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기간 중 학교에 무단 침입한 혐의 등을 받는 학부모 A씨가 지난해 7월15일 대구지법 안동지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고 나오는 모습. 오른쪽은 학부모와 공모해 시험지를 유출한 혐의로 기소된 기간제 교사 B씨가 지난 14일 선고 공판을 위해 대구지법 안동지청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뉴스1 |
두 여성은 이 학교 고등학교 3학년 여학생의 어머니인 40대 A씨와 2024년 2월까지 기간제 교사로 근무했던 30대 B씨였다. 대구지법 안동지원 형사1단독 손영언 부장판사는 지난 14일 고등학교에 상습적으로 침입해 시험지를 빼돌린 혐의(특수절도 등)로 기소된 A씨에겐 징역 4년6개월을, B씨에겐 징역 5년에 추징금 3150만원을 선고했다.
이들의 범행을 도운 혐의(야간주거침입 방조 등)로 기소된 학교 행정실장 C(30대)씨에게는 징역 1년6개월이, 훔친 시험지란 사실을 알고도 문제와 답을 미리 외우고 시험을 치른 혐의(위계에 의한 업무방해)로 기소된 A씨의 딸 D(10대 )양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학부모와 공모해 시험지를 유출한 혐의로 기소된 기간제 교사가 14일 오후 선고 공판을 위해 대구지법 안동지청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뉴스1 |
학부모 A씨는 딸의 옛 담임교사였던 B씨와 2023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11차례에 걸쳐 딸이 재학 중인 고등학교에 무단 침입, 7차례에 걸쳐 중간·기말고사 시험지를 빼돌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과정에 B씨는 A씨로부터 16차례에 걸쳐 3150만원을 받았으며, A씨 딸 D양은 유출된 시험지로 미리 공부해 고등학교 내신 평가에서 단 한 번도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의 범행은 기말고사 평가 기간이었던 지난해 7월4일 사설 경비 시스템이 작동하며 발각됐다. B씨는 퇴사했지만 교내 경비 시스템에 지문이 등록돼 있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시험지를 보관하는 장소도 알고 있었다. 시험지는 상자에 담아 봉인하는데 학교 사정을 잘 아는 B씨는 봉인을 뜯는 대신 여분으로 인쇄해 놓은 시험지를 찾아 빼돌리려 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경비 시스템이 울린 건 시스템 오류 때문으로 조사됐다. 정상적으로 지문을 인식시켰는데도 시스템이 공교롭게 오작동해 비상벨이 울려 범행이 탄로 났다. 당직 교사가 확인한 폐쇄회로(CC)TV에는 이들이 교무실까지 들어갔다가 경보음에 놀라 도망치는 모습이 그대로 담겼다.
지난 14일 대구지방법원 안동지원에서 시험지 유출사건의 피고인인 딸 D양(검은색 패딩)이 선고를 받은 후 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스1 |
손 부장판사는 “이 사건은 교육 신뢰를 근본적으로 침해한 중대한 사건으로 피고인들은 해당 학교 학생들의 학습권과 공정하게 평가받을 기회를 중대하게 침해했다”며 “치열한 입시 환경 속에서 성실히 노력해온 수험생들과 학부모에게 깊은 허탈감과 분노를 만들었으며, 사명감으로 묵묵히 일한 다수 교직원의 직업적 자존심마저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 학교 교직원들이 엄벌을 탄원하고 있으며, 학부모 A씨는 증거인 휴대전화를 훼손하기도 했다”면서도 “교사 등이 범행을 자백하고 있으며, 학부모는 학교에 1억원을 공탁하기도 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학교 측은 지난해 7월14일 학업성적관리위원회를 열고 D양에 대해 퇴학 결정을 내렸다. 지금까지 치른 시험 성적도 모두 0점 처리하기로 했다. 항상 만점을 받던 D양은 지난해 7월4일 치러진 기말고사에선 수학 과목 40점을 받았다. D양의 아버지가 의사라는 소식이 전해지며 이 학교 학부모를 중심으로 “엄마가 딸을 의대에 보내려 과욕을 부린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 D양은 경찰 조사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으나 이후 시험지 유출을 알고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그는 “1학년 1학기 중간고사부터 시험 전 엄마가 가져온 문제와 학교 시험 문제가 똑같아 의심스러웠다”며 “엄마에게 물으니 ‘그냥 하라’고 해서 잘못인 걸 알았지만 따랐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숙명여고 교무부장인 아버지에게서 정답을 받아 시험을 치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쌍둥이 자매 중 한 명이 2022년 1월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스1 |
해당 사건으로 학교 현장의 시험지 관리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과거 숙명여고 사건도 떠올리게 한다. 시험 문제에서 오답을 정답으로 처리한 문제가 있었는데 쌍둥이 자매가 똑같은 오답을 골라 의심을 샀던 사건으로, 2023년 말 두 자매에게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이 확정되며 종결됐다. 쌍둥이 딸들에게 시험 정답을 유출한 교무부장 아버지에게도 징역형이 확정됐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5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전국 초·중·고교에선 시험지 유출 사고는 모두 26건 발생했다. 3건은 중학교에서, 23건은 고등학교에서 일어났다.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 중 11곳에서 시험지 유출 사고가 있었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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