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그린란드 누크항에 정박한 덴마크 해군 호위함 HDMS 베데렌(Vædderen·F359)호 격납고에서 주민들이 다과를 나누며 전투 장비와 피복 등을 관람하고 있다./원선우 특파원 |
24일 그린란드 누크항에 정박한 덴마크 해군 호위함 HDMS 베데렌(Vædderen·F359)호. 덴마크 해군은 이날 그린란드 주민을 상대로 함정을 공개하는 행사를 열었다. 그린란드 전체 주민 5만6000여 명 중 10%인 5000여 명이 줄지어 몰려와 함정 곳곳을 둘러봤다. 대부분 어린 자녀를 동반한 가족 단위 방문객이었다. 이들은 “군인들을 보니 마음이 든든하다”며 “세계가 우려하는 미국과의 군사 충돌은 결코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24일 그린란드 누크항에 정박한 덴마크 해군 호위함 HDMS 베데렌(Vædderen·F359)호 갑판에서 한 어린이가 개썰매에 올라 놀고 있다./원선우 특파원 |
덴마크 해군은 이날 외신 취재진을 비롯한 방문객 전원에게 별도 신원 확인 등 절차 없이 베데렌호를 공개했다. 조타실부터 갑판, 격납고에 이르기까지 함정의 주요 시설을 통제 없이 둘러볼 수 있었다. 부모의 손을 잡은 아이들이 조타실의 해도와 항해 기기 등을 신기하다는 듯 만져보거나 의자에 앉기도 했고, 전투복 차림의 덴마크 군인들은 얼굴에 미소를 띠고 이들을 안내했다.
24일 그린란드 누크항에 정박한 덴마크 해군 호위함 HDMS 베데렌(Vædderen·F359)호 함정 공개 행사에 온 주민들이 함정으로 올라가고 있다./원선우 특파원 |
‘최근 미국과의 군사 긴장 고조 때문에 개최한 행사냐’는 질문에 덴마크 해군 관계자는 “주말에 교회에 가거나 운동 경기에 참여하듯 정기적으로 주민을 상대로 여는 행사”라며 “최근 상황과는 관계가 없다”고 했다. ‘미군이 만일 그린란드를 공격한다면 덴마크군은 그에 대응할 태세를 갖추고 있느냐’고 묻자 이 관계자는 웃으면서 “그런 일은 발생할 수 없다”고 했다. 76㎜ 62구경 함포 1문, 12.7㎜ 중기관총 7정, 7.62㎜ 경기관총 4정, 대잠 어뢰 등을 보유하고 있다. 함정 이곳저곳에서 아이들이 신기하다는 듯 함포나 기관총 포신을 만져보기도 했다.
24일 그린란드 누크항에 정박한 덴마크 해군 호위함 HDMS 베데렌(Vædderen·F359)호 갑판에서 한 군인이 행사를 관람하는 주민들을 지켜보고 있다./원선우 특파원 |
1992년 취역한 3500t급 호위함 HDMS 베데렌호는 그린란드 주변 해역을 순찰하며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차원의 감시 활동을 주 임무로 한다. 2년에 한 번 미국·영국·캐나다 해군과 실시하는 대잠수함 훈련에 정기적으로 참여하는 함정이기도 하다.
24일 그린란드 누크항에 정박한 덴마크 해군 호위함 HDMS 베데렌(Vædderen·F359)호 승조원들./원선우 특파원 |
이날 함정 격납고와 갑판 곳곳에선 각종 군용 피복을 비롯, 전투·생존 장비, 개썰매와 야전 텐트 등을 주민들에게 설명하는 프로그램도 진행됐다. 어린이들이 신이 난다는 듯 갑판을 뛰어다니거나 개썰매에 앉고, 텐트 속에 들어가 눕는 모습도 보였다. 군인과 주민들은 다과를 함께 먹으며 ‘홈파티’를 하듯 갑판 이곳저곳에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24일 그린란드 누크항에 정박한 덴마크 해군 호위함 HDMS 베데렌(Vædderen·F359)호 갑판에서 덴마크 해군기가 휘날리고 있다./원선우 특파원 |
그린란드 주민들은 “군인과 전투 장비들을 실제 보니 든든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남편과 아들 세 명과 함께 온 키시 브뢴룬(40)은 “즐거운 가족 행사 같은 기분”이라고 했다. 닐스 안데르센(19)은 “덴마크 해군이 우리를 지켜줄 것”이라며 “우리 군인들을 믿는다”고 했다. 수산네 드뤼에(65)는 “미국에 대해 덴마크와 그린란드의 많은 사람들이 화가 난 건 사실”이라면서도 “그렇다고 실제 미국이 우릴 공격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고 했다.
