 17만4000명으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5만3000명이 늘었다. 실업률 역시 2.2%에서 3.0%로 0.8%P 뛰었는데, 이는 다른 연령대에 비해 유독 가파른 상승세다.

특히 비경제활동인구 중 30대 ‘쉬었음’ 인구는 30만9000명으로 2003년 관련 통계 작성 시작 이래 가장 높게 나타났다. 구직을 단념하고 ‘쉬었음’을 선택하는 청년층이 늘어날 만큼 채용 문턱이 높아지면서, 일부 30대 취준생들 사이에서는 ‘지금 같은 시기에 섣불리 이직이나 진로 변경을 시도했다가는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있다. 2024년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사에서 30대의 72.6%가 ‘이직을 고려 중’이라고 답했음에도, 실제 일자리 이동률이 15.6%에 그친 통계의 괴리는 여기서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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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6 스타트업 채용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취업 관련 상담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



최근에도 정부의 ‘AI 100조 시대’ 선언에 따라 교육 현장은 다시 들썩이고 있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올해 주요 20개 대학 AI 관련 학과 지원자는 전년 대비 16.0%나 급증했다. 과거에도 코딩 열풍이 불며 특정 직군에 인력이 몰렸다가 채용 한파를 겪고 탈원전 정책으로 유망 학과가 직격탄을 맞았던 전례가 있었다. 또다시 정책 키워드에 따라 진로를 결정하는 널뛰기 입시가 반복되는 양상이 여전히 반복되는 상황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취업 여건이 악화한 상황에서 정부 정책이 명확한 시그널을 주고 기업 환경까지 뒷받침되면 수험생과 구직자의 선택은 그쪽으로 쏠릴 수밖에 없다”며 “다만 과거 코딩 열풍이 막연한 미래 예측에 의존했다면 지금의 AI 열풍은 전 세계적인 산업 지수와 기업 수요가 눈에 보이는 단계에 진입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국가적 산업 육성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동의하면서도 일관성 없는 정책 기조가 개인의 커리어 로드맵을 파괴하는 현상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 소장은 “노동시장은 경기 변동, 산업 변동, 정부 정책이라는 세 가지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며 “특히 정부가 중점적으로 지원하는 산업이 바뀔 때 민간 시장 종사자들은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정부가 ‘AI 100조 시대’를 언급하며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고 있는데, 정책 방향에 따라 기업을 비롯해 관련 산업 종사자들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대기업은 정책 변화에 비교적 능동적으로 대응하지만, 중소·중견기업은 전환 속도가 느려 개인이 체감하는 충격이 더 클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부마다 중점을 두는 사업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국정 기조 변화에 따라 (민간 노동 시장에 미치는) 파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일반 기업에서도 인력 재배치가 필요할 때 아웃플레이스먼트(전직지원) 서비스를 통해 직무 변경을 돕는다”며 “정부도 공공 차원의 아웃플레이스먼트 서비스를 잘 구축해 나가는 것이 산업 종사자들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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