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희(사법연수원 35기) 부산지검 인권보호부장검사가 22일 부산 연제구 부산지검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부산=양근혁 기자] |
[헤럴드경제(부산)=양근혁 기자] 검찰청법은 제4조에서 검사를 ‘공익의 대표자’로 규정하고 있다. 직무 수행에 있어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는 역할을 부여받았다는 의미다. 흔히 검사라고 하면 정치인과 기업인 관련 부패범죄 사건을 수사하고, 범죄자들을 형사재판에 넘기는 사람들로 인식되지만 실제 검사의 업무는 수사와 기소 외에도 다양하다.
부산지검은 공익의 대표자 기능 강화를 위해 지난 2022년부터 인권보호부 산하에 ‘비송사건전담팀’을 설치해 운영 중이다. 비송사건(非訟事件)은 소송이 아닌 사건을 의미하는데, 비송사건전담팀에선 공익상 이유로 국가의 관여가 필요한 경우 검찰이 청구권을 행사하는 등 방식으로 적극 개입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부산지검 비송사건전담팀은 아동학대 부모 친권상실 및 후견인 선임 청구, 유령회사 법인 해산 청구 등 다양한 영역에서의 적극적인 활동으로 뚜렷한 성과를 내고 있다. 수사와 기소를 통한 범죄 척결로 대표되던 검사의 기존 이미지를 다방면으로 확장하는 모델을 만들고 있다는 검찰 안팎의 평가를 받는다. 부산지검에서 제공한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의 전담팀 운영실적을 살펴보면 비송사건 수행 건수가 235건에 달한다. 가사비송사건에선 친권상실 및 미성년후견인 선임 청구 40건, 그 외 청구(상속재산관리인 선임·실종선고·취소 심판 청구 등)는 9건에 이른다. 상사비송사건은 회사 해산명령 청구 184건, 청산인 선임 청구 2건 등이다.
현재 부산지검의 비송사건전담팀에서는 3명의 검사가 활약하고 있다. 이세희(사법연수원 35기) 인권보호부장검사가 팀장을 맡고, 최성규(40기) 부부장검사와 박원석(46기) 검사가 전담검사다. 강혁동(6급)·손혜움(7급) 수사관도 업무를 함께하고 있다.
전담팀을 이끄는 이 부장검사는 22일 부산 연제구 부산지검 회의실에서 헤럴드경제와 만나 “그동안은 검사에 대해서 ‘수사의 주재자’라는 역할이 부각돼 왔다면, 이제는 국민 전체의 법률가라는 역할에 더 주목을 해야 한다”며 “국민 전체의 법률가가 형사사건만 다루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 부장검사와의 일문일답.
부산지검 비송사건전담팀이 22일 부산 연제구 부산지검 회의실에서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손혜움 수사관, 최성규 부부장검사, 이세희 인권보호부장검사, 박원석 검사, 강혁동 수사관. [부산=양근혁 기자] |
-검사의 업무는 주로 수사 영역에서 조명 받아왔다. 생소한 용어인 ‘공익의 대표자 업무’, ‘비송사건’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린다.
▶공익의 대표자는 검찰청법이 규정하는 검사의 역할이다. 검찰청법 제4조는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다음 각호의 직무와 권한이 있다’라며 검사가 해야 하는 일들을 명시하고 있다. 수사와 재판에 관한 업무도 중요하지만, 이 밖에도 많은 업무가 있는 것이다.
비송은 쉽게 말하면 소송이 아닌 것이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사인 간의 관계가 계약이나 권리 행사에 의해 형성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권리자가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거나, 공익을 이유로 국가가 개입해 관계를 정리해야 할 때 법원의 결정이 필요한 경우들이 있다. 이를 통틀어 비송사건이라 부른다. 이 과정에서 검사는 민법과 상법 등 개별 법령에서 정한 담당 업무들을 수행한다.
-비송사건전담팀을 소개해 주신다면.
▶부산지검은 2021년에 형집행비송사건팀을 공판부에 설치했다. 이후 수사권 조정 등 형사법령 변화에 맞춰 검사의 공익적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취지로 2022년 7월 인권보호부 산하에 비송사건전담팀을 만들었다. 비송사건만을 다루는 독립된 전담팀이 출범한 것이다.