24일 그린란드 누크항에 정박한 덴마크 해군 호위함 HDMS 베데렌(Vædderen·F359)호 조타실에서 한 어린이가 조타 기계장비를 신기하다는 듯 조작하고 있다./원선우 특파원 |
이날 함정 공개 행사를 보러 온 주민들로 항구는 인산인해였고, 인근 거리 곳곳도 줄지어 걸어오는 사람들로 붐볐다. 덴마크군의 공식 입장은 “현 상황과 관련 없는 정례 민간 공개 행사”라는 입장이지만, 최근 덴마크군이 육군참모총장이 직접 지휘하는 병력을 직접 파견하고 인근 해역의 감시·순찰을 강화하는 등 군사 활동을 늘린 것은 사실이다. 이날 함정 주민 공개 행사 역시 민심을 다독이고, 덴마크와 그린란드가 민·군 차원에서 굳게 단결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미국에 전달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24일 그린란드 누크항에 정박한 덴마크 해군 호위함 HDMS 베데렌(Vædderen·F359)호./원선우 특파원 |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도 전날 누크 ‘깜짝 방문’, 옌스 페레데리크 닐센 그린란드 정부수반을 만났다. 두 사람은 향후 미국과 추진할 외교 공동 대응 방향과 그린란드 지역의 안보 강화 대책을 함께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레데릭센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 회견한 뒤 비행기로 5시간 걸리는 누크로 날아왔는데, 최근 일주일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거듭되는 ‘그린란드 장악 발언’으로 지친 민심을 다독이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24일 그린란드 누크항에 정박한 덴마크 해군 호위함 HDMS 베데렌(Vædderen·F359)호 격납고에서 군인들이 무전기 등 전투 장비를 진열해두고 주민들을 맞이하고 있다./원선우 특파원갑판에서 덴마크 해군기가 휘날리고 있다./원선우 특파원/ 원선우 특파원 |
그는 이날 누크에서 별도의 기자회견 없이 “우리는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있다”며 “무엇보다도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 그린란드 주민에게 우리의 강력한 지지를 보여주기 위해 왔다”며 방문 취지를 설명했다. 그는 덴마크 공영방송 DR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통제 야심에서 비롯된 상황이 여전히 “심각하다”면서 향후 그린란드와 함께 외교적·정치적 해법을 추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지색 점퍼 차림의 프레데릭센은 이날 닐센과 눈 덮인 누크 시내를 나란히 걸으며 시민들에게 반갑게 인사하는 장면도 포착됐다. 이들은 누크의 유치원, 어시장 등도 함께 방문해 어린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상인들과 소통하며 시민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모습도 보여줬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왼쪽)이 지난 24일 그린란드누크를 ‘깜짝 방문’, 옌스페레데리크 닐센 그린란드 정부수반과 함께 누크 시내 곳곳을 걸으며 주민들을 위로하고 있다./AP 연합뉴스 |
한 그린란드 주민은 두 지도자가 함께 시내를 걸으며 주민을 만나고 다닌 데 대해 “덴마크 본국이 우릴 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를 준다”며 “다만 미국이 워낙 강력한 나라고, 트럼프는 예측 불가능한 사람이기 때문에 아직 안심하긴 이른 것 같다”고 했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왼쪽)이 지난 24일 그린란드누크를 ‘깜짝 방문’, 옌스페레데리크 닐센 그린란드 정부수반과 함께 누크 시내 한 어린이집을 방문해 어린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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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크(그린란드)=원선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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