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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가진 AI’ 시대에 전기가 주목받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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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손성호 한국전기연구원 미래전략실장

필자는 올해 아쉽게도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6’에 직접 가지는 못했다. 이 때문에 현장에 다녀온 동료들의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전시장을 직접 걸으며 체감하는 대신 사진과 영상, 그리고 설명을 통해 분위기를 짐작해야 했지만, 하나의 인상만큼은 분명했다. 이번 CES의 주인공은 단연 로봇이었다는 점이다.

사람처럼 걷고 행동하는 휴머노이드와 물류창고를 쉼 없이 누비는 자율이동로봇, 공장에서 사람을 도와 일하는 협동로봇까지, 지난 2년간 CES에서 유독 강조됐던 인공지능(AI)은 더 이상 모니터 속에 머물지 않고 몸을 얻기 시작한 듯했다. AI를 설명하는 전시 공간보다 이제는 AI가 실제로 일하는 장면을 보여주는 전시 공간이 훨씬 많아졌다는 점은 AI 기술의 적용 방식 자체가 달라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흐름을 생성형 AI와 구분해 ‘피지컬 AI’라고 부른다. 센서로 주변을 인식하고, 스스로 판단하며, 실제 물리 공간에서 움직이는 AI다. 챗봇이 질문에 답하는 지능이었다면, 피지컬 AI는 일을 대신 수행하는 지능에 가깝다.

이번 CES 2026에서는 AI의 무대가 이제 더 이상 대화창에 머무르지 않고, 현실 세계로 옮겨가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줬다. 생성형 AI의 가능성이 충분히 소개된 이후, “그래서 실제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산업계가 본격적으로 답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도 읽힌다.

이는 자연스럽게 10여년 전 출간된 서적 <로봇의 부상>을 떠올리게 한다. 이 책에서 저자 마틴 포드는 로봇과 자동화가 인간의 노동을 빠르게 대체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도 변화의 본질은 단순히 똑똑해진 소프트웨어 그 자체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진정한 변화는 그 소프트웨어가 기계와 결합해 실제로 생산과 서비스를 담당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는 것이다.

CES 2026에서 부각된 로봇과 피지컬 AI는 그 오래된 경고가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님을 보여주는 예고편처럼 느껴진다. 당시의 우려가 아직 완전히 현실이 되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번에 등장한 로봇들은 이미 산업 현장으로 들어오고 있는 현재형 기술이라는 점에서 무게감이 다르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로봇 혁신의 중심에 다시 ‘전기’가 등장한다는 사실이다. 현장에 다녀온 이들이 공통적으로 언급한 것도 로봇의 화려한 동작이나 AI 성능만은 아니었다. 가동 시간, 충전 방식, 전력 소모, 그리고 여러 대의 로봇을 동시에 움직일 때의 안정성 같은 문제들이 빠지지 않고 거론됐다.

로봇은 고출력 모터 구동과 실시간 연산, 반복적인 배터리 충전 등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생각보다 전기를 훨씬 많이 쓰는 존재다. 특히 여러 대의 로봇이 동시에 작동하는 공장이나 물류센터에서는 전력 공급의 안정성이 곧 생산성과 직결된다. 로봇이 멈추는 순간, 시스템 전체가 멈추기 때문이다. 따라서 로봇을 많이 사용할수록 전력 품질, 충전 인프라, 에너지 관리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로봇의 부상>이 기술 발전 속도에 대응할 준비가 되지 못한 사회를 우려했다면 CES 2026이 던지는 질문은 한 단계 더 구체적이다. “우리는 이 로봇들을 안정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전력 설비와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는가”라는 점이다.

더 똑똑한 AI를 만드는 경쟁 못지않게, 그러한 AI가 멈추지 않도록 지탱하는 전기와 관련 인프라의 중요성은 앞으로 더 커질 것이다. 이처럼 피지컬 AI 확산은 단순한 로봇 보급이 아니라 전력 인프라의 역할을 다시 묻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손성호 한국전기연구원 미래전략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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