그간 전담팀은 단순히 실적의 수치만 높이는 것이 아니라, 업무 노하우와 전문성을 쌓아왔다. 검찰 내부 수사 기록에서 단서를 찾는 것은 물론, 지자체나 가정위탁지원센터 등 외부 기관과 MOU를 체결해 사각지대에 놓인 사건들을 선제적으로 발굴하고 있다.
-전담팀에서 다뤘던 사건 중 보람을 느꼈던 사례를 소개해달라.
▶지난해 말 위탁 아동 후견인에게 어느 정도의 대리권을 주는 법안이 통과가 됐는데, 그 이전에는 여러 가지 어려움을 안고 계시는 분들이 많았다. 병원에 (아픈 아동을) 데리고 가도 법정 대리인이 아니어서 제대로 진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은행에 가도 계좌를 개설해 줄 수 없는 등 어려움이 있어도 어떻게 해소하실지를 잘 모르셨던 것이다.
중증 미숙아로 태어나 부모로부터 유기된 아동이 있었다. 한 보호시설의 장이 위탁해서 아동을 양육했는데, 법정 대리인이 없어서 하지 못하는 일들이 너무 많았다. 가족 관계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 아동은 학업도 훌륭하게 하고 예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서 장학금도 받게 됐는데, 장학금 받을 수 있는 계좌도 개설할 수가 없었다.
가정위탁지원센터의 의뢰로 전담팀이 맡게 됐다. 우선 직접 아동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각종 관계인들을 꼼꼼하게 면담했다. 친권 상실과 미성년 후견인 선임을 청구했고 법원에서 지난해에 받아들여지면서 미성년 후견인이 선임됐다. 아동이 성년이 될 때까지 후견인이 안정적인 양육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큰 보람을 느꼈다.
수사 과정에서 단서를 얻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부산지검이 회사 청산인이 횡령한 사건을 수사했는데, 청산 과정에서 관리 감독이 제대로 안 돼 횡령이 있었음에도 회사 내부 사람들은 아무런 의욕이 없었기 때문에 나서질 않았다. 채권자와 채무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고, 자신이 재산이 없어져도 잘 모르고 있었다.
전담팀이 청산인을 해임하고 새 청산인을 선임하도록 법원에 청구했다. 사회적 덕망이 있으신 분을 새로 청산인으로 세워서 회사의 청산을 제대로 이뤄지도록 했다.
-수사를 할 때와 비송사건을 다룰 때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수사를 할 때는 서로 반대되는 입장의 당사자들을 만나게 된다. 피의자와 피해자가 있고, 고소인이 있으면 피고소인이 있다. 검사와 수사관은 두 사람의 진술과 제출하는 증거들의 사이에서 진실을 찾는 과정에 놓이게 된다. 우리가 어떤 진실을 확인하든지 누군가는 기분이 나쁘다. 처벌을 하면 처벌을 받은 사람이 기분이 나쁠 것이고, 처벌이 안 되면 고소한 사람이 기분이 나쁠 것이다.
비송사건은 해결하면 모두가 행복해진다. 정말 망망대해에 떨어진 것 같은 심정인 분들을 도와준다는 점에서 큰 보람을 느낀다. 학대받거나 유기됐던 아동이 보호받게 되고, 아동을 돌봐주시는 분도 적절한 권한을 갖게 돼 기뻐하시는 모습을 본다.
-비송사건에서 검찰의 역할이 강화돼야 할 것 같다.
▶검사는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 헌법과 법률에 따라서 국민의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고 법에서 정하고 있다. 검찰의 역사에선 수사와 공판이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아왔고, 비송사건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하는 분들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비송사건전담팀을 하면서 자신의 권리를 찾지 못하는 사회적 약자들에 대해서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고, 그들의 삶을 사회 안전망 위로 올려드리는 일이 국민의 삶에 정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일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이 분야에서 검사의 역할을 더 발전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동, 장애인, 치매 노인, 연고가 없으신 분들 등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일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이들의 권리 확보에 최선을 다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