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중요임무종사 사건에서 법원이 비상계엄 당시 진행된 국무회의의 하자를 인정했다. 앞서 선고된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체포방해’ 사건에서도 국무회의의 문제점이 지적됐다. 두 판결은 같은 국무회의를 두고 각각 총리의 관점과 대통령의 관점에서 판단했지만, 결과적으로 윤 전 대통령의 내란우두머리 사건에서 유죄 판단의 사법적 전제를 더욱 공고히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尹과 한 전 총리 입장에서 바라본 국무회의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재판장 이진관)는 지난 21일 내란중요임무종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 전 총리의 선고기일에서 국무회의에서 총리가 부담해야 할 책임과 역할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한 전 총리가 윤 전 대통령의 의사에 따라 국무회의 심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을 인식하고 있었음에도, 의사정족수 충족과 절차적 외관 형성을 위해 “국무회의를 열어야 한다”고 한 점을 내란 중요 임무 가담 행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국무회의가 대통령의 의사 표현이나 결정을 통제하는 장치로 기능하기보다는, 내란 실행의 정당성을 가장하기 위해 동원된 절차로 작용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반면 지난 16일 선고된 윤 전 대통령의 공수처 체포방해 사건에서는 비상계엄 선포 직전 열린 국무회의를 윤 전 대통령의 행위를 중심으로 평가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재판장 백대현)는 국무회의를 대통령 권한의 오남용을 막기 위한 헌법상 내부 통제 장치로 규정했다. 이어 안건 상정이나 실질적 토론 없이 계엄 선포를 통보한 점을 들어, 대통령이 국무위원들의 심의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두 재판부는 국무회의라는 하나의 절차를 두고 각각 국무위원과 대통령의 입장에서 바라보며, 각자의 역할과 책임을 따졌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표현과 논리는 다소 차이를 보였지만, 결론은 같다. 재판부들은 비상계엄 당시 국무회의가 헌법과 계엄법이 예정한 실질적 심의 기능을 수행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이는 국무회의가 ‘대통령에 의한 심의권 침해’와 ‘총리의 내란 가담’이라는 서로 다른 법적 평가를 받았을 뿐, 비상계엄이 위헌·위법한 행위라는 사법부 판단은 동일하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韓 총리 판결의 가장 큰 의의… ‘내란’ 인정
한 전 총리 판결이 주는 가장 큰 메시지는 12·3 비상계엄을 형법상 내란으로 명확히 규정했다는 점이다.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과 일부 내란 관련 재판에서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에 대한 평가는 있었지만, 형법 제87조가 정한 내란죄를 직접 언급하며 이를 인정한 것은 이번 한 전 총리 판결이 사실상 처음이다.
재판부는 비상계엄 선포가 군과 경찰을 동원해 국회 등 헌법기관의 권능 행사를 강압적으로 불가능하게 한 행위로, 국헌문란 목적의 폭동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는 윤 전 대통령의 내란우두머리 사건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전제이기도 하다.
법조계에서는 재판부가 독립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원칙을 전제로 하면서도, 동일한 사실관계를 공유하는 사건에서 전혀 다른 결론이 나오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지적한다. 한 전 총리 사건에서 판결문을 통해 비상계엄의 성격과 실행 양상이 상세히 설시된 이상, 후행 재판부가 이를 상당 부분 참고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한 현직 부장판사는 “1심 단계에서는 일부 판단 내용이 달라지더라도 이상할 것은 없고, 다툼의 여지가 없다고 보기도 어렵다”면서도 “같은 법원에서 장반대의 결론을 내리기 위해서는 상당한 자신감이 필요하다. 특히 중대한 사건일수록 그렇다”고 말했다.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 인정
한 전 총리 판결이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했다면, 윤 전 대통령의 체포방해 판결은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판단을 내놨다. 재판부는 공수처가 직권남용 등 혐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내란 관련 범죄를 인지하고 수사를 확대한 것은 적법하다고 봤다.
사건 초기부터 공수처가 내란죄에 대한 직접 수사권을 갖고 있는지를 두고 논란이 이어졌고, 이는 지난해 3월 윤 전 대통령의 구속 취소 결정에서도 간접적으로 지적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판결에서 형사합의35부는 윤 전 대통령의 직권남용 혐의와 내란 혐의가 사실관계상 분리되지 않고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직권남용과 내란 혐의가 중간 행위나 다른 원인의 매개 없이 직접 연결돼 있고, 직권남용 수사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내란 혐의가 드러날 수밖에 없는 관련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 측은 내란우두머리 사건 등에서 공수처에 내란죄 수사권이 명시적으로 없다는 점을 들어 공소기각을 주장해 왔지만, 이번 판결로 해당 주장은 사실상 설득력을 잃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짙어진 내란우두머리 유죄 판단… 법원, ‘상징적 사형’ 선고할까
윤 전 대통령의 내란우두머리 사건에서 핵심 쟁점이었던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 논란과 비상계엄의 내란 해당 여부가 선행 재판에서 잇따라 인정됐다. 사실관계 구조가 동일한 만큼, 본류 재판인 내란우두머리 사건에서도 유죄 판단이 나올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따라 국민적 관심은 재판부가 윤 전 대통령에게 어떤 형량을 선고할지에 쏠린다. 특검은 이달 13일 결심공판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이는 1996년 12·12 군사반란 사건 등으로 사형이 구형된 전두환 전 대통령 이후, 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이다.
법조계는 한 전 총리가 이번 선고에서 받은 징역 23년에 주목하고 있다. 재판부는 전두환 전 대통령 등 신군부 세력의 ‘아래로부터의 내란’보다 이번 비상계엄에서 드러난 ‘위로부터의 내란’이 더 위험하다고 판단하며 특검의 구형량(징역 15년)보다 8년 높은 형을 선고했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대표변호사는 “이번 선고가 향후 관련 사건의 형량 판단 기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상징적 의미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1심에서 사형이 선고될 가능성도 상당히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재판부가 한 전 총리 사건에서 피고인의 재판 태도 등을 양형에 상당 부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며 “본범인 윤 전 대통령은 재판 불출석 등으로 태도가 더 좋지 않은 만큼, 가벼운 양형이나 작량감경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종현 기자 s4ou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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